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돼지의 변명

애를 낳고도 날씬해야하는 세상

by 심효진


날씬해야 인간 취급받는 더러운 세상에선
애엄마도 예외는 아니다.

티비나 잡지 화보 속 연예인들은
임신해도 손가락도 안붓고 정말 배만 뽈록 나온 모습을 자랑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애낳고 백일도 안되서 본래의 모습으로 컴백한다.

여기서 쉽게 간과하는 점은 원래 그들은 타고나게 이쁘고 날씬해서 결혼 전부터 연예인이었다는 점,
출발선부터가 다른거다.

그리고 임신, 출산이 늙는게 아니라 그 이후에 흐트러진 몸 수습 못하고 이어지는 빡센 육아때문에 늙는게 결정타다.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이로부터 예외 아닌가.




원래 통통한 체질을 열심히 자제하고 관리해가며
겨우겨우 적당히 날씬함을 유지하던 나는
먹는 입덧 앞에 무너졌고
애가 30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 아직도 10키로 가량 더 군살이 붙어있다.

독한 다이어트라면 손에 꼽을만큼은 해봤다.
머릿속으로 이론은 빵빵하다.
숀리가 대수냐 아놀드홍도 필요없다.
나도 누구든 이론으로는 45키로 만들어 줄 수 있다.



살이 쪄가는 내 몸과는 달리 세상의 기준은
더욱 각박해져만가서
요즘 젊은 것들의 기준에서 키가 작은 나는 이미 이번 생엔 틀렸다.
키가 작으면 몸무게라도 40키로는 나가줘야
깜찍한 귀요미로 승부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도 열리는데 키도 작은데 살까지 찌면 노답이라나. 아놔.
아니 다들 뼈 속까지 비운거야뭐야.


배고픈 말라깽이와 배부른 돼지 중 하나를 택하라면
나는 '행복한' 돼지가 되기로 했다.
어찌됐든 행복하면 위너아닌가.


아직도 내 뱃살과 팔뚝라인은 내 기준에 만족스럽지 못하다.
하지만 나는 환한 미소와 고운 살결을 가지고 있고
뱃살과 윗팔뚝, 약간의 등살만 빼면 아름다운 골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냥 건강하고 행복한 돼지로 살련다.




물론 건강을 위한 노력은 계속할 것이다.
야식을 먹지 않을 것이고
차가운 음식을 가급적이면 먹지 않을 것이고
(안먹는다고는 안함)
자극적인 가공식품들보단 자연식 위주로 즐기고
끊임없이 운동을 할 것이다.

그런데 운동도
살을 빼주는 최고의 방법!
고민부위를 해결해주는 족집게 스파르타 운동!
그런거 말고 내가 하고 싶고 내가 해서 재밌는 운동을 할거다.
좋아하는 춤도 다시 추고 암벽등반도 배워보고 싶고 플라잉요가도 재밌을 것같고
어릴 적 제대로 못배운 발레나 댄스스포츠도 배워야겠다.

그러다 몇키로 빠지면 앗싸!가오리~인거고 안그래도 나는 행복하니까 괜찮다.


지난 30년간 사회가 만든 기준에 나를 맞추느라
끊임없이 자학하고 몸을 학대해가며 살았고
다이어트에 관해서라면 내 정신은 건강하지 못했다.
지금보다 10키로 덜 나갈 때도 3키로만 더 빼면 좋겠다고 종종거리며 살았었다.


이제 입고 싶은 옷도
사이즈에 연연해하지 않고 내 몸에 맞는 사이즈로
판하게 마음대로 입고
먹고 싶은 건 먹고
많이 웃고 많이 움직이고
남이 뭐라건 난 행복하니까 무시하고 빙썅날려주며 살아야겠다.
내가 뭐 건강에 문제있는 정도도 아니고
(발목이 가늘어서 버티려면 무게를 조금 줄일 필요는 있지만) 약간 과체중이 행복하고 오래 산다지 않나.









오늘부터 남은 인생을 행복한 돼지로 살기로 한거다.













꿀꿀






6%C1%FD%BF%A1%BC%ADŰ%BF%EC%B4µ%C5%C1%F6.jpg 사진출처: http://blog.naver.com/kukjednc1/2201497415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