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배아 이식 후 불안함을 달래는 중입니다
<10화. 난임부부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④ - 시험관아기 수술 / 배아이식술>
병원에서는 염증 수치가 정상화되었지만 오른쪽 나팔관이 계속 부었다 괜찮아졌다를 반복한다고 말했다. 이래도 되나 싶은 잦은 피검사와 초음파로 찾은 결론이었다. 아마 정기검진 정도로는 발견하기 힘들었을 거란다.
인생은 새옹지마라 했던가. 어쩌면 2년가량 지속된 원인모를 오른쪽 아랫배의 불편함(통증이 아니라 불편함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이 드디어 원인을 찾은 것일지도. 원인을 알면 결과를 바꿀 수 있으니까 다행이라고 말하는 편이 더 맞겠지...
담당 의사 선생님은 교과서적으로는 나팔관 제거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꼽으로 기계가 들어가는 어쩌고 저쩌고의 수술이다. 하지만 나보다 심한 상태의 환자도 이식을 성공한 사례가 있으니 나의 선택에 따라 어떤 수술을 할 것인지 결정하면 된다고 했다. 냉동된 배아는 총 3개였으니, 한 번 정도는 수술 없이 이식을 해봐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이식을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말썽이긴 해도 다들 두 개씩 가진 나팔관을 하나 잃는 수술은 왠지 미루고 싶기도 했다. 나팔관 하나가 사라지면 그만큼 난자 개수도 더 줄어드는 것은 아닐런지 불안하기도 했고.
그렇게 지난주 금요일 나는 이식 수술을 하고 왔다. 망할 놈의 코로나 때문에 남편도 없이 혼자 씩씩하게 다녀와야 했다.
수술대에 누워 '나의 배아'라는 사진을 바라봤다. 의사 선생님은 총 3개 중 하나를 녹였는데 상태가 좋지 않아져 하나를 더 녹일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총 3개의 동결배아는 총 3번의 기회를 뜻하는 거라 하나가 너무너무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시 그 무서운 난자 채취술을 할 자신이 없었기에 더욱 아쉽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선생님.. 한 개는 왜 상태가 나빠진 거예요? 원래 그럴 수 있나요? 잘못 녹이신 건 아니겠지요? 배아가 어떤 모양이 상태가 좋은 거예요? 저 부분은 모양이 왜 저렇죠? 그래도 정상인 거죠?'
묻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외래진료 때도 차가워 보일 정도로 말수가 적고, 그다지 친절한 설명을 안 하시는 분이라 그냥 수술에 집중을 하시라는 마음에 입을 꼭 다물었다. 오늘 이식할 배아의 상태가 좋다는 말을 믿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더 중요했다.
'이번엔 진짜 간단하다'는 수술이 시작되었다. 확실히 난자 채취보다는 간단한 수술이었다. 우선 전신 마취는커녕 국소마취도 하지 않는다. 만약 배 초음파로 확인하면서 이식을 진행할 수 있었다면 더 간단하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내 경우는 배 초음파로 확인이 어려워 (잘 보이지 않았는지 배를 정말 세게 누르셨는데 너무 아파서 차라리 질 초음파가 덜 아프다고 생각했다..) 질 초음파로 확인을 했고 자궁경부암 검사와 비슷한 느낌의 불편감을 느꼈다.
"긴장하지 마세요."
간호사의 말에 배아에게 힘내라고 말하며 혼자 긴장을 풀기 위해 애썼다. 긴장이 되었지만 긴장을 풀어야 한대서 속으로 몇 번을 중얼거리고 또 중얼거렸다.
'이제 따뜻한 엄마 배속으로 들어와. 차가운 실험실 말고 엄마 뱃속으로 쏙 잘 들어와. 엄마가 품어줄게. 엄마한테 와주라.'
주관적으론 긴 시간이 흐른 뒤, 우리 배아는 드디어 자궁에 이식이 되었다.
"좋은 위치에 잘 이식되었습니다. 임신하고서 뵐게요."
이식 수술 과정에서 처음으로 안심되는 말이었다.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할 배아에게 '잘했어 편하게 있어' 속삭이고 1시간가량 회복실에서 잠을 자다 집으로 돌아왔다.
이식 수술 후, 길게 느껴졌던 이식 수술이 정말 짧은 시간이었음을 깨달았다. 임신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적어도 열흘이라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시간은 정말이지 길게 느껴졌다. 대게 이식 후 10일 뒤 피검사를 하러 가지만 선생님이 휴가이신지 13일째에 피검사 예약을 잡아주셨고 이제 겨우 반절 정도인 6 일이 지났다. 출근할 월요일은 참 빨리 돌아오는데 피검사할 수요일은 멀어도 한참 멀었다.
스트레스가 어떤 음식, 어떤 활동보다 가장 큰 적이라기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허튼 노력도 해보며 병원 갈 날을 기다리며 최대한 몸을 사리고 있다.
짜증이나 화가 나면 오영은 박사님이 가르쳐주신 (금쪽이에게 써먹는 방법이긴 하지만 필요하면 해야지 어쩌겠는가) 1,3,10을 외쳤다. 일단 멈추고, 3번 심호흡을 한 뒤, 10을 세는 것. 그렇게 스트레스를 떨쳐내려 노력하는데 불안감은 좀체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
수술을 하고 병원을 나서는데 휴대폰이 툭 하고 떨어졌다. 다행히 액정이 깨지진 않았다. 애플망고를 선물 받았는데 망고가 피임약에 쓰이는 천연 성분이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 여차저차 남편 혼자 애플망고를 다 처리하고 나니 클라이언트가 노란 망고를 선물로 준단다. 때 아닌 망고파티를 하게 생겼다. 블로그에서 나의 동지들(?)은 수술 후 감기 증상이나 열감을 느끼고 임신에 성공했다는데, 나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 이런 일들이 괜히 이번이 실패일 것만 같은 불안감을 키운다. 이제 1,3,10도 소용이 없다.
미래의 사인이든 말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될놈될이라 외치며 마음을 편히 먹는 것뿐이다.
그래.. 될놈될. 사진으로 본 나의 첫 배아 네가 될 놈이면 좋겠지만, 간절히 바라지만... 어쩌겠어 될놈될이지.
그래, 삼신할미만 알겠지.
최근 아기에 때한 얘기를 부쩍 많이 하면서 남편이 "난 네가 더 소중해. 만약 아기 없어도 우린 행복할 거니까 괜찮아."라고 말했다. 그래.. 그거면 됐다.
몇 년 뒤 나는 자유로운 딩크가 되어있을지, 누군가의 엄마가 되어있을지는 모른다.
후속 편으로 글을 쓰게 된다면 그 제목이 [딩크라 말하고 자유라 읽는다] 일지 [구너의 육아일기] 일지 모른다.
어차피 인생은 한 치 앞을 모르기에 더 재밌고 아름다운 게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나의 몇 년간 난임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여기서 마쳐볼까 한다.
[이 세상의 난임부부들과 나누고 싶은 말]
그동안 응원과 용기를 준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난임부부가 결과에 상관없이 행복한 (난임)부부이길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