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바랜 배냇저고리에서는 왠지 젖비린내가 날 것만 같다.
n년 전에 내가 입었을 저 낡디 낡은 배냇저고리를 엄마는 여지껏 간직해왔다.
대학시절 내가 머물렀던 방 한 켠에 아직도 세탁소 옷걸이에 걸린 배냇저고리가 장식처럼 걸려있다. 행여나 먼지가 앉을까 엄마는 멋없게도 랩을 씌워놓았다.
“이게 네가 태어나서 처음 입었던 배냇저고리야. 그땐 이 옷도 너무 커서 완전 코트였지뭐야.”
내 방에 들어올 적마다 엄마는 몇 번이고 그 말을 반복하곤 했었다
그 시절의 엄마는 반대하는 결혼을 한 탓에 자신의 임신 소식을 다른 가족들에게도 채 알리지 못하고 다인실 병동에서 아빠와 오롯이 둘이었다.
30시간의 진통 끝에 응급 제왕절개를 해가며 어렵게 만난 딸이었지만 그 첫인상은 못난 땅콩 같았다.
‘내가 저 조그만 핏덩이를 낳자고 그 고생을 해가며 내 인생을 모두 바꿔가며 모험을 한걸까.’
그 마음도 모르고 싱글벙글 입이 귀에 걸려 신생사실에 선 남편은
“신생아실에서 제~~일 예쁜 아가 찾아봐. 그게 우리 아가야. 난 딱 보이는데.”
라며 속모르는 소리만 하고 있었다.
유난히 숱이 많아 새까만 머리와 움푹 패인 보조개를 한 그 아이는 그 날 부터 그녀의 딸이 되었다.
안아본 아이의 무게는 주어진 인생에 비해 너무도 가벼웠다.
“너를 처음 안아들고 너는 우는데 내 주머니엔 삼백원 밖에 없더라. 그 때도 너희 아빤 한 달도 안된 아이를 안고 베란다에 나가 ‘갹갹아, 별이 밝지?’ 하며 너를 돌보곤 했단다.”
지금 내 품에 안긴 뿅갹이의 배냇저고리는 곱게 줄무늬가 들어간 네이비색이다. 가슴팍엔 귀여운 강아지 모양도 달려있다. 배냇저고리라고는 내 방에 걸린 것 밖에 본 적이 없는 터라 다 그렇게 행주같이 생긴 것만 있는 줄 알았는데 세월이 참 좋긴한가보다.
회복실에서 처음 본 뿅갹이는 마냥 신기하고 사랑스러웠다.
양가부모님의 응원과 관심 속에서 태어난 이 아이에겐 그 모든 것이 당연한 것이다.
나의 엄마가 누리지 못했던 가질 수 없었던 마음의 평안을 내가 느꼈다.
이 생명을 통해 모녀의 역사는 진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