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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화 Sep 29. 2021

노인은 무성(無性)인가?

노년의 성(性)에 대하여

  여러분은  '노인'하면 떠오르는 것들은 뭐가 있을까요?  




보통 대부분 부정적인 느낌의 단어나 표현들 아닌가요? 저 역시 그랬습니다. 그렇다면 노년의 성 활동은 어떨까요? 


노인들이 성욕이 있겠어? 나이 먹으면 다 안되는 거지. 늙어서 섹스를 한다고? 말도 안돼.


 1999년도에 60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외국의 연구에서 응답자의 61%가 자신들의 성생활이 40대와 비슷하다고 답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9년에 한 방송에서 시행한 설문지에서 41.9%에서 성욕을 느낀다고 답변했어요. 우리의 예상과는 다르게 나이가 들어도 성욕과 성생활은 물론 감퇴하겠지만 여전히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노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느낌을 갖지만, 특히나 노인의 성(性)에 대해서는 더욱 더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당사자인 노인들조차도 스스로를 평가절하하며 자존심을 잃어가죠.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출생률이 떨어지면서 사회에서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도 높아지고, 우리가 노인으로 살아갈 날이 길어지고 있어요. 저는 산부인과 의사니깐, 여성의 경우를 보면 평균적으로 폐경이 50세에 이루어지니깐, 100세 시대라면 대략 40~50년을 더 살아가야 한다는 거죠. 인생의 반을 폐경인 상황에서 살아가야 해요. 


  또한 성교육 강사로서도 보면, 청소년에 대한 성교육의 필요성은 온 사회 구성원이 공감하고 있지만, 노년의 성에 대해서는 잘 들어보지 못했을거에요.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노인들은 성에 대해 무지한 채 남은 인생을 살아가게 됩니다. 단, 젊은 세대와는 달리, 노인들은 이미 결혼, 출산, 성경험이 충분한 상태이기 때문에 성교육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있지요. 하지만 진짜 '성'은 성관계만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지난 시간에 이야기해 보았어요. 성관계가 아닌 인간 대 인간의 관계에 대해서 어쩌면 21세기를 주도하는 우리들보다는 노인들은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죠. 


  방송에서 한 할아버지가 나와서 말하길 "발기부전치료제를 한달에 30개씩 사간다."라고 말씀하시던데 저는 2가지 차원에서 매우 놀랐습니다. 하나는, 우리의 예상보다도 더 많이 노인들이 성관계를 맺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노년이 되어 발생하는 성활동 장애의 치료가 단순히 발기부전으로 오해한다는 것이었어요. 게다가 30개씩 산다니요. 원래 발기부전 치료제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해요. 저렇게 마음 먹는다고 살 수 있는게 아니거든요. 알고 보니 중국산 가짜 비아그라가 나오면서 노인들이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원래 발기부전치료제가 심장 쪽 치료제로 나왔다가 부작용으로 발기가 되면서 발기부전치료제로 쓰이게 되었는데, 가짜 약이라면 도대체 어떤 것들이 섞여 있을지도 모르고, 노인들의 건강 자체에도 위협이 될 수 있어요.  


  우리가 노년의 성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또 있어요. 단순히 노인들의 문제만이 아닌 사회적 문제로도 떠오르게 된 것인데 바로 노인들의 성범죄율이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무지로 인해 비뚤어진 성 욕구가 범죄로 이어졌을 시 사회적으로 우리 모두가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할 수 밖에 없어요. 실제로 전라남도에서 70대 어부가 대학생 커플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보성 어부 연쇄살인사건'이라고 불리는 사건이에요. 


  실제로 해마다 노인 범죄는 증가하는 추세이고, 성범죄율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요. 1996년에 보고된 노인 성범죄는 1996년에 91건,, 2006년에는 598건으로 10년 동안 6.6배가 증가했어요. 사회 경제적 문제도 발생해요. 노인들의 음성적인 성매매로 인한 성병 감염 때문에 사회적 비용이 더 들어가게 되는데 문제는 정작 대부분의 노인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거죠. 성병에 대해 무지하니 별로 두려움도 없고, 다 퍼트리고 진행된 상태에서 늦게 병원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아요.   

  인간의 성 자체는 본래 단순히 오르가즘을 달성하는 것보다는 성을 통해서 서로가 몸과 마음을 개방하고 친밀감을 느끼고 유지하는데 목표가 있어요. 고독한 노년을 더 행복하고 풍부하게 삶을 영위하려면 노년에서도 건강하게 성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보통 그 원인이 성에 대한 편견이나 잘못된 성지식 때문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개선시키는 것은 국가에서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성을 잃어버린 삶은 삭막한 삶입니다. 그리고 우리도 결국 노인이 될 거에요. 젊은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으로 나의 아내, 남편, 남자친구, 여자친구에게 사랑을 표현해야 노년에도 관대하고 화목한 삶을 살 수 있어요. 단, 끊임 없는 자기 변신과 자기 희생이 따라야 겠죠. 또한 남녀의 신체 노화가 다르다는 것도 이해해야 하고요. 이런 부분이 개선되면 함께 늙어가는 부부라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알게 될 것입니다. 

  사회에서 떳떳하게 노인의 성을 논할 수 있을 때, 노인을 무성이 아닌 여성, 남성으로서의 삶이 지속된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이해 할 수 있을 때 결국 노인의 성은 위험한 욕구가 아닌 아름다운 삶의 동력으로 변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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