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이 있는 독일 유명 휴양지 바덴바덴 여행
2천년 전 로마 제국의 귀족들이 대리석으로 온천을 건설했던 독일 남서부 소도시 바덴바덴(Baden-Baden)은 중세와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명사들이 휴가를 보낸 곳으로 유명하다. 더군다나 작년인 2021년 여름에는 바덴바덴의 온천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기까지 했던 만큼 전 세계에서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곳이다. 그런 바덴바덴이 마침 내가 살던 슈투트가르트 근처에 있어 궁금한 마음에 당일치기로 가 봤다.
아침 버스를 타고 바덴바덴에 도착하니 너무 이른 시간에 온 건지 문을 연 곳이 한 군데도 없고 구시가의 거리도 텅 비어 있었다. 게다가 온통 흐린 날씨였는데 분지 지형에다 높은 건물이 몇몇 보이는 대도시인 슈투트가르트를 기준으로 옷을 입고 와서 추위에 덜덜 떨며 이런 날씨에 도저히 밖에 있을 수 없어 하루의 첫 일정으로 온천을 찾아갔다.
역시 예로부터 유럽의 부유한 명사들이 모여들었다는 곳답게 사진 속 산책로 양옆으로 에르메스, 에스까다 등 명품샵이 늘어서 있어 여태 가 봤던 다른 유럽 도시와는 다른 점을 실감했다. 저 때는 심지어 슈투트가르트에도 에르메스가 들어와 있지 않았는데 인구 수가 슈투트가르트의 반도 안 되는 바덴바덴에는 에르메스 상점이 떡하니 있었던 것이 아주 놀라웠다.
온천에서는 수건과 수영복을 가져가지 않으면 대여해주는데 나는 수영복과 일회용 샴푸 및 샤워젤 샘플을 챙겨 가서 초대형 샤워 타월을 대여했다. 온천에 가장 적게 머무르는 2시간권이 있긴 했지만 2시간권 바로 윗단계가 4시간도 6시간도 아닌 3시간권인 것이 왠지 수상해서 온천+사우나 콤보로 3시간권을 결제했다. 하지만 아무리 온천이 좋다 해도 지겨울 텐데 어떻게 그 안에서 3시간이나 있을 수 있나 싶어서 로비에 물어보니 모두들 3시간은 너무 짧다고 생각해서 시간을 초과하거나 도중에 연장하는 사람도 많고 주말에는 종일권이 잘 나간다고 했다.
이렇게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는 온천인데 이른 시간이라 텅 비어 있기도 하고 아주 넓어서 좋았다. 같은 층에 수영복을 입고 들어갈 수 있는 간이 사우나도 두 개 정도 있고 김이 펄펄 나는 노천탕도 있어서 실외와 실내를 들락날락하며 텅 빈 풀에서 수영도 하고 바깥에서 맑은 공기도 마시고 물멍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온천 안에는 이렇게 레스토랑도 있는데 온천에 입장할 때 받은 카드키로 결제하고 집에 갈 때 로비 매표소에서 계산하면 된다. 바로 윗층에는 온천에서 계단을 통해 밖으로 나가지 않고 바로 올라갈 수 있는 사우나가 있는데 문 앞에서 대충 보기로는 건식, 습식을 포함해 방이 다섯 개 정도 있는 것 같았지만 수영복을 입고 수건으로 몸을 감싸고 있다는 이유로 사우나가 있는 층의 출입을 금지당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수건으로 몸을 감싸지도 않고 다 벗은 상태로 함께 사우나를 즐기는 게 독일의 문화니 이렇게 다 가린 상태로는 들어올 수 없다는 게 사우나 층 직원의 설명이었다. 내가 지불한 입장료에 사우나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뼈아팠지만 더 잘 알아보고 가지 않은 데 대한 멍청비용을 지불한 셈 치고 사우나를 포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우나를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온천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낸 탓에 제한시간인 세 시간을 꽉 채워서 부랴부랴 샤워를 하고 급하게 머리를 대충 말리고는 로비까지 뛰어갔다. 아슬아슬하게 시간에 맞췄는데 감사하게도 로비에서 추가요금을 받지 않을 테니 머리를 마저 말리고 나오라며 다시 들여보내 주었다.
다 씻고 나와서 로비에서 수건을 반납하고 온천을 떠날 때 마지막으로 신선한 온천수로 물병을 채워 가라는 의미로 로비에 이 수도꼭지가 있다. 나는 마시지 않았지만 내 앞에 있던 영국 노부부 일행은 제각기 서서 손으로 물을 받아 마시고 있었다.
아침 8시 반에 입장해서 온천을 나서니 정오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기 위해 미리 찾아 둔 근처 호텔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