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간소음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뿅갹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집정리를 하다 무심결에 티비를 틀면 종종 홈스토리라는 채널에서 하는 '이색적인 이사'라는 프로그램을 마주하게 되곤 한다. 이런걸 즐겨 보는 걸 보면 나도 이제 뼈주부가 다 되었나보다.
'이색적인 이사'는 미국에 사는 평범한 중산층 가정의 의뢰를 받아 그들의 예산과 요구사항에 맞춘 집을 전세계에서 구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추위에 지친 미국 북부 가정들이 따뜻한 기후를 찾아 의뢰하기도 하고 비싼 미국물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나라의 넓은 주택을 원하기도 한다.
http://jmgtv.kr/homestory/%EC%9D%B4%EC%83%89%EC%A0%81%EC%9D%B8-%EC%9D%B4%EC%82%AC/
시계태엽이 두세배쯤 세차게 감겨있는 대도시의 아파트에 살고 있는 나는 매우 민감한 아랫집을 두었다.
늘 마주치면 八자 눈썹을 하곤 조용히 좀 해달라고 부탁하곤 한다. 뿅갹이의 친구라도 놀러올라 치면 30분 내로 인터폰이 울린다. 씨끄럽다는 민원이 들어왔다는 경비아저씨의 말이 스피커 너머로 울린다. 그렇게 뿅갹이의 친구들은 이내 쫒겨나가곤 했다.
한국나이로 세살. 이제 시작일 뿅갹이의 활동성이 겁난다.
"뿅갹아, 뛰면 안돼. 뛰면 아랫집에서 시끄러워서 싫어해."
하루에도 수십번씩 반복하는 이 말에 아이는 살금살금 걷는 모양새를 하며 "이렇게?'라고 답한다. 하지만 그 시간은 길지 않다.
아랫집 아주머니는 세벽 두세시에도 우리집에서 쿵쿵대는 소리에 잠을 못잘 지경이라고 하는 걸 보면 비단 뿅갹이만의 문제는 아닌가보다. 야행성인 내가 왠히 찔려 움찔했지만 그 시간에도 발자국 소리에 잠을 깰 정도라면 아랫집 부부도 상당한 쏘머즈인 듯하다.
항상 슬리퍼를 신고 발꿈치를 들고 생활하지만 내 집에서조차 24시간 가슴이 조여오는 생활을 하는게 편안치만은 않다.
'이색적인 이사'에 소개 나오는 집들은 대부분 연중 따뜻한 기후에 넓은 부지에 다양한 편의시설이 갖춰진 개인주택들이 나온다. 멋진 경관과 수영장을 비롯한 야외공간, 홈파티를 열어도 끄떡없을 정도의 주방공간을 갖춘 집들이 우리돈 4억, 7억, 10억 등의 다양한 예산에 맞춰 선보인다. 서울에 살면서는 그정도 돈으로는 꿈도 꿀 수 없을 집들이다. 입을 떡벌리고 내가 이사간다면 어떨까 집중하여 보게 된다. 영상에 비춰진 플로리다나 뉴질랜드, 에콰도르의 삶은 행복해 보이기만 한다. 그 곳에서 느지막히 일어나 아침을 해먹고 바닷가에서 산책을 하고 가끔 한국 예능을 다운받아서 낄낄대는 한적한 삶을 살고 싶다.
이색적인 이사가 끌리는 이유에는 몇가지가 있다.
기후는 사람의 기질을 만든다. 봄이면 불어닥치는 미세먼지에 외출은 커녕 창문도 못열고 지내다가 미세먼지가 좀 덜 불어온다 싶으면 땡볕더위가 찾아온다. 게다가 습하기 까지 하니 여름에는 도통 정신을 못차리겠다. 가을이 되서 좀 선선하다 싶으면 이내 불어닥치는 추위때문에 느긋한 외출 한 번 하기가 쉽지 않다. 죽을 것같은 겨울이 지나면 다시 미세먼지가 덮쳐오는 고장난 알고리즘의 무한 루프에 갇혀있다. 연중 건조하고 따뜻한 기후에서 느긋한 삶을 살고 싶다.
진짜 행복을 마음껏 느끼고 싶다. 복잡한 도시에서 너도 나도 비교하면서 내가 아주 조금 더 나음에 만족하고 남이 잘풀리면 배아프고 안되면 고소해하는 '왜곡된 행복' 속에 사는 것이 싫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나니 집에서 여유있게 해먹는 집밥, 매일매일 쓸고 닦으며 집을 가꾸는 재미, 내 가족이 모여서 함께 웃는 순간, 때로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독서를 하고 글을 쓰는 것들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느끼게 되었다. 손님을 초대해 넓은 주방공간에서 집밥을 만들어 야외수영장 옆에 마련한 테이블에서 수다를 떨며 즐기는 식사는 나에게 행복의 이미지이다. 그런 집에서는 아이도 마음 놓고 쿵쿵 뛰어다닐 수 있겠지.
현실적으로 서울에서의 모든 것을 접고 다른 나라로 집을 사서 이민을 간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당장 가서 뭐해서 먹고 살지 조차 막막한게 사실이다. 어떤 이는 막상 저렇게 해서 이민을 가면 또 그 생활이 너무 심심해서 복작거리는 한국이 그리워 돌아오고 싶어진다는데 그건 뭐 사실 내가 안살아 봐서 모르겠다.하지만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단 1.2년씩이라도 장기렌트를 해서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꿈을 꾼다. 평소 여행을 좋아해서 언젠가 온가족이 다같이 일상을 접고 1년 정도 세계일주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돌아다니며 좋았던 곳에 집을 구해 머무르면서 이색적인 이사가 안된다면 '이색적인 체류'라도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