씸작가네 가족의 층간소음 가해자 탈출기
그 동네에 산 건 신혼 때 부터였다.
약간 언덕이 있는 흠이라면 흠이었지만 서울 어느 곳이나 가깝고 단지 내에 녹지가 많아 아늑한 점이 좋았다.
인심좋은 이웃들과 단골가게도 많았고 친해진 길고양이들도 제법 많았다.
뿅갹이가 돌이 될 무렵, 단지 내에서 동만 바꿔서 한 번 이사를 했었다. 이사 첫 날, 아랫집이라며 아주머니가 찾아오셨다.
"아이가 있는 집인 것 같은데 소리만 좀 조심해줘요."
미간에 힘을 주고 양 눈썹을 팔자로 내린 채 주의를 부탁하는 그 분의 손에는 뿅갹이 입히라며 사온 내복 한 벌이 든 쇼핑백이 들려있었다. 본인도 밑에 집에 수험생이 살아 예민해서 굉장히 조심해서 살고 있다며, 은연중에 우리 전에 살았던 사람들과도 많이 사이가 안좋았음을 내비쳤다. 우리가 인테리어하는 며칠 동안 본인이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도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도 덧붙히는 걸 잊지 않았다. 그 전에 살던 동에서는 아랫집에 누가 사는지도 몰랐고 윗집에서는 아이들이 씨끄럽게 해서 미안하다며 종종 과일도 내려보내주시곤 했던 터라 이 문제로 그렇게 고생하게 될 거라곤 지레 짐작도 하지 못했다. 일단 폴더매트를 추가로 두 장 더 샀다.
돌이 갓 지난 여느 아이가 그렇듯 뿅갹이는 걷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것이 일과였고 그 후로 종종 아랫집의 인터폰을 받아야했다. 오며가며 얼굴 마주칠 때마다 씨끄러워서 고생한다는 말을 듣어야 하는 것이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어느 날인가는 남편이 로비층에서 아랫집 아주머니와 맞딱뜨렸는데 자기 얼굴을 보더니 기다리던 엘리베이터를 안타고 계단으로 걸어올라가더랜다. 남편은 자기가 마치 세균이 된듯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가능한한 해가 질 때까지 뿅갹이를 데리고 밖에 나가 있고 집에 돌아와서는 씻겨서 잠만 재우는 생활을 몇 년동안 지속했다.
그렇게 살아가던 어느 날, 아랫집에 사다리차가 오고 짐이 나가고 있었다.
"와, 세상에! 여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
달뜬 얼굴로 남편에게 전화해 이 기쁜 소식을 알렸다. 그러고 다음 날 바로 새로운 세입자가 이사들어왔고 우리는 종종 인터폰을 받으며 살아야했지만 이 생활에 이골이 나있었다. 그렇게 1년 몇개월이 지날 무렵이었다.
띠리리리리 리리 리리리 리-
인터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네, 저 아랫집인데요. 지금 혹시 가구 끌고 계신가요?"
아까부터 어딘가에서 가구를 끄는 것같은 소음이 들리던 터였다. 윗집이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 소음을 묻는 듯했다.
"지금 들리는 소리요?"
"네"
"이거 저희 집 소리 아니에요."
"저희 집이 아닌데 아랫집에서 자꾸 연락해서요, 그래서 윗집인가하고 연락했어요."
아랫집이 소리에 너무 예민해서 괴로워서 전세 계약기간인 2년을 채 못채우고 다음 주에 이사를 간다는 말까지 인터폰 너머로 건너들었다.
일주일은 금세 흘러 아랫집 세입자가 이사를 갔고 바로 같은 날 오후,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왔다.
그 때까지만해도 몰랐다.
몇년 간 충분히 고생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더한 최강 빌런이 내 발 밑으로 올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