매거진 관찰일기

앙드레 고르의 밤

당신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by 심효진





2013년에 써두었던 글이다.







문득 자는 남편의 얼굴을 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은 누구지?
뉘시길래 지금 나랑 같이 사는 거지?

내가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이 타인의 의지로 하루아침에 정해져 버린 것 마냥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남자의 자는 얼굴을 가만히 어루만져 보았다.
콧대가 예쁘게 잡혀 있어 자는 옆모습이 보기 좋다.
코 끝에 두번째 손가락을 갖다 대니 숨이 들락날락하는 것이 느껴진다.

살아있네..

몇 년 전엔가 읽었던 앙드레고르의 유작이 머리에 스쳤다.
아픈 부인이 자기를 두고 먼저 세상을 떠날까 두려워 자다가도 몇 번씩 깨어 손가락으로 부인의 숨이 붙어있는지 확인한다고 했다.
나에게도 일어날 일일까 싶었는데 내가 지금 그러고 있다.
앙드레고르는 자신의 유작으로 ‘D에게 쓰는 편지-어느 사랑의 역사’라는 책을 남기고 부인과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남편의 얼굴을 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방에서 나와 서재에서 책을 꺼내들고 첫페이지를 펼쳤다.









“당신은 곧 여든두 살이 됩니다. 키는 예전보다 6cm 줄었고 몸무게는 겨우 45kg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나는 이제 임신 8개월이고 키는 예전과 같은데 몸무게는 xxkg에 육박하는데..
그래도 남편은 여전히 귀엽다고 해주니 그저 고마울 뿐이다.
피식 웃음이 났다.


이 책을 읽고 기억에 남았던 것은 아내를 처음보고 반해 데이트 신청을 했던 것과 아내와의 첫날밤 그녀의 알몸을 살아있는 비너스를 보았다고 표현했던 것- 과연 내 남편에게도 그랬을까. 내 몸을 예찬하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 또 아내에게 상처 주었던- 사실 아직도 수많은 똥차들이 현대의 여성들에게 범하는 무수한 잘못에 비하면 상처도 아닐 정도의- 일과 그로 인한 절절한 미안함, 자신이 쓴 수많은 글들 중 아내에게 쓴 글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89쪽의 편지를 썼고 그 것이 바로 내가 읽고 있는 이 책이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편지-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이다.




“밤이 되면 가끔 텅 빈 길에서, 황량한 풍경 속에서, 관(棺)을 따라 걷고 있는 한 남자의 실루엣을 봅니다. 내가 그 남자입니다. 관 속에 누워 떠나는 것은 당신입니다. …캐슬린 페리어의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세상은 텅 비었고 나는 더 살지 않으려네.’ 그러다 나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당신의 숨소리를 살피고 손으로 당신을 쓰다듬어 봅니다. 우리는 둘 다, 한 사람이 죽고 나서 혼자 남아 살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 말을 했지요. 혹시라도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둘이 함께 하자고.”





오늘 밤은 쉽게 잠들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