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시술이란 이름 속에 가려진 위험천만함
<8화. 난임부부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③ - 시험관아기 수술 / 난자채취술>
우리는 작년 인공수정에 실패 후 자연임신을 또 일 년 정도 준비하다 마음고생하기 싫어서 22년 1월, 2차 인공수정을 건너뛰고 시험관 아기 시술을 선택했다.
수술이 아닌 '시술'이라는 단어는 의학적으로는 어떠한지 잘 모르지만 어쨋든 수술보다 간단하게 느껴졌고 의사도 간호사도 시술 후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또 강남에서 난임으로 가장 유명한 병원이었기에 별 의심 없이 그 말을 믿었다. 물론 수술 동의서엔 이런저런 부작용이 발생해도 병원에선 책임지지 않는다라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고, 그런 부작용은 극히 드물게 일어난다는 추가 설명도 곁들여져 있었으므로 나와 남편은 그 동의서에 스스로 사인을 했었다.
시험관 아기 시술 중 난자 채취술을 위해 남자는 두 번 정도 내원하면 되고, 여자는 네 번 정도 방문을 해야 한다. 난자 채취 이후 이식을 위해서는 (아직 잘 모르지만) 두세 번 방문해야 하니 수술이 종료될 때까지만 3주 내에 7번 이상 방문을 해야 한다. 그래서 직장인의 경우 연차를 쓰는 게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면 참 어렵다. "또 쓴다고?"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나의 경우엔 팀장님이 남자라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꽤 고민스러웠으나 ‘에라 모르겠다’하고 '수술이 필요해서 자주 연차를 쓰게 될 거'라고 미리 양해를 구했다. 다행히 올해부터 바뀐 팀장님은 그런 부분에서 너그러운 편이라 감사하게도 맘 편히 연차를 쓴 편이다.
생리 2일 차에 내원해 피검사, 초음파 검사를 한 뒤 난자가 여러 개 나오도록 유도하는 주사를 처방받았다.
그 주사를 아침저녁 스스로 배에 놓아야 하는데 그 일정이 열흘 정도 지나면 난포를 터뜨리는 주사를 지정된 시간에 맞고 난자 채취술을 하게 된다.
난자 채취술은 '간단하다'는 그들의 말대로 짧은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그 후폭풍은 엄청났다.
전신 마취를 한 터라 채취술 당시의 고통은 느낄 수 없었지만 슬슬 마취약이 풀리면서 고통이 시작되었다.
첫 느낌은 아랫배가 너무 묵직했다. 옆으로 돌아 눕고 싶었으나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알고 보니 거즈를 자궁 내 꽉 채워서 그랬던 거였다. 묵직한 느낌 외에도 생리통과 비슷한 통증이 시작되더니 끙끙 앓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었고 간호사를 불렀다. 간호사는 '뻐근한 느낌'은 들 수 있다고 말했지만 뻐근한 느낌 이상이었다. 조금 뒤 간호사가 담당의사와 같이 와 진통제를 놔주셨다. 의사 선생님은 내 난자가 11개 채취되었으며, 오른쪽 나팔관이 좀 부어서 염증소견이 있으니 동결배아로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선택권이 없는 나는 진통제의 효능을 느끼며 네, 네. 하고 대답했다. 난자가 40개나 나왔다는 내 옆의 환자가 나보다 더 심하게 끙끙 앓는 소리를 들으며 퇴원했다. (난자가 더 많이 나올수록 더 아프다고 한다. 그리고 나오는 개수는 정할 수 없다.)
토요일 오전(1/15) 수술이었기 때문에 퇴원 후 하루 더 쉴 수 있다는 게 내심 안심되었다. 그리고 더 이상 심한 복통도 느끼지 못했고 간혹 가스 찬 듯 찌르는 통증만 있어서 집에서 빈둥빈둥 쉬기만 했다.
문제는 출근 후 월요일에 터졌다.
월요일에 출근을 하면서도 재택을 한다고 할까 하루 쉰다고 할까 수백 번을 갈등했다. 뭐라 설명하기 힘들지만 몸살처럼 컨디션이 급격히 안 좋아지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혹시나 해서 회사에 있는 비접촉 체온계로 체온을 재보았지만 멀쩡했다. 오전 업무를 끝내고 점심을 먹는데 도통 입맛도 없고 밥이 들어가지 않았다. 결국 팀장님께 말씀드리고 혹시나 해서 코로나 검사를 한 뒤 오후 반차를 썼다.
집에 돌아오니 본격적으로 으슬으슬 춥고 열이 나기 시작했다. 도저히 혼자 병원에 갈 힘이 없어 남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며 병든 병아리처럼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저녁이 되고 남편이 사들고 온 귀 체온계는 내 열이 39.5도라고 말해 우리는 응급실에 연락했다.
응급실에서는 피가 고였다고 했고 입원을 권장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복강 내 출혈(혈복강)'이 위험한 줄 모르고 열이 나고 몸살처럼 아픈 것 외에 복통은 심하지 않아 입원하기 싫다고 답하고 집으로 돌아왔고, 다음날 다시 내원해 담당의사를 만났다.
담당의사가 초음파 결과를 보더니 응급실 의사 선생님과 같은 말을 했다. 그것도 1주일이나 입원을 하자고.
하지만 결국 입원은 못했다. 1주일 입원을 해야 하는데 남은 건 1인실 뿐이고 하루에 40만 원 정도였기 때문이다. 너무 부담스럽다 했더니 그럼 약을 줄 테니 잘 먹고 집에서 꼼.짝.말.고. 누워있으라고 했다. 알고 보니 '복강 내 출혈'은 상처가 아물지 않아 다시 피가 터지거나 흐르게 되면 빈혈로 쓰러지거나 쇼크사까지 될 수 있는 아주 위험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복통은 강한 사람도 있지만 내 경우에 크지 않았다. 오히려 어지러움이 더 불편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흐르고 이제 다시 일상생활로 서서히 돌아가고 있다. 아직 피가 고여있는 상태이지만 피 수치가 많이 호전되었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런데 무섭다. 생명을 품기 전에 내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 거구나 라는 생각도 든다. 어떻게 이렇게 위험한 수술을 '시술'이라는 말로 포장할 수 있는지, 마치 임신이라는 성공이 나올 때까지 도전해도 문제없는 과정인 척 치부하는지 혼란스럽다. [부작용은 이런 이런 게 있다. 하지만 극히 드물며 병원에서는 책임지지 않는다]라는 한 줄로 시술 부작용을 설명하기엔 내 일상에 끼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 시술은 속눈썹연장술이나 미절개 쌍커플 수술에나 붙이는 이름 아니었나.
이런 위험한 수술을 여러 번 시도하시는 여성분들에게 진심으로 안타까운 동지애가 들었다. 마음이 아팠다.
첫 시도가 마지막이면 좋겠다. 정말.
[이 세상의 난임부부들과 나누고 싶은 말]
※시험관아기 시술?
의학적인 정식 명칭으로는 체외 수정 및 배아 이식(In Vitro Fertilization-EmbryoTransfer, IVF-ET)이라고 한다. 여성의 성숙된 난자를 채취하고, 남성의 정액을 인위적으로 채취하여 시험관이나 배양 접시에서 수정시킨 후 2~5일 동안 배양하여 여성의 자궁내막으로 이식해 임신이 되도록 하는 방법이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 시술이라는 이름에 속지 말 것. 수술은 위험하다. 수면마취를 해야 하는 큰 수술임을 명심하고 결정했으면 좋겠다.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경험TIP(직장인)
블로그에 시험관아기수술의 팁들은 대부분 직장인이 아닌 경우가 많아 병원에 몇 번 방문해야 하는지 등의 (회사원으로서는 아주 중요한) 정보가 부족한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공유해보고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부작용이나 수술 주의사항 등은 병원 안내가 더 정확할 것이므로 생략하겠다.
난자채취술을 위해서는 10일 이내 총 4번 정도 방문 해야 하니 미리 양해를 구하거나 아예 이식 수술까지 고려하여 장기 휴가를 쓰는 것도 방법이다. 방문 일자를 줄이기 위해서 첫 방문은 생리2일째 방문하는 것이 좋다.
과배란 유도 주사를 10일 정도(사람에 따라 다르다) 맞아야 한다. 시간을 정해 두고 맞아야 하고 주사가 냉장 보관일 경우가 많기 때문에 회사에 있을 시간을 피해서 맞는 것이 좋다.
동결 배아 이식일 경우, 동결 배아는 채취 10일 후 몇 개가 동결 되었는지 확인 가능하다. (병원마다 다를 수도 있으나 강남C병원 기준으로 말씀 드린다)
동결 배아 이식이라고 해서 신선 배아 이식 보다 성공률이 낮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 것!
**모두 한 번의 시도로 성공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