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처럼 '나'의 '호'를 묻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한숨을 쉬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나도 잘 모르겠어서 그게 문제야."라고 말하곤 했다.지금 하고 있는 일을 내가 좋아하는 건 아니고 계속하고 싶은 일이 아닌 것도 알겠는데 도대체 그래서 뭘 하고 싶은 건지 그 답을 찾지 못해서 답답했다.그러다 좀 더 업무강도나 근무시간적으로 워라벨이 좋아 보이는 곳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고 처음엔 그럭저럭 괜찮았다.
하지만 결국 답을 찾지 못했던 위의 질문들을 또 하게 되었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은 눈덩이처럼 커져만 갔다. 과거의 내 모습과 지금의 내가 다른 것이 있다면,과거에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몰라서 헤매었고 지금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는 좀 더 선명해졌는데 아직 용기가 나질 않아 망설이고 있다. 여태껏 모두 가고 싶다고 생각해서 선택한 직장이었지만 막상 그 안에서 일을 하면서 내가 원했던 일이 아니었고 업무 특성이 나의 성격이나 성향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새로운 시작을 두려워하고 여러 현실적인 제약을 핑계 삼아 앞으로 나아가지도 그렇다고 좋아하는 일을 놓지도 못하고 있다.
나는 왜 원해서 선택한 직장에서 만족하지 못할까?, 질문을 던져보았다. 우선, 직장과 직업은 다르다는 것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아무리 조건과 기타 여러 환경이 좋은 직장도 업무나 조직 문화가 개인의 성향과 적성에 잘 맞는지는 보장할 수 없다. 둘째로, '나'라는 사람을 아직 제대로 다 알지 못했다. 사람에 따라 업무나 문화 적합도가 낮아도 직장의 조건이 좋으면 충분한 원동력을 갖기도 하지만 난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는 걸 몇 차례의 직장 경험을 통해 깨닫고 있다.
그리고, 처한 환경이 바뀌면 사람의 성향도 언제나 고정불변일 수 없다는 점이다. 대학교 졸업 후에 처음 직장을 구할 때는 20대의 싱글이었고 무언가를 판단하는 기준의 범주가 '나' 위주였다면 결혼 후, 아이 출산 후에는 생각하는 범주가 더 이상 나 한 사람에만 머물 수 없고 가족으로 확장되었다. 20대의 싱글인 시절엔 외향형에 가까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가족이 생기고 오히려 내향형에 가까워졌다.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에너지가 충전되고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직업을 고려할 때도 우선순위에 놓는 가치가 많이 변화했다.
읽고 쓰는 삶, 이를 기반으로 하는 직업을 갖고 싶은 마음이지만 아직 구체화된 그림을 갖고 있지 않기에 자신 있게 "난 이걸 할 거야."라고 말하지 못해 마음 한 구석이 종종 조금 아리다. 기존 직장을 다니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은 취미나 부업으로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은 오히려 본업을 할 때 받았던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하고 본업이 있으니 부담감을 내려놓고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한다. 좋아하는 일이 업이 되는 순간, 그 일이 더 이상 마냥 즐겁지만은 않게 된다고 한다.
어떤 일을 '좋아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사전에 따르면 아래와 같다.
1. 어떤 일이나 사물 따위에 대하여 좋은 느낌을 가지다.
2. 특정한 음식 따위를 특별히 잘 먹거나 마시다.
3. 특정한 운동이나 놀이, 행동 따위를 즐겁게 하거나 하고 싶어 하다.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 일을 하고 싶은 이유를 생각하다 보면 정말 그것이 하고 싶은 일인지 헷갈리고 자신이 없어질 때가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면언제나 기쁘고 행복해야만 할 것 같고 귀찮거나 나중으로 미루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야 한다는 다소 극적인 기준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좋아해서 하고 싶은 일을 주업으로 삼게 되면 늘 즐겁고 기쁘기만 할 수 없다는 말속에서 모순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것이 취미로만 남거나 본업이 아니어도, 누구에게나 장단점이 있는 것처럼 좋아하는 것에도 좋아하는 마음이 크긴 해도 가끔 거리를 두고 싶어지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부정적인 감정이 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게 되고 다시 돌아가고 싶어 진다면 충분히 '나는 그것을 좋아한다.'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랑하는 연인이랑 잠시 다퉜다고 모두 다 헤어지는 것이 아니고 너무 좋아하는 레스토랑도 매일 가면 가끔 질리기도 하는 것처럼. 잠깐 좋아하는 일로 인해 힘들었어도 그뿐이다. 그것이 주는 기쁨이 훨씬 더 크기에, "뭘 좋아해요?"라는 질문에 더 이상 확신 없이 망설이지 않기를 바란다. 좋아한다는 말에, 지금은 약간 지겹다거나 잠시 미루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느껴져도 괜찮다. 시간이 흐르면서 좋아하는 일이 바뀐다고 이상한 것도 아니다. 이 세상에 고정 불변한 일들이 훨씬 더 적지 않을까? 이런저런 고민과 제약들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마음을 놓을 수 없어, 앞으로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알 수 없지만 오늘도 이렇게 글을 써 내려간다.
누구나 자기 마음속을 잘 들여다보고 계속해서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다 보면 희미해서 잊고 있었던 꿈들이 피어날 것이다. 그 신호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우선 한 걸음을 내디뎌보자. 그 한걸음이 또 다른 걸음을 이끌고 계속해서 방법을 찾아보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