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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화 Jul 07. 2024

짧은 소회

  





  나는 인생이, 세계가 악몽이라고 생각해요. 거기서 탈출할 수 없고, 그저 꿈만 꾸는 거죠. 우리는 구원에 이를 수 없어요. 구원은 우리에게서 차단되어 있지요. 그럼에도 나는 최선을 다할 겁니다. 나의 구원은 사랑을 하는데 있다고, 꽤나 가망 없는 방식이지만 사랑하는데 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에요. 









  계속해서 꿈을 꾸고, 사랑하고, 글을 쓰고, 사진을 남기고, 그 기록들을 무모하게 박제하는 일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어요? 그게 내 운명인 걸요. 내 운명은 모든 것이, 모든 경험이 아름다움을 빚어낼 목적으로 나에게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에요. 




 나는 실패했고, 실패할 것을 알지만, 그것이 내 삶을 정당화할 유일한 행위라는 것 또한 압니다. 끊임없이 경험하고 행복하고 슬퍼하고 사랑하고 당황하고 어리둥절하는 수밖에요. 나는 늘 이런 저런 일들에 어리둥절해 하고, 그러고 나서는 그 경험으로부터 글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많은 경험 가운데 가장 행복한 것은 홀로 책을 읽는 거에요. 아, 책 읽기보다도 훨씬 더 좋은 게 있네요. 나의 환자의 경험에 깊이 들어가 보는 것인데, 그 것은 이미 읽은 책을 읽는 기분이랍니다. 이미 읽었기 때문에 더 깊이 들어갈 수 있고, 더 풍요롭게 읽을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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