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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너 Jan 20. 2022

슬픔까지 잘 통해서

04 잘 통하면 잘 통하는 대로 고충이 있다

ep.4 

남편과 나는 꽤 많은 것이 잘 통한다.

사소하게 김치찌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것부터 시작해서 물건을 고를 때나 어떤 주제에 대해서 말을 할 때 맞지 않는 부분보다는 맞는 부분이 많다.

어떤 얘기를 꺼내면 '나도 그 말하려고 했는데!'라고 말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사사건건 생각이 다른 사람이라면 애초에 결혼까지 갈 수 없었을 테고, 결혼 후 생활 습관이 비슷해지다 보니 혹은 서로를 배려하다 보니 닮아가는 것일 수도 있겠다. 어쩌면 싸우면서 맞지 않는 부분이 갈리고 갈려 맞춰졌을지도 모른다.

 이유가 어찌 됐건 우리는 많은 부분에서 통한다.  통하다 보니 상대방의 기분, 무드를  알아채는데, 문제는 기쁨과 행복한 긍정적인 감정들 못지않게 슬픔이나 우울한 감정도 서로에게 전이가 되는  같다.

 내가 조금 기분이 나쁘거나 오빠가 조금이라도 우울하면 당사자는 티를 안 내려 열심히 노력한다만  감정이 상대방에게도 너무  전달되는 거다.

그리고 서로 싸워서 화해할  있는 문제가 아니라 어떤 상황 때문에 생긴 우울함은 서로가 해결해 주기 힘든 부분이라 급속도로 분위기가 다운되곤 하는데 얼마 전이 그런 날이었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는 , 주차 문제로 우울해진 남편과 나는 서로에게 화가  것은 조금도 없었지만 각자의 세계로 들어가 좀체 우울함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었다.


 이상하다.

분명 누군가가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말했으나 우리는 슬픔까지 잘 통해서 우울함이 배가 된 기분이다.

[혼자만의 고민]이 [우리의 고민]으로 번지고, 문제가 본질에서 벗어나 상대방의 눈치와 기분까지 살펴야 하는 감정노동으로 확대된다.


모든 걸 가진 사람은 없고,

모든 일에는 장단이 있고,

100%라는 숫자는 허구에 가깝고,

완벽함이라는 단어는 실제로 존재하기 힘드니까,

안 통하면 안 통하는 대로 미칠 노릇이겠지만 잘 통하면 잘 통하는 대로 고충이 있나 보다.


그래 그런가 보다. 하고 억지로 마음을 달래 본다.

그래도 이런 날이 흘러가면 잘 통해서 행복한 날이 가득 채워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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