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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너 Dec 23. 2021

결혼할 것도 아닌데 한 번 만나봐

01. 여러분의 사랑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ep1.


벌써 10년 전 일이다.

동아리 총회며 엠티며, 체육대회에서 졸업한 선배가 자꾸 눈에 띄었다.


구너야 여기 와서 같이 술 마시자.

구너야 뭐 좋아해? 밥 안 먹었으면 같이 먹자.

구너야 자전거 못 탄다며? 가르쳐 줄까?


여자의 직감도, 김칫국 인가 하는 걱정도 필요 없는 선배의 직진에 나는 친구와 고민상담을 했다.

“동아리에 나 좋다는 사람이 있는데...”


 나름 광고에 대한 열정이 활활 타오르던 시기였던 터라 열심히 스펙을 쌓고 싶은 동아리 내에서 남자친구를 만들어도 될지 부터 저 오빠는 ‘여사친’이 너무 많은 것 같다는 걱정까지 쏟아내는 날 보며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야, 지금 너 23살이야. 결혼할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고민해. 그냥 한 번 만나봐!”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그 선배와 데이트를 시작했고,

선배는 오빠가, 오빠는 남편이 되었다.


남편과 함께 연애시절 얘기를 꺼내면, 어이없게도(?) 남편은 내가 남편을 꼬셨다고 말한다.

시간이 흐르며 우리 사랑의 시작이 서로에게 유리한 기억으로 조금씩 조작될 수 있겠지만,

그 날의 우리는 어쨌든 행복했고 서로를 향해 웃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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