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프랑스 모두에서 사랑받는 음식
대학생 때 집 앞 카페에서 플람쿠헨이란 걸 팔길래 한 번 먹어봤는데 매우 얇은 도우에 특이한 토핑을 올린 음식이었다. 그 카페에서는 플람쿠헨이 독일 어느 지방의 전통음식이라는 소개글과 함께 가장 흔한 형태의 오리지널 플람쿠헨과 디저트용 애플시나몬 플람쿠헨을 포함해 무려 네 가지 맛의 플람쿠헨을 판매했다. 그 때 나는 독일인은 삼시세끼 고기와 호밀빵만 먹고 사는 줄 알았던지라 이런 ‘피자’가 독일의 전통음식이라는 것이 생경하게 다가왔다.
독일에서 슈투트가르트 토박이인 학교 친구의 손에 이끌려 올라간 언덕 위에 비어가르텐(Biergarten)이 있었다. 그곳에서는 슈투트가르트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멋진 뷰를 감상할 수 있었고 지역의 대표 브루어리에서 양조한 맥주와 맛있는 전통음식을 판매하고 있었다. 위 사진의 플람쿠헨은 특이하게 덜 익은 파와 적양파가 가득 올려져 있어 매운맛이 아주 강했다. 하지만 가장 흔한 오리지널 또는 독일인들이 부르는 대로라면 ‘클래식 플람쿠헨(klassisch)’은 아래 사진처럼 생겼다.
사진의 플람쿠헨이 너무 맛있어서 근접샷을 남겨왔다. 바짝 구웠지만 드물게도 어느 곳도 타지 않은 얇은 도우 위 듬뿍 올린 사워크림과 쭉 늘어나는 치즈, 잘게 썰어 적당히 익은 양파와 베이컨까지 완벽한 조합이었다.
독일과 프랑스 등지에는 인정하기 싫을 사람이 많겠지만 인터넷의 많은 자료에 따르면 플람쿠헨의 고향이 바로 옛 바덴 공국, 즉 현재 독일의 바덴 지방인 바덴바덴-칼스루헤 지역이라고 한다.
독일에서 단 한 번 식사용이 아닌 디저트용 애플시나몬 플람쿠헨을 주문하는 모험을 해 봤다. 보통은 독일에서 외식을 할 때 모험 따위는 하지 않지만 이 브루어리는 구글 별점이 아주 높은데 리뷰한 사람 수도 많고 축제가 열리는 주말이었는데도 꽤 붐비고 있는 데다 플람쿠헨의 고향 지역이기도 해 특이한 메뉴를 시도해 봤는데 그 브루어리에서 직접 양조한 흑맥주와 함께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왔다. 그런데 저런 조합으로 주문하는 사람은 없는 건지 주문을 받는 분이 „Sie sind sicher???(확실해요???)”라고 여러 번 되물었다.
레스토랑이 아닌 카페에서 플람쿠헨을 주문하면 가격이 싼 것도 아니면서 왠지 재료가 덜 들어가 폭신한 크림과 풍부한 치즈가 느껴지지 않아 실망하게 된다. 슈투트가르트가 있는 옛 뷔르템부르크 공국 지역 또는 슈바벤 지역에서는 플람쿠헨이 지역 전통 음식이라고 (아주 강력히!) 주장한다. 그런데 이 지역 사람들에게 다른 전통 음식의 유래를 물으면 TED Talk를 할 기세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플람쿠헨에 대해 물으면 잘 모른다며 얼버무리는 것으로 봐서 원래부터 이 지역에서 유래한 음식은 아닌 것 같다는 내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슈투트가르트의 이탈리아 음식점에서 얇게 만든 이탈리아식 포카치아 위에 토핑을 올려 플람쿠헨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기에 궁금해서 주문해 봤는데 아주 맛있었다. 위 사진처럼 저런 토핑이 저 정도 양으로 올려져 있으면 맛이 없을 수가 없긴 하다.
프랑스 알자스 지방에서도 플람쿠헨을 지역 전통음식으로 취급하지만 이름은 독일식 플람쿠헨 대신 프랑스어로 플람베(flambée)라고 한다.
알자스 지방의 중심 도시 스트라스부르는 프랑스와 독일 국경에 위치하고 있으며 스트라스부르 시내에서 트램을 타고 독일 국경 지역의 켈(Kehl)에 곧장 갈 수 있을 만큼 독일에 근접해 있다. 게다가 독일 바덴 지방의 중심지인 칼스루헤와는 독일의 이체에(ICE)나 프랑스의 떼제베(TGV)로 약 15-20분 거리인 만큼 음식 문화에 있어서도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음에 분명하다.
이 지역의 프랑스인들은 플람베의 기원을 두고 지역감정과 국가 간 감정까지 더해 자존심을 건 승부를 벌이고 있는데 지역의 많은 레스토랑은 ‘플람베의 원조 스트라스부르에서 먹는 정통 플람베의 맛!’같은 구호를 내걸고 마케팅을 한다. 그리고 이 지역이 고향인 프랑스인에게 플람쿠헨이 독일 음식이라고 하면 플람베라고 고쳐주며 작은 싸움이 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러지 않는 것이 좋다. 대체적으로 프랑스의 플람베는 독일보다 크림은 적게 쓰면서 치즈를 풍부하게 쓰는 경향이 있어 개인적으로는 이쪽이 더 좋았지만 프랑스와 독일 모두에 속하지 않는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버전의 플람쿠헨을 맛볼 수 있어 좋았다.
플람쿠헨을 만드는 법 (프랑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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