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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Oct 30. 2022

헬린이에게 프리 웨이트 존이란

 만만한 유산소 기구들을 지나, 몸 좋은 건장한 남성들이 가득한 프리 웨이트 존(free weight zone))에 처음 입성하는 데에는 약간의 용기가 필요했다. 첫 날의 기분은 마치 야생의 세렝기티에 들어가는 초식동물 같은 긴장감이었달까.


누가 봐도 초보지만, 초보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속으로는 바짝 긴장을 하고 눈으로는 그곳에 놓인 생소한 도구들을 스캔하며, 고수들 사이를 지나 문제의 구역으로 쭈뼛쭈뼛 걸어들어갔다.


그 어색함 때문인지 뜬금없지만 처음으로 라틴 댄스, 살사 수업에 갔던 기억이 났다. 처음 두 시간 정도는 거의 기본 스텝만 배운다. 어떤 이들은 걷기와 다를 바 없어 보이는 기본 스텝의 무한반복에 지루함을 느끼고 빨리 턴이나 화려한 기술을 배우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 간단해 보이는 기본을 무시하고 빠르게 진도만 뺀다면 그의 실력은 이도저도 아닌 것이 된다. 보기에는 간단해보이는 스텝일지라도 숙련자가 보기에는 삐걱거리고 불안한 발동작에 지나지 않고, 그 위에 다른 것을 쌓아 봤자 금새 사라질 신기루같은 실력일 뿐이다. 누구나  초보의 시간을 견뎌내야만 비로소 다음 단계로 정상적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전혀 다른 장소이지만 저 법칙은 프리 웨이트 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한 동안은 어리버리함 그 자체였다. 덤벨 무게 단위도 몰라 검색하고, 데드 리프트나 스쿼트 같은 기본이지만 중요한 동작을 할 때는 내 자신이 어색해 몇 번이고 거울을 고치며 자세를 고치기 일쑤였다. 운동 방법이 잘 생각나지 않을 때는 구석으로 쪼르르 달려가 유투브를 보며 자세를 고치고, 코치에게 물어보겠다고 적어놓곤 했다. 팔 근육이 전혀 없던 시절, 벤치 프레스를 연습해 볼 때는 이러다 깔리지 싶어 주변에 (마음 속으로는 거의 살려달라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살사 수업에서도 미숙하고 어색한 초보의 시간이 무척이나 답답하고 민망했지만 나중에 가까스로 그 단계를 벗어나서야  알았다. 언제가 그 시간은 지나갈 것이고, 그 단계를 의식을 하지 않아도 리듬이 나오면 그 스텝을 밟을 수 있도록 체화될 것이라는 것을. 한번 경험해봤기에, 헬스를 하면서 내가 바보 같아 보이는 그 시간을 조금은 견딜 수 있게 되었다. 그 시기는 기어이 지나가고, 편해지는 시기가 마침내 온다는 것을 안다. 남들앞에서 창피하고 싶지 않아 대충 하면 그 결과도 대충의 수준에 머무를 것임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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