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는 밤 열시 삼십삼분에 시작된다.
오후 10시 33분..
9시부터 재우기 시작한 아들이 잠에 완전히 드는 시각이다.
간혹 빨리 잠드는 날도 있지만 대게는 이쯔음 잠에 드는 것 같다.
잠에 들기 전까지 어찌나 요구사항이 많으신지.
이 장난감 갔다달라 저 장난감 갔다달라, 발로 내 얼굴에 싸대기를 날리다가
이말 저말 걸며 내일은 뭐할건지 계획을 물었다가,
또 자기 전에 항상 물을 찾는데 남편은 애가 양반이라서 자리끼를 찾는다고 웃는다.
그렇게 한시간여를 들락날락하며 겨우 재우고 나면 그때부터 나의 시간이 시작된다.
중학교 때부터 늘 야행성이었던 나는 밤에 이불 안에 스탠드를 넣어 밝힌 채 몰래 만화책을 읽고
숨죽여가며 故신해철의 '고스트스테이션'을 듣곤 했다. 잘알지도 못해 어렵기만 했던 인디밴드의 음악들도 마왕이 그렇다고 하면
아 그런가보다하며 들었고 '쫌 놀아본 오빠의 미심쩍은 상담소'를 가장 귀기울여 들었던 것같다.
그런 나의 버릇은 여전히 개못주고 애를 키우고 있는 지금도 꾸준히 야행성의 삶을 살고 있다.
친정에 가면 저녁 9시 반만 되면 주무시는 친정아버지를 보며 -심지어 내 애(만2살)보다도 일찍 주무신다- 내가 되게 비효율적인 인간이 된 것같아 죄책감이 들 때도 있는데 시댁에 가면 나만큼 늦게 주무시는 시아버지를 보며 어른도 이래도 될 것같다는 안도감이 든다.
내가 잠에 드는 것은 대략 새벽 2시경.
피곤했던 하루도 오늘은 일찍 자야지 계속 다짐하다가도 밤 11시가 되면 세포가 살아나는 느낌이 들면서 무어라도하고 싶어진다.
무언가 유익한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유투브 동영상이라도 틀어놓고 운동을 따라할까, 반신욕이라도 하고 팩을 붙여 미용에 투자할까 하다가 이도저도 귀찮으면 탄산수 한 병을 들고 소파에 앉아 리모콘을 잡아든다.
지나간 예능을 찾아보기도 하고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봐도 그닥 재미있는게 없으면 영화를 찾아보기도 한다. 영화는 큰 호흡을 가지고 집중해서 봐야하는 지라 자주 보지는 않게 된다,
글을 쓰는 걸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글빨은 역시 밤에 잘받는다. 작가들이 괜히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는게 아니다.
그나마도 성실하지 못하여 밤시간을 이용해 포스팅을 하거나 글을 쓰는 때도 있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불쑥 공백기가 찾아오곤한다.
밤에 늦게 잠이 드니 아침이 늘 힘들다. 나는 그래도 너는 그러지 말라는 마음으로 아들을 일찍 재워버릇하니 아침이면 재깍 일어나는 아들은 버퍼링시간도 없이 눈뜨자마자 "엄마, 일어나세요. 거실로 나가자."라며 나를 재촉한다. 담요를 하나 끼고 쪼르르 따라나가 바로 소파에 누우면 "엄마, 눕지 마세요."라며 그 때부터 우유를 달라 타요를 틀어달라 방에 가자 놀아달라 끊임없는 요구사항이 시작되고 나는 거의 기어다니며 그 요구를 맞춰준다. 어린이집 보내기까지 시간이 왜이리 긴지. 보내고 나면 정신없이 다시 자서 오후에 일어나는 날도 허다했다. 특히 더운 한여름엔.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잇을까. 낮시간을 조금 더 알차게 보낼 순 없을까. 낮에 애 있을 땐 못하는 집안일도 하고 이것저것 배우기도 하고 오후에 돌아올 애와 더 알차게 보낼 궁리를 한다. 우리 아들은 어린이집 차량에서 내리면서 제일 먼저하는 첫마디가 '엄마, 우리 오늘은 뭐할까?"이다. 가끔 준비가 안되어있는 상태로 있다가 그 질문을 받으면 흠칫한다.
어제부터 낮잠을 자지 않고 있다. 아이를 보내고 이불빨래를 돌리고 냉동식품으로 적당히 한그릇밥상을 차려먹으며 오랜만에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