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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너 Jul 19. 2020

몽생미셸에서 우리는

01.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소원을 빌었다

몽셍미셸에서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소원을 빌었다


<1화. 엄마가 될 준비>


 몇년 전, 나는 난생처음 겪는 기쁨과 아픔을 동시에 맛보았다. 정말 생소한 경험이었고,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아픔이었다. 우리는 아이를 가졌었고, 미리 정해  태명을 부르기도 전에 아이는 떠났다. 아니 떠났다기보다는  적이 없단다.  세포는 착상을 하지 못했고 혹시 착상하기에 불편한 자궁이었기 때문일까 죄책감이 들었다. 출혈이 있고 나서 아랫배와 허리가 미친 듯이 아팠다. 처음 겪는 극심한 고통이었고 매달 겪는 생리통과 비할 바가  되었다. 척추가 뽑혀나가는 느낌이랄까... 침대로 가지도 못한  화장실 앞에 엎드려 웅크린 자세로 끙끙 앓았다. 엎드려 눈물을 흘리는 나를 보며 남편도 떨리는 목소리로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아빠 예지 아프지 않게  주세요. 우리 예지 아프지 않게  주세요."

예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애타게 부르는 남편의 모습은 그날 처음 보았다.


 신혼생활을 2~3년 즐긴 뒤 우리도 서서히 아이를 생각하게 되었다. 나보다는 남편이 더 원하는 상황이긴 했지만 남편을 보며 남편과 닮은 아이가 태어나도 참 기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우리는 아이를 가지기 전 유럽여행을 다녀오자며 날 좋은 5월 런던과 파리를 다녀왔다. 남편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몽생미셸도 방문하기'도 목소리가 매력적인 가이드 님과 함께 성공적으로 해냈다.


 옹플뢰르를 지나 두 시간 즈음 달려 우리는 드디어 몽생미셸에 도착했다.

몽생미셸은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 섬의 수도원으로 8세기경 노르망디 지역의 주교였던 '오베르'가 미카엘 천사의 계시로 지었다고 한다. 오베르의 꿈에 미카엘 천사가 세 번이나 나타났고 수도원을 지으라고 했단다. 마지막 꿈에서 천사가 오베르의 이마를 꾸욱 눌렀는데 오베르가 꿈에서 깬 뒤에도 천사가 누른 곳이 너무 뜨거워 이 꿈은 진짜 천사의 계시라 생각하고 수도원을 짓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갯벌 지역이라 조수간만의 차가 예전에는 매우 심한 곳이었는데(지금은 만조 때도 바닥이 드러나는 것 같고 다리를 세워 직진만이 가능한 신기한 버스가 수도원 앞까지 다닐 수 있다.), 그래서 백년전쟁에도 영국군에 점령당하지 않은 프랑스인들에겐 더욱 성스러운 곳이다.

Photo by 구너

 몽생미셸은 하나의 수도원이 볼거리의 전부이지만 수도원 외 볼거리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이상한 일 같이 느껴질 만큼 아름다웠다. 

우리 부부에게 몽생미셸이 더 아름답게 느껴졌던 것은 아마 함께 빌었던 소원 때문일 것이다.

몽생미셸 수도원 내부 투어 중 '소원을 들어주는 바위'가 있어 관광객 한 사람씩 소원을 빌었는데 남편과 나는 서로 한 마디 상의 없이 같은 소원을 빌었다.


"오빠 무슨 소원 빌었어?"

"너는?"

"나는? 음,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기를 가지게 해달라고 빌었어."

"진짜? 나는 우리 아이가 태어나면 건강하고 밝게 자라게 해달라고 빌었어!!"


 이렇게 해서 우리가 불러보지도 못한 그 이름은 '프랑이'였다. '프랑이'와 만나지 못하고 아픔에 3일을 누워있었는데 아이러니하지만 나는 내가 엄마가 된 것 같다고 느꼈다. 통증 때문에 눈물이 날 정도였지만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이다. 아직 세포라 이 아픔은 나만 느꼈을 거야. 너는 이 아픔도 못 느끼고 떠났을 거야.'

 내가 아는 엄마는 자식이 아프면 차라리 내가 대신 아픈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으니까 난 엄마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엄마가 되기 위한 준비는 비타민도 엽산도 챙겨 먹는 것, 비만인 사람은 정상체중을 만드는 것, 수영을 배워 두는 것(수영이 산모에게 좋은 운동이라고 한다), 면허를 따 두는 것, 밝은 머리를 검게 염색하는 것, 각종 예방 접종을 하는 것, 경제적인 기반을 마련하는 것, 그리고 혹 누군가에겐 학군이 좋은 곳에 집을 사두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식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가진 '엄마'라는 종족은 욕심에도 끝이 없어서 엄마가 되기 위한 준비 역시 끝이 없는 것이 오히려 정답에 가깝지 않을까. 모성애는 강요할 수도 강요해서도 안 되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엄마가 되려 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식을 사랑할 마음의 준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난 그날의 아픔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난 엄마가 될 준비가 되었다.


그 일이 있은지 몇 년이 지났지만 다시 한 번 소원 바위를 떠올려본다.

'하늘의 뜻이겠지만 어서 와 엄마 아빠는 기다리고 있어.'

몽생미셸은 이제 우리 마음속에 있을 뿐이지만 우린 오늘도 같은 소원을 빌었다.

몽생미셸은 밤 또한 낮만큼 아름답다. Photo by 구너



[이 세상의 난임부부들과 나누고 싶은 말]


※임신준비

부부의 합의가 가장 중요하며, 엄마, 아빠로서 일어날 변화에 대해 꼭 생각 했으면 한다. 의외로 많은 것을 포기하는 선택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것들이 되었다면 산부인과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영양제 먹기, 검사 등을 진행하길 권장!


 ※좋은 영양제

엽산은 필수! (장애를 막아주는 것이 유일하게 증명된 영양소)

비타민D : 현대인들이 대부분 부족한 영양소(햇빛을 봐야 생기는데 그럴 일이 잘 없으니)로 주사를 맞아도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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