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자녀 관계, 가정이란 울타리는 정말 중요합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매우 흥미롭고 놀라운 TV 프로그램을 하더군요. 바로 MBN의 <고딩엄빠>라는 프로그램입니다. 여러분 혹시 보신 분들 계실까요? 저는 TV가 없어서 보진 못했습니다만 관련된 기사가 많이 나서 기사로 프로그램을 접했습니다. 예전의 꽉 막히고 부정적으로만 보던 미성년자 성 문제를 차라리 오픈하고 양지로 끌어올려 이야기해보려는 시도가 매우 신선했습니다. 언제까지나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현재 미성년자들의 섹스는 꽤 흔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임신 문제도 숨겨져 있을 뿐이지 계속 발생하고 있지요. 저는 그 프로그램에 나온 미성년자 부부가 그래도 끝까지 아기를 책임지고 키우는 부분에 있어서는 정말 칭찬해주고 싶고 박수를 쳐 주고 응원하고 싶었습니다. 단, 물론 현실적인 어려움들은 여전히 남아있겠지만요. 이 부분에 대해서 차라리 아이들에게 대놓고 알려주고, 섹스와 임신은 현실임을 교육시켜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미성년 첫 성경험에 대한 자료를 리서치 하고 성교육 교재 원고를 작성하다가 매우 흥미로운 논문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가 초기 성경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연구한 논문이었어요. 궁금했던 부분들도 이미 외국에서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연구들이 이루어지길 마음 깊이 바래봅니다. 이 논문을 읽으면서 원고를 정리하던 중에 여러분과도 논문을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 싶어서 포스팅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만 16세 이하의 첫 경험을 조기 성관계 개시로 정의하고 이 조기 성관계 개시와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를 평가한 논문으로 네덜란드인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논문이에요. 2016년도 11월 세계소아과학회 (Pediatrics) 저널에 게재되었습니다. 그래도 꽤 최근의 논문이네요. 원래 아이를 도맡아서 키우는 건 주로 엄마가 하게 되기 때문에 아들이든, 딸이든 성교육에서 엄마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죠. 그런데 최근에는 아빠의 역할에 대해서도 좀더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와 청소년 자녀와의 관계가 과연 청소년의 섹스 개시에 대해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말이죠. 궁금하지 않나요?
조기 성관계 개시 = 만 16세 이하에서 첫 경험이 이루어지는 것
이 연구는 시기를 둘로 나눠서 진행했어요. T1 시기는 2008~2009년, T2 시기는 2010~2011년 이렇게 말이에요. 각각 T1에는 8272명의 학생을, T2에는 3184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추적관찰을 하였다고 합니다. 이 중 각각 엄마, 아빠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설문지를 통해서 그 관계의 질(Quality)을 측정했어요. 예를 들면,
Do you feel close to your mother/father?
(엄마/아빠와 가깝다고 느끼니?)
Do you share your thoughts and feelings with your mother/father?
(엄마/아빠와 네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니?)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래서 완전히 부정이면 0점, 어느 정도 부정이면 1점, 어느 정도 인정하면 2점, 강하게 긍정하면 3점으로 관계의 질을 나누어 측정했습니다. 또한 부모의 자녀에 대한 감시, 모니터링은 잠재적 교란자로 포함되었고, 부모가 청소년의 행동을 모니터링하는 수준으로 평가했는데 이는 Family Attachment Scale을 이용하여 평가하였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오직 엄마-딸 과의 관계가 좋은 여자 청소년들(아들래미 아님!)에서 조기 성관계 개시를 할 가능성이 낮다는 결과가 나왔네요. 더 나아가 아버지와의 관계가 더 좋은 여학생과 남학생 모두 조기 성관계 개시를 할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았다고 하네요. 즉, 엄마와 아빠의 역할은 모두 중요하지만 특히 엄마-딸 관계가 가장 유의미하게 조기 성관계를 막을 수 있다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통계적으로는 아빠와 청소년 자녀와의 관계는 조기 성관계 개시와 전혀 유의미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이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모두에게도 해당되었습니다.
물론 아빠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조기 성관계 개시에 대해서는 엄마의 역할이 두드러지게 중요하며 이는 특히나 엄마-딸 관계에서 더욱 유의미한 의미를 가졌습니다. 이 결과를 보고, "봐바, 아빠는 별로 안중요하잖아. 엄마인 당신이 더 애들 신경써." 이렇게 생각하신다면 큰일입니다. 결국 엄마-자녀, 특히 딸의 관계가 좋을 수 있다는 것은 아빠가 그만큼 가정을 서포트 해주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니깐요. 단, 아이들의 성에 대해 미치는 영향에서는 엄마의 역할이 더 중요하며, 특히 딸에게서는 더욱 더 중요하다라는 의미로 해석하면 될 것 같네요.
보통은 딸은 엄마의 역할에서, 아들은 아빠의 역할에서 대부분의 것들을 따라 보고 배운다는 것이 속설입니다. 그러나 성에 대해서는 아버지보다는 엄마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며 이는 아들에서도 마찬가지였으나 특히나 딸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나타냈던 것이죠. 재미있는 연구였습니다. 이를 보니 전통적인 부모의 성역할을 무조건적으로 부정하는 것도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가정 내에서 엄마와 아빠의 역할이 동등해지는 과정에서 오히려 새로운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만, 여전히 엄마의 성역할이 자녀들에게 중요하다라는 것을 우리는 다시 집고 넘어가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이는 남녀 차별이나 갈등이 아닌, 우리 자녀들이 건강하게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라날 수 있게 하기 위한 가정 내 노력의 한 방편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아요. 또한 그만큼 우리 여성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라는 부분에서, 엄마들은 스스로 더욱 자부심을 가지셔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성 활동을 하는 어른으로서 자라나게 하는데는 우리 여성들의 역할이 가정 내에서 주요하게 작용한다라는 것을, 한 번 더 알 수 있었던 기회였지 않았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