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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너 Jul 29. 2020

우리는 왜 아이를 가지고 싶을까

02.  난임센터를 간 날에도 다투는데 말이야

우리는 왜 아이를 가지고 싶을까

난임센터를 간 날에도 다투는데 말이야


<2화. 아이를 가지려는 이유>


 난임센터를 난생처음 방문한 날, 한껏 예민해진 나는 오빠와 다투고 말았다. 대부분의 싸움이 그렇듯 사소한 이유였다.  난임센터 오는 날도 싸울 거면 굳이 왜 난임센터를 온 거야!!

유명한 병원이라 대기 시간이 길었고, 그 긴 대기 시간 동안 한 마디를 하지 않고 앉아 있으려니 검사보다 그날의 분위기가 더 나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 마음이 진정되자 싸운 이유보단 왜 난임센터까지 방문하면서 아기를 가지고 싶어 하는지로 생각이 이어졌다. 딩크족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은데 말이다.


'우리는 싸우면서도 왜 아기가 가지고 싶을까?'


 간단히 답할 수 있는 질문은 아니었다. 예전에 회사 부장님께도 던져본 질문이었다. 부장님은 사귀는 사람이 없는 솔로였지만 아이를 가지고 싶어 하는 40대였다. 그분은 '그냥, 당연히 사람이면 자기 자식을 가지고 싶어 하지 않아?'라고 되려 질문을 하셨다. 그냥 생물이라면 당연히 가지는 번식 욕구? 그런 이유라면 태어날 아이에게 조금 미안한 기분이다. 나도 살아가기 버거울 때가 많은 세상을, 온도가 점점 더 올라가는 지구를, 가끔은 서럽고 억울한 마음에 눈물도 찔금 나는 자본주의의 경쟁을 나의 번식 욕구로 인해 아이가 겪어야 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병원을 한 번 더 가고, 모든 검사를 마치고 난 후에도 이렇다 할 답을 얻지 못했다.


 질문에 대한 답은 여름휴가차 떠난 제주도에서 우연히 얻게 되었다. 오빠(남편)가 숙소에서 잠시 일하는 동안 나는 혼자 동네 카페(숙소 근처니 동네 카페라고 하자)로 걸어가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핸드드립 커피를 시켰다. 조용한 카페에 창 밖으론 푸르름이 가득했고 카페 벽은 제주도답게 돌담이었다. 나만 보기 아까운 장면이라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려두고 책을 읽고 있는데 네다섯 살 즈음 돼 보이는 아이 두 명과 엄마 두 명이 들어와 카페가 갑작스레 시끄러워졌다. 아이들에게 "조용히 해"라고 말하는 엄마들을 보며 서로에게 방해가 되는 존재인 거 같아 내가 먼저 슬그머니 바깥 테이블로 빠져주었다.

에어컨만큼은 아니었지만 나름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 덥지 않았고, 나를 위해 달려있는 듯한 스피커에서는 'Feather In The Wind'라는 노래가 흘렀다. 자연과 닮은 인테리어의 아늑한 카페에 혼자 앉아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으니 정말 행복했다. 그러자 그때 아이가 생각났다.


 '행복함'이었다.

행복함을 나누고 싶은 순간 나는 아이가 가지고 싶었다. 이 좋은 걸 나만 경험하기 아쉬울 때 아이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남편도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로 아이를 가지고 싶어 했다.


"둘이어도 좋지만 아기가 있으면 가족의 행복이 더 충만해질 것 같아."

얼마  남편에게 "오빠는  아기를 가지고 싶어? 대를 잇고 싶은 그런  아니잖아"라는 질문의 대답이었다. 우리가 비슷한 이유로 아이를 가지고 싶어 한다는 것이 기분 좋았다. 드라마에서처럼 ' 회사를 물려주기 위해서', '중전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아니라, 여러 결혼 선배에게 들었던 '둘이 있을 때의 적막한 분위기를  이상 견디지 못해서' 혹은 '이혼하지 않기 위한 수단' 아닌 것이 기뻤다.


 나는 남편과 4년 정도를 함께 보내면서 남편(애증이긴 하지만)을 닮은 사람이 하나 더 생긴다는 것이 기쁠 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남편은 내 모습과 어린 시절 사진을 보면서 결혼 전 아들을 원했던 것과 달리 딸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아이를 가질 수 있을지, 또 그게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왜 아이를 가지고 싶은지 확실하게 알게 되니 아이를 가지게 된다면 내 행복을 꼭 나누어 주자고 다짐하게 된다.

 때로는 얼굴이 따가울 만치 차가운 바람이 불고 신발이 다 젖을 만큼 비가 내리기도 하겠지만, 추울수록 더 꼭 안아주는 법을, 비 온 뒤 갠 하늘은 어느 때보다 청명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그래서 서로 안은 품 안에서, 비 온 뒤 갠 맑은 하늘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또 그 행복을 누군가에게 나눠 줄 수 있는 아이가 되었으면 한다.



[이 세상의 난임부부들과 나누고 싶은 말]


※난임이란?

피임 없이 1년 이상을 임신 준비를 했으나 아기가 생기지 않는다면 잠정적 난임으로 판단한다.

정자의 건강상태, 자궁의 건강상태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고 특별히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더라도 장기간 자연임신을 하지 못하는 경우 모두 난임이라 볼 수 있다.


- 난임 검사

비용 : 30만 원대 (병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항목 : 채혈을 통한 호르몬 검사, 나팔관 조영술, 정액 검사 등

     ㄴ 나팔관 조영술은 사람에 따라 통증이 천차만별이니 마음이 준비를 조금 해두는 것이 좋다

회사원 TIP : 병원 방문 횟수를 줄이려면 생리 2일째 방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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