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는 4장을 더 사서 깔아 총 7장이었다. 러그도 2장 깐 걸 합하면 9장이다.
집에 이제 더이상 무언갈 깔 곳도 없다.
안그래도 동물도 키우고 애도 키우느라 청소도 자주해야하는데 매트 걷어내고 청소하는 것도 일이었다.
폴더매트 사이사이에는 왜 이렇게 먼지가 많이 끼는지 다 갖다 버리고 싶었다.
청소하는 그 순간조차 청소한다고 인터폰이 울렸다.
김밥집에서 산 김밥을 틈틈이 하나씩 입에 밀어넣으며 깜깜해지도록 아이들을 놀이터에 풀어놨다.
밤이 되어서야 애 둘과 개까지 이끌고 들어와 씻겨서 바로 재웠다.
미세먼지 수치가 200을 넘는 심한 날이면 정말 안나가고 싶었지만 인터폰이 울려대면 마스크를 씌워 또 나갔다.
그 날은 너무 화가 나서 세면대 하수구에 대고 외쳤다.
오늘도 나갔다! 속이 시원하냐?!!
그렇게 놀이터에 살던 어느 날 밤, 5층 가족을 놀이터에서 마주쳤다. 시계를 보니 8시 반이었다.
자기네 애들은 7시 반에 잔다더니?
핸드폰 시간과 그 부모를 번갈아 보며 눈으로 욕했다. 마음의 소리가 들렸는지 5층 부모는 아이들에게 어서 집으로 가자며 연신 '씁'을 해대었지만 그 마음을 알리가 없는 아이들은 더 놀고 싶다며 연신 아빠를 졸랐다.
첫째 아이는 집에서 깨끔발로 생활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어쩌다 작은 소리만 내도 "엄마, 미안해."라며 사과를 했다.
왜 네가 그걸로 사과를 해
속이 상하고 마음이 쓰렸다.
문제는 통제가 안되는 둘째였다.
그맘때의 아이들은 뒤뚱뒤뚱 우당탕탕 걷는 것이 본디 그럴 시기이다.
그런 아이에게 깨끔발로 걸어야한다고 알려줘본들 말하는 그 때 뿐 아이는 이내 다다다다 걷기 시작한다. 나의 신경은 다른 집안일을 할 때에도 아이의 발걸음에 온통 곤두서 있다.
뛰지마, 뛰지말랬지?!
그 당시 내가 하루에도 수십번씩 달고 살았던 말이다. 가장 편해야할 내 집인데 바닥에 잘게 깨진 유리조각이 온 집안에 깔려 있는 듯했다. 어떤 날은 계속 말이 통하지 않는 둘째의 엉덩이를 펑펑 때리며 대체 어떻게 해야 말을 들을 거냐고 엉엉 울었다. 이대로는 정말 못살 것 같았다.
그 때 쯤이었던 것 같다, 이사할 집을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한 때가.
그냥 어디가 됐든 속이 편한 곳으로 가고 싶었다. 집값도 입지도 내게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냥 내 집에서 좀 편안히 있고 싶었다. 아이들을 재우고 나면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며 전기가 없어도 저기가 낫겠다 싶었다. 아이들만 아니라면 당장 망태기 짊어지고 심마니가 되어 사람 안마주치고 속편히 살고 싶었다. 새벽까지 폰으로 지금 사는 동네부터 남편 회사 주변, 경기도의 타운하우스까지 랜선 부동산 투어를 떠났다.
우선 아파트 상가 부동산에 어느 동이든 1층 집이 나오면 연락을 달라고 했다. 부동산 사장님은 요즘 그런 사람들이 많아 1층이 귀하다며 잘 안나오지만 나오면 바로 연락을 주겠다했다. 동시에 옆동네와 하나 더 옆동네, 경기도 타운하우스까지 몇군데의 부동산에 무조건 1층으로 구하고 있다고 연락했다. 이제부터난 1층 전문 헌터다. 1층만을 찾아헤매는 이 구역의 미친 개가 나다.
옆동네의 신축아파트는 당시 방송에 자주 등장하며 서울에서 꽤나 주목받는 단지였다. 여느 신축이 그렇듯 모든게 새 거인 단지 조경과 한강뷰가 마음에 들었지만 1층 매물은 마냥 기다려야했고 호가가 너무 높아진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차량 통행이 많은 대로를 건너 초등학교를 다녀야한다는 점이 염려스러웠다.
제일 집을 다양하게 보았던 곳은 그 옆동네 빌라촌이었다. 언덕이긴하지만 대형평형의 고급빌라들 위주라 금액부담이 크지 않게 큰 평형에 살 수 있고 전부 개인 정원도 있었다. 연식이 있는 만큼 대부분 인테리어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지나치게 큰 대형은 그 비용이나 관리비가 부담스러웠다. 당장 산 속에 들어가 심마니라도 될 기세였건만 막상 집을 보고 다니기 시작하니 조건을 안따질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동안 집을 보러 다녔고 딱 이 집이다 싶은 집이 나오지 않으니 그냥 차라리 집 전체에 매트를 시공하고 살아볼까 그런데 만약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연락이 오면 그 땐 정말 어떻게 해야하지 복잡한 마음이었다. 그런 마음이 들 때면 어김없이 인터폰이 울려 나의 결심이 흐려지지 않도록 나를 독려해주는 듯했다.
그래, 내가 꼭 1층 구해서 이사가고야 만다.
꼭 갈게, 내가.
근드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