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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화 Dec 01. 2021

길을 잃은 중년여성들에게

나 자신을 꼭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해요. 

 저희 병원은 40대 중후반부터 70대까지 중년 여성들이 많이 방문하시는 편이세요. 이전에는 10~30대의 성에 대한 고민을 진료실에서 자주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지금 직장에서는 오히려 중년 여성분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어떤 고민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자기 일이다 생각하면 답도 잘 안나오고 문제도 더욱 커 보이는데요, 병원에 오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제 3자 입장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이 보이거든요. 물론 해결 방안이 있다고 해도 결코 쉬운 것은 아닙니다. 결국 자신의 노력이 몇 배로 필요하고 지금까지 살았던 나의 삶의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하거든요. 젊은 친구들은 확실히 이런 해결 방법에 유동적이고 개방적이어서 쉽게 바뀔 수 있지만 문제는 40년 넘게 살아온 우리 어른들은 그 동안의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거나 잘 바꾸려고조차 하지 않아요. 해결 방법을 이야기해도 핑계거리만 찾는 경우들도 많아서 안타까울 때도 많습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날 때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어제도 한 고객분이 저희 병원을 방문해주셨어요. 50대 중반의 여성분이었고, 자궁근종이 있어서 저희 병원 HIFU 치료를 목적으로 오셨죠. 초진 방문시에 저는 고객님들의 정보를 최대한 많이 얻고 니즈(needs)를 파악하기 위해 많이 질문을 드리는데요, 근종치료가 일차적 목적이긴 하셨지만, 속으로는 본인이 성감이 떨어지고 성욕 자체가 없다는 부분을 평상시에 가장 크게 고민을 하시고 계셨어요.  이 분의 경우는 소위 '이쁘니 수술'이라고 하는 질 축소술, 음핵표피 제거술 등 여러 수술적 교정도 이미 다 하신 분이셨어요. 그런데도 뭔가 썩 만족스럽지 않은 상태신거죠. 



선생님, 저는 한번도 오르가즘을 느껴본 적이 없어요. 제가 이상한 건가요? 





  결국 나중에는 속깊은 고민들을 다 꺼내 놓으시더군요. 사실 이런 주제, 어디가서 이야기하기 어렵잖아요.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은밀한 나으 성활동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한다는 것은 쉽지 않고, 고만고만한 사람들끼리 이야기해봤자 뭔가 명확한 해결방법도 없고, 그러다보면 그냥 다들 이렇게 사나보다...하고 결론을 짓거나 아니면 나쁜 유혹에 빠지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항상 이야기합니다. 전문가에게 상의를 하시라고요. 이럴 때를 대비해서 전문가들이 있는 거고, 이들은 관련 분야를 성인이되서 평생 공부한 사람들이니 감정적으로 즉흥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좀더 명확한 솔루션을 제시해 줄 수 가 있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진 사람들인거죠. 



  젊은 시절, 연애하다가 나이가 차서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겨서 낳고 키우다 보면 우리는 금새 폐경인 50세가 넘어버리게 되요. 어느 정도 가정도 안정적이고, 아이들도 다 크고, 경제적으로도 가장 안정이 되는 시기가 되고 나서 정신을 차려보니 폐경이 되어있던 거죠. 대체적으로 남편들은 성 활동이 여전히 활발하고, 성욕도 높은 편이에요. 그래서 부부관계도 더 자주 맺고 싶어하고요. 그런데 여성인 우리 자신의 몸이 안따라주는 거죠. 나이 먹으니 군살도 찌고, 쳐지고, 출산으로 인해 질 이완도 생기고, 폐경이 되고 나서 질 위축으로 인한 건조증도 생기고...  부부관게 할 때마다 질 건조로 인해 통증도 생겨서 더욱 성욕구가 생기지 않게 되고, 결국 성관계를 피하게 됩니다. 반복적으로 성관계를 피하다 보면, 육아를 끝내고 뭔가 여유를 찾게 되는 시기에 오히려 부부관계가 나빠지는 쪽으로 흘러가기도 해요. 최악은 한쪽의 외도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재에 여성은 폐경 이후 40~50년을 더 살아가게 되요. 즉, 거의 인생의 반 정도의 시기를 폐경 이후로 보내야 하는데, 만족스러운 성 생활을 하지 못한채 4~50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우울한 일이 아닐 수 없죠. 게다가 설사 50~60대가 되더라도 최근 우리 여성들은 여전히 여성성을 지니고 있고, 아름답고, 사랑받고 싶고, 건강하고 활발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정신적 나이는 더욱 젊게 사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러다보니 뒤늦게 자괴감이 드는 거죠. 



 이 시기의 여성들은 출산과 성활동을 이미 많이 해보신 분들입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이 부분이 독이 되기도 해요. 충분히 성관계를 해봤는데도 여전히 즐겁지 않다는 것이 "나는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하고 원래 성감이 없는 사람이다."라고 쉽게 본인을 규정짓게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 나눠져 있다는 점이에요. 종이에다가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들을 쭉 나열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중 포기할 건 얼른 포기해버리고 바꿀 수 있는 것들을 시도해보세요. 물론 쉽지는 않을 겁니다만,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꾸지 않습니다. 성에 대한 기쁨을 모른 채 4~50년을 살다가 죽는것과 내 몸이 주는 기쁨을 찾고 진정한 나 자신을 찾아내어 행복하게 사는 인생, 여러분이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실 수 있어요. 과연 어떤 삶이 좀더 풍요로운 삶이 될까요?



 많은 분들이 진료실에서 하시는 이야기를 듣고 좀더 진지하고 깊게 이런 주제로 이야기해 보고 싶었습니다. 이번 글로만 모든 것을 이야기하기엔 방대한 주제라서 추후에도 또 정리를 해보려고 해요. 분명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은 있습니다. 그 방법들을 찾아서 여러분들이 좀더 자유로운 삶을 사셨으면 좋겠어요. 우리의 삶은 소중합니다. 그리고 나 자신이 행복해야 우리 가정도, 자녀들도 행복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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