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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너 Dec 12. 2020

첫 실패라고 쓰지 않은 것은 아니다

04. 서러움이 번져 쓰디쓴 경험이었다

첫 실패라고 쓰지 않은 것은 아니다

서러움이 번져 쓰디쓴 경험이었다


<3화. 인공수정에 도전하고 실패하다>


 첫 인공수정이 실패했다. 고맙지만 간사하기도 한 병원은 인공수정도 자연임신보다 확률이 높다더니 실패하고 나니 원래 인공수정은 확률이 낮다고 말을 바꾼다. 수치상 1% 높아도 높은 거니 거짓말을 한 건 아니겠지만 내 마음도 정확히 1% 더 기대를 하는 것은 아니라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 

임신을 기다리는 사람은 공감할 테지만 '임신'이라는 증상이 생리통과도 유산과도 종이 한 장 차이라 싸한 느낌이 들든 좋은 느낌이 들든 "임신이 아니네요."라는 말을 듣지 않는 이상 기대라는 걸 하지 않을 수가 없고, 그게 가장 힘이 든다. 어제부터 배가 쿡쿡 아팠지만 임신 때문에 자궁이 커져도 배가 쿡쿡 아프니까 도무지 쉽게 포기가 되지 않아 난 또 성실한 모범생처럼 의사 선생님이 제 시간 맞춰 넣으라는 질정을 넣었다.


 오늘 아침 애정을 가지고 보지 않는 이상 절대 보이지 않을 만큼 희미한 두 줄을 확인하고 긴가민가한 상태로 병원에 들렀지만 '아쉽지만 임신이 아니네요.' 란 소리를 결국 듣고 말았다. 다른 난임부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겨우 혹은 고작 한 번의 실패를 했을 뿐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첫 실패라고 쓰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사실 괜찮지 않다는 것을 집으로 돌아가 알았다. 병원에서 그 말을 들을 때도 괜찮았고, 집에 오는 차 안에서도 괜찮았고, 엄마 생각이 나 전화를 할까 말까 망설일 때도 괜찮았다.

그런데 남편이 눈이 아프다고 침대에 눕길래 따라 누워 장난을 치는데 '으으응 저리 가'라는 표정과 손짓에 서러움이 폭발했다. 잠이 오는 사람에게 옆에서 엉겨 붙는 게 얼마나 귀찮은 일인지 알지만 오늘은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 갑자기 며칠 전 병원 가는 날짜를 잊은 일부터, 왜 나만 내 배의 쿡쿡거림 하나에도 기대했다 실망했다 초조 해했다를 반복해야 하는 건지 서러움이 번졌다. 어쩔 수 없이 임신과 출산은 여자가 99%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인간이 효도해야 한다는 것을 몰라 엄마한테 짜증을 부리고, 학생이 공부해야 하는 것을 몰라 시험을 망치느냔 말이다. 자궁이 하필 남자가 아닌 여자에게 있다는 걸 매달 생리통을 겪음으로써 너무 잘 알고 있단 말이다. 하지만 이런 날 투정과 어리광을 받아주는 게 임신에서(혹은 임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남편이 감당할 1% 안에 들어 있지 않을까?


 어쨌든 이번 인공 수정 실패는 처음이건 말건 남편과의 다툼까지 겹쳐 쓰디쓴 경험이었다. 이제껏 살아보니 대부분 몸에 좋은 것들이 쓰던데 이번의 경험으로 다음엔 좀 더 현명하고 지혜롭게 난임과 싸울 수 있길 바란다. 건투를 빈다.



[이 세상의 난임부부들과 나누고 싶은 말]


※인공수정이란?

자연임신이 약 1년 이상 실패하면 난임이라고 보고 병원에서는 인공수정을 권유한다.

인공수정이란 인공수정 시술이란, 여성의 배란기에 맞추어 운동성이 좋은 정자를 선별 처리하여 자궁 안에 주입하는 과정!


 ※인공수정 수술 특징

시술 시 통증이 거의 없다. 하지만 실패하면 마음이 아프다.

주사나 약 때문에 몸이 붓거나 아랫배 통증이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시험관 아기 시술보다는 소량이라 상대적으로 적은 부작용을 겪는다)

(회사원 TIP) 2주 정도에 총 3번 정도 방문해야 해서, 첫 2회는 시간이 맞다면 출근 전 오전 진료를 추천

    ㄴ 약이나 주사 처방을 받기 위해 초음파로 검진 : 1회 방문

    ㄴ 난포가 잘 크고 있는지 초음파 검진, 이 날 시술 날짜가 정해진다 : 1회 방문

    ㄴ 시술 당일 : 1회 방문 (남편은 시술 약 2~3시간 전 정액 채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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