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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수 Feb 20. 2022

죽은 사람에게 허용되지 않는 유일한 것

Carpe diem

 얼마 전 류시화 작가의 '시로 납치하다'에서 루이스 글릭의 '애도'라는 시를 접했다. 아래는 그 시에 대한 류시화 님의 해설 중 일부이다.


"애도는 죽은 자에 대한 감정이다. 그런데 만약 살아 있는 당신이 애도를 받는다면? 당신이 살아 있어도 진정으로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 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그것이다. 죽은 다음에 당이 아무리 좋은 평가를 받는다 해도 죽은 당신에게 유일하게 허용되지 않는 일은 '지금 이 순간 살아 있는' 일이다. 따라서 지금 이 순간에 살아 있는 것만큼 '운 좋은'일은 없다. 그 운 좋은 순간들을 놓치고 있다면 실로 애도받을 일이다."


나는 지금 그 운 좋은 선물을 누리고 있다. 눈이 감기고 피곤하고 힘에 부쳐 울적한 순간에도 살아서 인생을 만들어 가고 있다. 기쁨과 행복, 즐거움만 느끼고 싶다는 생각도 종종 아니 그보다 자주 하지만 어려움이나 슬픔, 지치는 기분을 느끼는 것도 산 자만의 특권이라는 것이 새삼 와닿았다.


살아 있기 때문에 어려움을 이겨낼 힘도 얻을 수 있고, 지루한 시간 뒤에 다가오는 큰 기쁨도 만끽할 수 있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묵묵히 나아가자'라고 매번 다짐해도 금방 일희일비하게 되는데 어찌 보면 그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고 인정하면서 많은 기쁨(희)을 느끼기 위해 더 노력하게 되는 건 아닐까.

끝없는 슬픔(비) 속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면 슬퍼하는 것도 삶에 필요한 자양분이 될 거라 합리화해보기도 한다.




박현숙 작가는 저서 '약속 식당'에서,


"불투명한 다음 생의 존재보다는 지금 내 손에 있는 현재, 보고 만질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쪽을 택했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지키기 위해 약속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이 아닌 지금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금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해야 한다. 조금은 부족하고 모자라더라도 내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면 그것으로 된 거다."


라고 말한다. 결국 우리가 무언가를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시간은 지금이다. 과거는 바꿀 수 없고 미래를 확정 지을 순 없지만 '현재의 나'를 만든 과거를 통해 배울 수 있고 '원하는 미래의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책에서의 약속은 타인과의 약속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난 스스로와의 약속을 언급하고 싶다. 특히, 현재의 내 모습과 미래의 원하는 자신과의 간극이 크다면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럴 때 어떤 내가 되고 싶은지 약속하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 된다. 다음으로 미루지 말고 현재 발 딛고 서있는 곳에서부터 출발하면 어느덧 한층 더 원하는 미래에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지금을 아끼고 다음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기를 나 스스로에게도 바라며,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의 명대사로 오늘의 글을 마무리해본다.

"Carpe diem!"

"그 누구도 아닌 자기 걸음을 걸어라. 나는 독특하다는 것을 믿어라. 누구나 몰려가는 줄에 설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걸음으로 자기 길을 가거라. 바보 같은 사람들이 무어라 비웃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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