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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loe Park Aug 03. 2023

과거로 전진하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길

    과거로 나아간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역설이나 모순이라고 생각된다면 당신은 정상이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하지만 나는"과거로 나아간다"라는 말을 시대를 역행한다는 뜻으로 표현한 것이 절대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꿈을 꾸고 꿈을 가지고 살아간다.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하루 저마다의 방식으로 꿈을 향해 나아가면서. 꿈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개인적으로는 그것이 꿈이 마음에 도달하게 하는 적절한 신호를 아직 찾아내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꿈, 바람이란 그럼 어디를 향해 있는 걸까?


우리는 대게 미래에 가능할 법한, 미래에 더 나은 모습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다가 낚시할 때 떡밥 던지듯이 꿈을 저만치에 던져둔다. 그리고 그곳에 도달하기까지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뚫고 나가 자신의 운과 노력이 부디 어느 목적지에 다다르게 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나 역시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어쨌든 꿈이라는 건 지금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꿈"이라는 단어로 정의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퇴사 대열에 합류하기 전부터, 사실 2-3년 전부터 나의 마음속에는 이런저런 모습으로 꿈이 그려졌다. 막연히 잘 나가는 아티스트들을 보며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과, 한편으로는 나는 그렇게는 될 수 없겠지 싶은 움츠린 마음, 그리고 그 상태로 뭔가 희미하고 안개가 자욱한 곳에 홀로 떨어져 있는 느낌이었다. 그런 마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또렷해지기는커녕 점점 더 길고 어두운 우물 안으로 나를 밀어 넣는 듯했다. 최근에 일을 그만두게 된 직후에는 더더욱.


시선을 돌려야만 했다. 딱히 기댈 수 있을 만한 곳도, 그렇다고 누군가 뾰족한 해답을 찾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혼자서 이 상황을 벗어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내 인생이라 오직 나만이 찾을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앞을 보기에는 앞이 너무 캄캄하고 예측 불가한 상태라서 나는 자꾸만 눈을 감게 되었다. 이렇게 가다간 한 발짝이라도 헛디디는 순간 바로 추락이야!


그래서 방향을 틀어 뒤를 보게 되었다. 후회하는 삶을 살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는 고집으로 이제껏 뒤는 잘 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왔었다. 나는 학창 시절이나 대학생 시절에 시험 성적은 꽤 좋았으나, 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머릿속에서 "리셋"버튼을 눌러 힘겹게 넣은 지식들을 한꺼번에 포맷해 버렸다. 그리고 머릿속은 다시 깨끗이 비워졌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시험뿐 아니라 인생을 그렇게 살고 있었던 거다. 어차피 현재의 나는 과거의 산물인데 굳이 과거를 돌이켜 볼 필요가 있나 싶어 감히 고개를 돌릴 생각조차 않았던 거다. 어쩌면 혹시 내가 몰랐던 실수를 발견하게 될까 봐, 그래서 후회하게 될까 봐 무서운 마음도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도 앞만 봐 와서 목을 움직이기에 경직된 근육이 고통스럽기는 하나 요즘은 조금씩 고개를 뒤로 돌려 과거의 나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꿈. 지금의 내가 될 수 있도록 과거의 나는 어떤 꿈을 꾸었으며 현실과는 어떤 타협을 하게 되었더라?


불안한 마음을 무시하려 애쓰며 뒤돌아 거슬러 올라가 보니, 꽤 어린 나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현실의 그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았고, 타협할 줄 몰랐으며, 타협할 필요가 없을 만큼 어렸던 나이. 그때에 내가 되고 싶었던 어떤 것. 가장 순수한 의도로 만들어낸 나의 문. 그것이 내가 정말 이루고 싶었던 목표이자 걷고 싶던 길이자 살고 싶던 나의 인생일 것이었다. 살아오면서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나에게 협상을 시도하고 타협을 해야 한다고 나를 꾀었던 상황들과 환경이 내가 열고 싶은 문을 멀리도 두었다가 가까이도 두었다가 눈속임을 해왔던 것이라는 걸 최근 차차 깨닫고 있는 중이다. 그 모든 것들을 부정하고 미워할 생각은 없다. 그래도 덕분에 여기까지 잘 왔으니까. 그리고 덕분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 아닌 여유도 나에게 찾아온 것일 테니까. 하지만 이제 방향을 바꿀 때인 것 같다. 어디로 가도 부딪히는 중이라면 과감하게 과거를 앞에 두고 과거의 가장 순수했던 꿈으로 달려가는 시도를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어찌 되었든 그게 내가 가장 본심으로 원했던 삶이자 꿈일 테니 말이다. 그 완벽히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한 꺼풀씩 떼어 내다 보면 영혼이 보내는 신호와 내 마음, 의도의 주파수를 딱 맞출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문제는 얼마가 걸릴지, 이게 맞는 길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두렵고 무섭고 걱정되는 기운이 이따금씩 나를 끌어안는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기운들에 "리셋"버튼을 눌러주려 한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이다. 운이 좋아 다시 태어난다 해도 이번 생에 대한 기억은 한 톨도 나지 않을 테니, 어쨌거나 저쨌거나 기회는 한 번뿐이다. 그리고 앞으로 내 인생에 다시 또 이만한 시간과 여유가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 더욱더 신이 나는 마음으로 달려 볼 때다.


과거로 나아가면서 어릴 때의 내가 좋아했던 것들을 하나씩 해볼 참이다. 어릴 적에는 부모님에게 부담될 것 같아 조르지 못했지만 정말 갖고 싶어 했던 것도 하나쯤 사줘 보고, 무서운 마음 없이 그리고 싶던 것들을 그리고, 쓰고 싶던 색들을 써 보려 한다. 그러다 보면 이번 챕터부터는 뭔가 또 새로운 이야기들이 쓰이겠지. 얼마나 주어진 시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부터는 눈치 보지 않고 남의 시선보다는 나의 시선대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나만의 고유한 문도 열리고 꿈같은 현실을 살아갈 수 있게 되겠지?


혹시 당신도 나와 비슷한 상황이라면, 과거로 나아가 보는 건 어떨까?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나는 당신이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당신과 같은 사람이 여기에 한 명 또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각자의 문을 열고 그곳에서 서로에게 손 흔들어 주는 그날이 나는 벌써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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