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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Dec 16. 2022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맛볼 수 있는 술

글뤼바인 말고 다른 술도 있어요

크리스마스 마켓에는 달콤하게 끓인 와인인 글뤼바인(Glühwein) 말고도 마실 수 있는 색다른 음료가 많아 호기심이 많은 외국인인 나에게는 정말 신나는 곳이었다. 무알콜 음료로는 과일 펀치와 핫초콜릿이 있고 알콜이 들어간 음료는 지역마다 다양하고 가짓수도 많아 여기에서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하려 한다.


글뤼바인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이전 포스트:


슈투트가르트의 화이트 글뤼바인과 아이어푼쉬

아이어푼쉬(Eierpunsch)아이어리쾨르(Eierlikör)와 비슷하게 달걀로 만들어 달달한 맛을 추가해 따뜻하게 마시는 술인데 독일어로 아이어(Eier)가 계란(Ei)의 복수형이다. 기분 탓이겠지만 이 술을 마시면 배부른 느낌이 든다. 따뜻하게 마시는 술이라 그런지 다른 계절에는 찾아볼 수 없고 오직 겨울의 크리스마스 마켓에만 판다. 계란 노른자와 화이트 와인, 바닐라, 설탕이 주재료라 정말 맛있지만 만드는 곳에 따라 계란 노른자 함량이 높다면 비린내가 좀 심할 수 있어서 호불호가 갈린다.

아이어리쾨르는 따뜻하게 데워 먹지 않고 목이 길고 가느다란 유리병에 담아서 올리브유나 발사믹 소스, 와인 등을 주로 판매하는 특별한 상점에 가면 볼 수 있다. 독일인들의 집에 가면 할머니가 집에서 만든 아이어리쾨르가 한 병씩 있는데 마시는 걸 못 봤다.


글뤼바인은 보통 레드와인으로만 만든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어디서나 화이트 글뤼바인을 볼 수 있다. 화이트 글뤼바인이 레드보다 더 깔끔한 맛이라 즐겨 마셨다.


서양배 와인

슈투트가르트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이렇게 포도 대신 지역에서 생산되는 과일로 만든 과실주를 파는 부스도 있어서 한 번 마셔봤는데 포도주보다 달콤하고 입에 착 달라붙는 맛이라 치즈나 케이크와 함께 마시면 좋을 것 같았다.


프랑크푸르트는 포도주 대신 사과로 빚은 술인 사이더(Cider)가 유명해서 크리스마스 마켓 글뤼바인을 포도주 대신 사이더로도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술은 사과로 만든 글뤼바인이라 독일어로 사과를 뜻하는 압펠(Apfel)을 붙여 압펠글뤼바인(Apfelglühwein)이라 한다. 슈투트가르트에는 압펠글뤼바인을 팔지 않지만 근교의 에슬링엔(Esslingen)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마실 수 있다. 에슬링엔의 압펠글뤼바인은 너무 뜨거워서 알코올을 제외한 다른 맛은 거의 못 느꼈지만 코끝에 와닿는 발효된 달짝지근한 사과 냄새가 좋았다.


달콤한 꿀술(Honigwein)

이 부스에는 매년 갈 때마다 부스의 주인이 ‘직접 키운 벌이 만들어낸 꿀을 원료로 한 술’이라서 꿀, 물, 알코올 이외 다른 성분은 일절 없으니 몸에 좋다며 자랑한다. 아무리 직접 키운 벌에서 나온 ‘천연 꿀’이 원료라고 해도 이렇게 독한 술이 과연 정말로 몸에 좋을지 모르겠지만 사진처럼 술을 따를 때마다 달콤한 꿀 냄새가 공기중에 확 퍼져서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라고 했는데 술에서 나는 꿀 향기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다면 약간이라도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닐까.


꿀술은 독일어로 호닉바인(Honigwein/ Honig: 꿀)인데 (Met)이라고도 해서 크리스마스 축제에서 Met이라고 적힌 곳에 가면 항상 꿀술이 있다.


수제 밀랍 양초

꿀술을 파는 곳에서는 백이면 백 모두 직접 키운 벌꿀이 만든 밀랍을 돌돌 말아 만든 수제 밀랍 양초를 같이 파는데 양초에 코를 가까이 갖다대면 은은한 벌꿀 냄새가 난다. 이걸 파는 분이 양초를 피우면 꿀 냄새가 더 진하게 난다는 말로 날 꼬드겼다. 선물받은 조말론 향초도 무서워서 못 켜는 내가 이걸 집에서 켤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 한 번도 사지 않았지만 매년 이 양초를 볼 때마다 너무 갖고 싶어서 ‘올해는 그래도 사 볼까’하는 고민에 빠졌다.


포이어장엔불레(Feuerzangenbowle) / 구글 검색

사진 속 포이어장엔불레라는 술은 스위스 취리히와 슈투트가르트 근교 로이틀링엔(Reutlingen)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만 봤는데 글뤼바인보다 양도 적게 주면서 비싼데도 별다른 맛의 차이를 못 느껴서 실망한 기억이 있다. 몇몇 독일인들에게 들은 가짜뉴스 덕에 여태껏 이 술에 약초가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이 술은 글뤼바인에다 럼에 절인 설탕 덩어리를 불로 천천히 녹여 마시는 것이라 한다. 말하면서 예거마이스터와 헷갈렸나

아쉽게도 사진처럼 저런 모습으로 서빙되지는 않고 미리 끓여둔 솥 같은 데서 술을 퍼담아 준다. 술 이름에 포이어(Feuer; 불)가 들어가서 아주 화끈한 맛을 기대했는데 맛은 그저 그런 글뤼바인 같았다. 하지만 럼이 소량 들어갔으니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알코올 함량이 높아서 술에다 불을 붙이는 묘기를 하는 것을 봤다.



메리크리스마스가 다양한 언어로 적힌 글뤼바인 컵


프로헤 바이나흐텐!

(Frohe Waihnachten: 독일어로 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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