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은 익숙한데 익숙하지 않은 그 맛
아래 사진은 엄마와 함께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호텔에서 조식 뷔페를 먹을 때 찍은 것인데, 오스트리아도 독일어권이라 크루아상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도 드물게 버터가 많이 들어가서 쫄깃했다.
프랑스나 우리 나라처럼 독일에도 대부분의 빵집에 크루아상이 있다. 독일에는 크루아상이 크게 세 종류가 있다. 먼저 그냥 크루아상, 버터크루아상 그리고 초코크루아상이다. 이 중 초코가 빠진 일반적인 크루아상을 먹고 싶다면 꼭 버터크루아상(Buttercroissant; 부터크루아상)을 주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한국인이라면 ‘크루아상에는 원래 버터가 들어가야 하는 거 아냐? 저건 안 그래도 버터가 많은 크루아상에 버터를 더 넣은 건가?’라고 생각하겠지만 놀랍게도 독일에서는 그렇지 않다. 일반적인 크루아상에는 버터 대신 식물성 기름인 마가린을 넣어서 퍽퍽하고 부터크루아상에만 동물성 기름인 버터를 넣는다. 하지만 이 부터크루아상도 우리에게 익숙한 프랑스식 크루아상처럼 쫄깃하지는 않고 대신 손에 기름이 아주 많이 묻어나는 것으로 버터의 존재를 증명한다. 독일인 중에는 버터크루아상은 아침에 먹기에 너무 기름지다는 이유로 일부러 마가린이 든 일반적인 크루아상을 먹는 사람들이 많다.
처음에는 독일에 채식주의자가 많아서 크루아상에 버터 대신 식물성 마가린을 쓰는 건가 했다. 하지만 마가린 크루아상에 딱히 채식 표시가 붙어있지 않은 걸 보고는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건가 했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독일인들에게 물어보면 자기도 모른다면서 “원래 그래”또는 “내가 태어날 때부터 그랬어”라는 말로 넘어간다.
그리고 초코크루아상(Schokocroissant; 쇼코크루아상)에 대해 말하자면, 독일에서는 모든 식재료를 아주 풍부하게 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초코크루아상을 사서 손으로 잡고 뜯어먹으면 어느새 줄줄 흐르는 초코 때문에 손이 초코범벅이 되어 있어서 꼭 옆에 냅킨을 준비해둬야 한다. 게다가 초코크루아상을 먹다 보면 안에 들어간 초코가 너무 달아서 커피를 추가로 주문하게 된다. 그런 이유로 초코크루아상은 주로 급히 당 충전이 필요할 때 블랙커피를 큰 사이즈로 시켜 두고 먹었다.
한국에서 크루아상 생지가 유행하기 전에도 독일에서는 슈퍼마켓에서 6회분 분량의 크루아상 생지를 2유로 남짓에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위 사진에 나온 것처럼 어떤 독일인들은 크루아상이 뿔처럼 생겼다며 뿔을 뜻하는 단어 호른(Horn)에 작다는 뜻을 가진 접미사인 -chen을 붙여 '작은 뿔'이라는 뜻의 회른혠(Hörnchen)으로 부르기도 한다. 사전에도 나오는 표준어인 만큼 빵집에서도 크루아상을 대신해 자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