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달달한 게 필요한 날 꺼내먹을 문장
ep.2
남편이랑 결혼을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 있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엉뚱하지만 달콤한 말을 해줄 때도 그런 생각이 든다.
꽃 한 송이 사 오면서 '오다 주웠다' 하는 츤데레도 아니고, 시를 읊어주는 느끼한 로맨티시스트도 아니지만 (연애 시절 술에 취하면 자작시라면서 끊임없이 말도 안 되는 말을 건 적은 있다..;) 가끔 엉뚱하게 애정표현을 하는데
가령, "<사랑이란 말이 어울리는 사람>을 들으면 네가 생각나"라는 느끼한 문자를, 그 흔한 '점심 맛있게 먹어'라는 문자조차 하지 않은 날의 퇴근시간에 갑자기 보낸다거나
저녁에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하다 문득 "내가 태어난 이유는 너 작가 만들기 위해서 인 거 같아"라고 말한다. 물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한 철없는 멘트일지도 모르고, 큰 의미를 둔 진지한 말이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여지없이 연애 때처럼 설레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그리고 얼마 뒤 어렴풋이 남편이 한 말의 의도를 알게 되었다.
내가 태어난 이유는 너 작가 만들라고
이 문장은 '너는 내 삶의 이유야'보단 '너 작가 만들어야겠어'에 더 큰 방점이 있었다. 작가로 자유로워지고, 작가로서 주머니 사정이 풍요로워지는 게 내 평생의 꿈이긴 하지만 오빠에게도 소위 '장항준처럼 살고 싶다'는 진실된 꿈이 있었달까.
그 말을 뱉은 뒤로, 책을 사러 가자는 말엔 거의 거절한 적이 없었고,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으며 작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소양들을 어디에선가 주워들은 것이 있다면 재잘재잘 알려주었다.
남편의 달콤한 문장은 사실 로맨스 보단 본인의 꿈을 향한 계획에 가깝긴 했지만 어쨌든 나는 그 문장을 들은 순간이 내 기억 속에서는 반짝이는 순간으로 남아있어서, 달달 한 게 필요한 날 꺼내먹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