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사소한 욕망도 죄 같이 느껴지는 당신에게 하고픈 말
<7화. 난임부부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②>
내가 해봤다.
아기를 기다리는 동안 몇 달이고 술은 입에도 대지 않아 봤고, 결과를 알 수 없는 그 2주 동안 (재택을 하고 있어서 가능했지만) 코로나에 혹시 걸릴까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안 나간 적도 있다.
친구랑 만나거나 중거리로 여행을 가기 위해선 내 몸 힘들더라도 굳이 생리통 있는 날로 일정을 잡았으며, 혹시 올지도 모르는 작은 세포에게 미안한 일 생길까 봐 머리 색이 반반이 되도록 염색을 참아봤고, 하고 싶은 네일도 다음에 다음에 계속 미뤄왔다.
그런데 혹시 ‘될놈될’이란 말을 아시는지..
그 말은 될 놈은 된다라는 의미도 있지만 애석하게도 안될 놈은 안된다 라는 의미도 포함한다.
맥주를 들이켜고도 생길 놈은 생기고 아무리 조심을 해봐도 안 생길 놈은 안 생기더라.
속상하지만 인생이 그런 거다.
특히 생명을 가지는 일은, 정말 과학적으로 가질 수 있는 확률이 0%가 아닌 이상
내가 아무리 예민하게 굴어봤자 ‘때가 되어야 한다’
(글 수정 22.Feb) 글을 쓰고 난 뒤(21.12.26) 유퀴즈에서 (갓종관이라 불리는)산부인과 전종관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것도 보게 되었다. 사실 이 글을 쓰고 나서도 그래도 뭔가를 먹거나 일을 벌이기 전 마음 한켠에 임신에 혹시 안 좋을까? 생각이 아예 안들 수는 없었다. 그러던 나에게 교수님의 말씀은 꼭 죄를 사해주시는 신부님처럼 느껴졌다.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그래도 된다고 괜찮다고..
"12주 내 유산이 많은 건 맞지만 유산 될 아이가 유산 되는 거다. 임산부가 안정을 취해햐 한다고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게 가장 안 좋다. 일을 해야 해서 태교를 못 한다고 죄책감을 가지는 임산부들이 많다. 하지만 태교를 못했다고 나쁜 애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유산이 안 될 애가 유산이 되는 것도 아니다. 임산부 잘못이 아니다."
그래 그러니 우리도 하고 싶은 거 하자.
무한도전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한창 유행이던 시절
조정경기 편에서 정형돈이 ‘내가 봤어’ 소리친 것처럼 나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내가 해봤어
그러니까 당신은 죄책감 가질 필요 없다고,
그냥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라고,
기적같이 와준다면 그때 참아도 늦지 않을 거라고.
[이 세상의 난임부부들과 나누고 싶은 말]
※죄책감이 드는 당신에게
얼마나 간절한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본인 스스로가 더 잘 알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회사에 다니면서 난임센터에 다니시는 분들의 스트레스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대기 시간은 좀 긴가요... 저도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면서 급한 일은 대기시간에 산부인과 와이파이를 통해 처리하고 있습니다. 노력하고 있으면, 진심이면, 괜찮지 않을까요? 그러니 우리 사소한 욕망을 했다고 죄책감 가지지 맙시다! 의사 선생님께서 하지 말라고 정확히 말해주시는 것 외의 것들은 하고 싶다면 하고 그냥 하고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