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관찰일기

그 남자와의 두번째 만남

한도초과

by 심효진

남편을 기다리며 반디앤루니스 소설 코너를 기웃거리다
에쿠니 가오리는 언제까지 오른쪽 얼굴로만 우리를 만날 것인가 생각하는데
불현듯 남편과의 두번째 만남이 떠올랐다.

소개팅에서의 첫만남 이후 남편의 말에 의하면 다음날 내가 먼저 카톡을 보냈다고 한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 성격이면 그랬을 법도 하다.
그렇게 3일 정도 간간히 연락을 주고 받았다.

퇴근 후에 강남 교보문고에서 책을 보고 있는데 카톡이 왔다.

미래의 남편- 어디에요?
나- 서점이요.
미래의 남편- 어? 나도 잡지살 거 있는데, 에스콰이어 세권만 사다주면 안되요?
나- 무거워요.

남편은 조금만 기다리라며 이 곳으로 오겠다고 했고 <-나에게 백퍼 빠졌다고 생각
나는 조만간 뉴욕에 갈 예정었기 때문에 내가 있는 코너 번호를 알려주고 바닥에 앉아 최대한 문학소녀적인 각도로 뉴욕관련 책을 읽는 자세를 취했다.

바닥에 신발이 보여 천천히 고개를 들었는데도 재빨리 얼굴이 보였다. 아, 그래 이렇게 짧았지.
테이크 아웃 잔에 담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쪽쪽빨고 있는 그의 모습은
조금 큰 사이즈같이 보이는 하얀 니트 아우터를 입었다기 보다는 옷에 안겨 있는 것 같았다.

그때 내가 입고 있던 가디건은 보풀이 보슬보슬 올라와있는 디자인인데
남편의 표현에 의하면 '나홀로 집에'에 나오는 비둘기 아줌마 같았다고 한다.
결혼 후에 신혼집에 놀러왔다 그 옷을 마음에 들어하는 내 친구에게 남편이 기뻐하며 서둘러 선물했다.

서점에서 나와 집에 데려다 주는 남편에게 오늘은 내가 커피를 사겠다고 집근처 커피숍으로 안내했다.
평소 심각한 길치인 나는 커피숍 하나 데려가기를 막다른 골목으로 인도했다.
이 때 남편은 신변의 위협을 느꼈다고 한다.
어찌어찌 무사히 도착해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허브티를 주문했는데


아뿔사,





한도초과..




결국 남편이 계산했고 난 그렇게 소개팅에 이어 두번째 만남에서도 얻어먹었다.
남편은 그 때 속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탈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