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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너 Jun 30. 2021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우린 새벽에 경주에 갔다

05. 양의학이든 한의학 이든 너만 만날 수 있다면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우린 새벽에 경주에 갔다

양의학이든 한의학이든 너만 만날 수 있다면야


<5화. 또 다른 노력과 또 다른 실패>


 쓰디쓴 한약을 마흔두 번 삼켰다.

그러고도 2개월 즈음이 흘렀나 아이는 아직 찾아오지 않았지만 생리통이 조금 줄어든 것 같기도 하니 어쨌거나 도움은 되었으리라.


 인구는 점점 줄고 있다는데 경주의 유명한 한약방에는 우리 부부 말고도 같은 고민을 하는 부부들이 참 많았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몇 시간을 대기했다. 아직 찬 날씨에 사람들은 캠핑용 의자를 놔두는 것으로 줄을 대신 서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 굳게 닫혀있던 한의원 문이 열렸고 내 뒤로 한 쌍까지만 오전 지료를 볼 수 있었으니 좀 더 늦었으면 영락없이 하루를 꼬박 한의원 대기에 다 써버려야 했을지도 모른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고 아기를 원하는 부부 사이에서 유명한 할아버지 한의사께서 진맥을 짚으시더니 “금방 가지겠네. 똑똑한 아기 낳게 해 줄게”하셨다.

양의학에서도 한의학에서도 리 부부에게 이렇다  문제는 딱히 없는 듯했다. 그런데도 몇 년씩 아이가 생기기 않다 보니 차라리 명확한 문제가 있어 그 부분을 해결하니 바로 아이가 생기는 사람이 부럽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변에서도 '별 문제없다는데 마음 편히 먹으면 가져질 거야'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요새 워낙 출산 연령이 높아지다 보니..'

'너만 그런 거 아냐 내 주변에도 말이야..'

'스트레스 안 받고 맘 편히 먹으면..'


알아, 나도 알지. 내가 제일 잘 알지.

근데 말이야, 마음을 편히 가지는 게 뭐야?

오히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더 고민스럽다. 나의 마음 편하라고 하는 말들이 너무 불편해졌다.

아직도 임신하지 않았다는 걸 잊고 지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마음이 참 편해질 것도 같다.

그냥 주변에 딩크라고 말할 걸 그랬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부지런을 떨며 지어온 한약도, 나를 위하는 말들도, 실패의 경험도 모두 쓰다. 그래도 이 모든 쓴 경험들을 참을 수 있다. 양의학이든 한의학이든 뇌피셜이든 카더라 통신의 무례함이든 너만 만날 수 있다면야 뭐든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이 세상의 난임부부들과 나누고 싶은 말]


※한의원 정보 공유

경주대추밭백한의원(경상북도 경주시 황오동 102-4 / 054-772-5500)

- 유명한 할아버지 한의사분은 토, 일요일 진료를 하신다. 전국의 고객을 배려하신 듯하다.

- 장사가 잘 되는지 매주 '수/금' 휴진이다.

- 일요일에 방문했고, 새벽 6시~7시 정도에 갔던 거 같은데 오전 진료의 마지막 타임 번호표를 받았다.

- 예약을 할 수 없다. 줄을 서야 하기 때문에 야외용 간이 의자를 가지고 가면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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