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식문화를 축제에서 엿보다
독일 생활의 꽃은 축제라고 할 만큼 내가 살던 슈투트가르트에는 축제가 많았다. 특히 해가 길어지는 6-10월에는 거의 매주 축제가 열렸다. 그리고 11월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있고 연이어 크리스마스 마켓이 연말까지 열린다. 3월 하순부터는 또다시 봄 축제 등등 온갖 제목으로 또다른 1년의 축제가 시작된다.
독일 축제에는 평소에 자주 볼 수 없는 음식들을 파는 부스가 많이 설치되는데 특히 내가 갔던 2018년 여름 축제는 세계화가 테마였는지 브라질, 헝가리, 체코, 이탈리아, 에티오피아 등 생각지도 못한 많은 국가의 부스에서 이색 음식과 전통주를 팔았다. 나는 이탈리아 부스에서 바로 위 사진에 나온 감자뇨끼, 아란치니 그리고 티라미슈를 먹었는데 대체로 티라미슈는 이탈리아 음식점에 가서 식사를 하지 않으면 보기 힘든 케잌이라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지금 보니 뭔가 이상한 모양이긴 한데 그 당시에는 2년만에 먹는 티라미슈라 정말 맛있게 먹었다. 독일인에게 “독일에서는 티라미슈를 파는 곳을 찾기 힘들다”고 하면 그렇지 않다며 끝까지 반박하고는 “우리는 티라미슈를 집에서 만들어 먹기 때문에 굳이 밖에서 찾아다니지 않아. 하지만 독일에서 어딜 가든 티라미슈를 사 먹을 수 있는 곳이 많을 거야“라고 한다. 그러나 베를린이 아니고서야 일반적인 베이커리나 카페에서는 티라미슈를 볼 일이 별로 없다. 언젠가는 티라미슈가 너무 먹고 싶어서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가서 티라미슈와 와인 한 잔만 주문했는데 식사는 안 시키냐며 눈치를 줘서 다시는 그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위 사진은 슈투트가르트 로컬 브루어리(맥주 양조장) 잔발트의 목넘김에서 강한 레몬향이 났던 밀맥주와 포이어바흐라는 동네의 유명한 버거하우스가 출장 와서 팔던 수제버거이다. 햄버거가 독일의 함부르크에서 유래했다는 말도 있는 만큼 독일에서 꼭 수제버거를 먹어 보고 싶었다.
위 사진은 야생 송아지나 야생 돼지고기를 통째로 구워 파는 곳인데 구워내는 고기 종류는 날마다 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왠지 별로 안 내켜서 딱 한 번 먹어 봤는데 누린내를 잡기 위한 양념 맛이 너무 강했다. 그리고 통구이 방식으로 요리하는데도 고기에 왜 이렇게 기름이 많은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건 슈투트가르트 전통 요리인 아이어슈페츨(Eierspätzle)이라고 하는데 달걀 노른자로 만든 면을 삶아서 녹인 치즈를 가득 묻힌 후 구운 양파를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가끔은 저 위에 베이컨 조각을 뿌리기도 한다. 독일어로 Eier(아이어)가 달걀의 복수형이고 슈페츨이 저 면을 뜻하는데 흔히 보는 파스타면보다 더 굵고 꼬불거리고 쫄깃하다. 축제에서 배를 채우기 좋은 데다 다른 음식보다 싸기까지 해서 자주 먹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선 시내 중심가에서 지하철로 한 역 떨어진 바트 칸슈타트(Bad Canstatt)에서 매년 맥주 축제가 열리는데 이 해에는 슈투트가르트 맥주 축제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중심가인 슐로스플라츠에서도 축제가 열렸다. 슈투트가르트의 바트 칸슈타트는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인 메르세데스 벤츠의 공장과 자동차 뮤지엄 및 슈투트가르트의 축구팀인 VfB Stuttgart의 홈구장이 있는 곳이다.
사진 뒷편에서 지글지글 굽히고 있는 소세지는 몇 년이 지난 지금 다시 봐도 탐스럽다! 슈투트가르트가 아닌 다른 지역의 축제에 가면 사진 속 소세지와는 또 다른 종류의 많은 소세지를 판다. 슈투트가르트에서는 사진에 보이는 굵고 짧은 Rotewurst(호테부어스트: 빨간 소세지)와 Bratwurst(브핫부어스트: 흰 소세지인데 그릴에 구움)가 축제 단골 메뉴인데 그릴에다 바로 구워주는 뜨거운 소세지를 한 입 깨물었을 때 입안에서 톡 터지는 소세지의 맛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뮌헨의 축제에서는 여러 재료를 섞어 만든 소세지와 Käsewurst(케세부어스트: 치즈 소세지), 그리고 1m가 넘는 길고 가는 소세지를 먹을 수 있다. 특히 1m가 넘는 소세지는 긴 흰 빵 속에 넣어주는데 빵과 함께 베어물었을 때 입안을 가득 채우는 소세지의 육즙과 흰 빵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사진 속 컵은 슈투트가르트 맥주 축제 200주년을 기념하는 컵으로 한국까지 들고 왔지만 아까워서 맥주를 따라마시기는커녕 장식장에 올려두고 구경만 하고 있다.
사진 속 컵은 2018년 슈투트가르트 맥주 축제를 기념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되었는데 안타깝게도 반출 금지라 기념품으로 집에 들고 올 수 없었다.
독일에서 슈바인학센은 한번쯤 꼭 먹어볼 만 하다. 슈바인(Schwein)은 독일어로 돼지를 뜻하고 학센(Haxen)은 돼지 다리와 발 사이-대충 종아리에 해당하는 부위로서 슈바인학센(독일어로는 Schweinshaxe:슈바인스학세)을 풀이하면 돼지 종아리라는 뜻이다. 어떤 지역에서는 아이스바인(Eisbein)이라고도 하는데 내가 살던 곳에서는 항상 학센이라고만 했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맥주축제에는 항상 있는 메뉴인데, 우리나라의 족발에 곧잘 비교되고는 하지만 슈바인학센은 온갖 양념을 한 후 오븐에서 꼬챙이에 꽂은 채로 돌려 굽기 때문에 겉면의 껍질은 딱딱하지만 고소하고 껍질 속 살코기는 부드러운 육즙이 흘러나온다. 말 그대로 겉바속촉이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지 않는 독일 튀빙엔에서는 12월 초에 일주일간 초콜릿 축제가 열린다. 튀빙엔이 내가 살던 슈투트가르트와 약 50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서 이 축제에는 독일에 사는 동안 거의 매년 갔다. 여기는 평소에 보기 힘든 온갖 초콜릿 관련 제품이 나오는데 위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초콜릿 살라미도 있고 보드카에 초코시럽을 타서 만든 게 아닌가 싶은 초코 리큐어도 있고 초코 글뤼바인(과일과 향신료를 넣고 끓인 크리스마스 와인)도 판다. 초콜릿 살라미는 정말 궁금했는데 사는 사람을 한 명도 못 본 데다 보통 살라미의 3-5배 가격을 자랑했는데 혹여나 맛이 없을 경우 경험치라고 하기엔 너무 큰 지출이라 먹어보지 못했다.
위 사진은 이름이 기억나지 않지만 밀가루가 아닌 젤라틴을 함유한 투명하고 점성이 있는 반죽 안에 자두잼이나 딸기잼을 넣은 후 위에 시나몬가루를 뿌리고 연유에 푹 적셔 먹는 디저트가 있는데 여태 먹어본 것들 중 제일 단 음식이다. 주문하기 전에 설명을 듣긴 했지만 수많은 독일인들이 줄지어 이걸 먹고 있길래 호기심에 시도해봤는데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썩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게다가 하필 같이 주문한 글뤼바인도 달아서 혀에 감각이 없어질 정도였다! 독일에서는 축제가 아닌 평상시 저 음식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체코인과 슬로바키아인에게 사진을 보여주니 집에서 가끔 먹는다는 대답을 들었다.
번외편으로 체코 프라하의 여름 푸드 페스티벌에서 먹었던 조지아식 돼지고기 요리!
나는 체코어나 조지아어를 못하고 푸드 페스티벌의 조지아인은 영어를 잘하지 못해서 돼지고기의 어느 부위를 요리한 건지는 못 들었지만 아주 쫄깃했다.
*모두 직접 찍은 사진이므로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