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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Nov 29. 2022

독일의 만두 마울타쉔 (Maultaschen)

슈투트가르트의 아픈 사연이 담긴 전통음식

독일 남서부의 바덴-뷔르템부르크 주에서도 슈투트가르트를 포함해 슈바벤 방언을 쓰는 뷔르템부르크 사람들이 자부심을 가지는 음식이 몇 있는데 그 중 일부는 이 지역을 벗어나 독일 다른 지방에까지 알려지기도 한다. 특히 달걀로 만든 면 요리인 아이어슈페츨과 오늘 소개할 슈투트가르트식 만두인 마울타쉔은 베를린이나 프랑크푸르트 등지에서도 판매하는 곳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6개입 마울타쉔

집앞 슈퍼마켓에서 산 마울타쉔인데 내 기억으로는 마울타쉔을 판매하는 브랜드는 저 브랜드 하나밖에 못 본 것 같다. 사진 속 마울타쉔은 안에 크림치즈밖에 안 들어서 채식주의 마크가 붙어 있다. 전통적 마울타쉔은 만두피 안에 고기가 꼭 들어가야 하지만 비거니즘 열풍이 불고 있는 독일답게 채식주의자나 비건들이 먹을 수 있는 마울타쉔이 많다. 나는 채식을 하지 않지만 치즈를 광적으로 좋아해서 이걸 사 봤다.


다양한 종류의 시판 마울타쉔

현재 판매되는 마울타쉔은 크기와 종류가 다양한데 가장 큰 것은 성인 남성 기준으로 손바닥만하고 가장 작은 것은 500원짜리 동전보다 살짝 큰 정도라 수프를 만들 때만 쓰인다.


겨울에 먹으면 몸속까지 뜨끈해지는 마울타쉔 수프/ 출처: 구글맵

독일인들이 마울타쉔을 먹을 때는 쪄서 소스를 부어 먹기도 하고 가로로 세 조각으로 잘라서 야채와 함께 팬에 구워 먹기도 하고 채소를 넣고 끓여서 한국인 기준에서는 밥을 말아먹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의 맑은 수프로 먹기도 한다.


슈투트가르트 시내 마울타쉔 샵/ 출처: 구글맵

레스토랑이나 슈퍼마켓이 아닌 로컬 마울타쉔 샵에서는 내 주먹 한 개 반 크기의 마울타쉔을 100g당 가격을 매겨 대략 개당 3유로 60센트에 팔았는데 거기서 먹고 갈 경우에는 12유로를 지불하면 내가 고른 마울타쉔에 당근 등 각종 야채를 추가해 수프를 끓여 내왔다. 일반 슈퍼마켓에서 사는 것보다 확실히 비싼 가격이었지만 스테디셀러인 돼지고기 또는 채식주의자용 시금치와 치즈로 속을 채운 마울타쉔과 함께 계절마다 바뀌는 스페셜 마울타쉔을 먹으러 종종 들르고는 했다. 4-5월 부활절 즈음에는 갓 수확한 아스파라거스를 채운 마울타쉔을, 그리고 9-10월에는 신선한 주황색 홋카이도 호박으로 속을 채운 마울타쉔을 판매했고 여름과 겨울에도 가끔 특별 메뉴가 있었다.


아스파라거스 만두

아스파라거스 마울타쉔과 슈퍼산 마울타쉔의 크기를 비교하기 위해 사진을 찍어봤다. 큰 것은 슈투트가르트 시내의 마울타쉔 샵에서 산 아스파라거스 마울타쉔이고 작은 것은 슈퍼마켓에서 산 돼지고기가 든 마울타쉔이다. 나는 꼭 수프나 소스를 고집할 이유가 없기도 하거니와 모처럼 아스파라거스 마울타쉔을 산 김에 마울타쉔 고유의 맛을 즐기고 싶어 그냥 찜기에 넣고 쪄서 먹었다.




논문 «만두의 전파 경로»

위 지도에 따르면 만두는 중국에서 시작해 실크로드를 거쳐 인도, 이란과 이라크, 옛 모스크바 공국의 모스크바와 옛 키예프 공국의 키이우로 전파되었다.

지도에는 마울타쉔이 표기되어 있지 않은데, 그래서인지 슈투트가르트 사람들은 조상들이 그 어떤 외부적인 영향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마울타쉔을 고안해냈다고 한다. 마울타쉔은 다소 슬픈 유래를 가지고 있다. 전쟁이 잦았던 중세 슈투트가르트 지역에 음식이 부족해지자 지역의 수도사들이 주민들에게 개인이나 가족 단위의 고기 섭취를 금지하고 마을 사람들이 모두 함께 모인 축제에서만 고기를 먹을 수 있게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쟁과 역병으로 피폐해진 지역에 축제를 열어 마을 사람들 모두를 배불리 먹일 만큼 식량이 많을 리 없어서 계속해서 축제가 미뤄지게 되었다. 이에 사람들은 수도사들 몰래 집에서 고기를 조금이나마 먹기 위해 밀가루 반죽 안에 잘게 다진 고기를 채소와 함께 버무려 숨긴 요리를 만들어냈는데 이것이 바로 마울타쉔이라고 한다.

또, 마울타쉔은 원래 마울타쉐(Maultasche)지만 독일에서 마울타쉐를 하나만 먹는 사람은 없다는 이유로 자연히 복수형인 마울타쉔(Maultaschen)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번외편: 구글검색으로 찾은 조각조각 잘라 구워 치즈를 올린 마울타쉔

독일에 살 때 요리하기 귀찮을 때면 이렇게 마울타쉔을 잘라 양파나 파프리카 같은 채소와 함께 볶고 위에 치즈와 바질을 얹어 먹고는 했다.



*메인사진은 구글 이미지검색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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