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희일비했던 지난한 취준생의 시기를 지나 드디어 합격의 기쁨을 누리던 나날,부푼 마음을 안고 신입직원 교육 첫 날을 기다렸다.'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함께 하게 될 동기들이 궁금했고 나와 단짝 같은 인연이 될 사람은 누구일지 설렜다. '내가 일하게 될 회사는 어떤 모습일까?', 바깥에서 언론을 통해 접하는 모습이 아닌 직접 직원으로서 내부에서 바라볼 회사의 모습에 벌써부터 들뜬 마음이었다. 방학 때 잠시 대학생 인턴으로 방송국으로 출퇴근했던 경험을 제외하곤 인턴 경험이 전무한 채 맞이하는 사회생활이기에 마치 대학교에 입학할 때만큼이나 철없이 설렜다.
첫 직장은 기본적으로 출퇴근을 하면서 신입직원 교육을 진행하였고 교육 기간 중간에 2박 3일 정도의 합숙 연수가 있었다.교육기간은 '회사라는 곳은 천국이구나!'하고 생각할 정도로 만족스러웠고 그동안 마음고생한 시간들이 충분히 가치 있게 느껴졌고 그 이상으로 보상받는 기분이었다.교육을 진행해주시는 강사님들과 선배님들은 너무나도 친절했고 어떤 분은 신입직원들에게 아이돌 같은 인기를 누렸다. 퇴근 시간은 칼같이 지켜졌고 동기들과 삼삼오오 모여 저녁시간을 마음껏 즐기곤 했다. 심지어 아직 업무를 하지 않고 교육만 받는데도 월급도 따박따박 들어왔으니 매일매일이 즐거웠고 다음날 아침 출근이 기다려졌다.
천국의 피날레는 2박 3일의 합숙 연수였다. 연수원이 좀 오래되어 샤워를 찬물로 했던 날조차도 동기들과의 대화에 마냥 즐거웠고 함께 협력해야만 달성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하면서 애사심은 날로 깊어졌다.그렇게 전체 교육기간이 끝나고 면담을 통해 앞으로 일하게 될 부서가 정해졌고 각 부서에 필요한 세부 교육들이 진행되었다. 비록 가장 희망했던 부서로 배치되지 않았지만 그 사이 친해진 몇몇 동기들과 같은 부서로 발령받았기에 크게 낙담하진 않았고 '잘 해내가리!'의지를 다졌다.그 당시 그 부서를 총괄하신 상무님이 여자였던 점은 '나도 이 회사에서 커리어를 쌓아 임원이 되어야지!'란 생각을 더욱 고취시켰다. 그 당시의 난 그곳까지 도달하기 위한 힘든 과정은 볼 수 없었기에 어려움에 대한 각오 없이 희망차고 밝은 결괏값만 보았던 것이다.
기업들이 그룹 합숙 연수를 왜 하는지 더 잘 느끼게 된 것 세 번째 직장에 입사한 후였다.여러 계열사들의 신입직원들을 모아 그룹 연수원에서 보름 정도씩 합숙 교육을 진행했고 그 이후에 각 계열사별로 간단히 OJT 기간을 갖고 업무에 투입시켰다.두 번째 직장을 인턴으로 5개월 정도 다니면서 첫 번째 때보다 힘겹게 구직활동을 했던 터라 세 번째 회사에 입사할 때는 갓 대학을 졸업했을 때보다는 사회생활의 쉽지 않은 현실을 좀 더 깨달은 후였음에도 합숙 연수의 효과는 마법 같았다.또다시 어느 반의 지도선배가 멋있고 예쁘고 착한지가 화두였고 뮤지컬, UCC 만들기, 단체율동, 등산 등등 협동심이 필수적인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 하면서 소속감이 생겼고 조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돌이켜보면 애사심과 소속감을 고취시키는 데는 탁월한 방법이지만 이런 신입 교육은 부서에 배치받고 실제 업무에 투입되면서 현실과의 괴리감만 넓힐 뿐이었다.오히려 현실에서 어떤 어려움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며 그러할 때 어떤 식으로 대처하고 극복해나가면 좋을지 이미 경험해 본 다양한 연차의 선배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1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안에 그만두는 MZ세대 직원들의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이유도 막상 겪어보니 이 괴리감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세 번째 직장을 제법 오래 다녔다.
바깥세상에 홀로 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회사를 다니면서 마음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소란보다 컸기 때문이다. 회사는 맘에 들지 않는 부분도 많지만 적어도 단점이 무엇인지 예측 가능한 범주 안에서 파악할 수 있고 나름 회사 안에는 낭만도 있다.
'그래도 우리 회사는 좋은 점도 많고 점점 더 기업문화도 좋아지고 있잖아.' '이만한 곳 찾는 것도 쉽지 않아.'
힘든 날일 땐 오히려 좋은 점을 찾아내려고 노력했다. 어쨌든 신입직원으로서 시작은 꿈과 희망이 가득한 낭만이 있었고 이제는 어느 조직이나 낭만만이 가득할 수는 없다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유난히 지친 날엔 그저 '이 또한 지나가리다..'를 마음속으로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