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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수 May 03. 2020

기억을 꺼내 2016 제주로 가는 김포공항

내가 주체가 되었던 처음의 기억을 공유합니다.

처음으로 혼자 비행기를 타본다. 이때까지는 비행기가 참 설렜는데..

2016년은 너무 어색했다. 나는 대학 진학에 실패한 20살이었고,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돌아가신 어머님을 대신해 살림과 외동아들의 뒷바라지를 하신, 한 손만 가지고 계셨던 아버님이 수술을 하기로 결정하신 것이었다. 한 손으로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여러 가지 일을 하시면서 써오셨는데 그 부작용으로 튼튼하셨던 허리가 무너져 내렸던 것이다.


 내 영웅이었던 아버지가 아프다는 절망감과, 또 진학을 하지 못했다는 실망감이 너무 커서 나는 공허했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철이 없었다. 가방끈이 3개이고 공부라는 걸 해본 적은 없지만 학생 때부터 여러 가지 일을 해오던 우상 같은 친구가 막노동을 하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제주도로 공사를 하러 간다고 얘기해주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가장 친한 친구가 ‘제주’라는 곳으로 간다는 것을 들은 뒤부터는 일주일에 한 번씩 보던 그 친구가 갑자기 보고 싶어 졌다. 우리 집은 형편이 좋지 않아서 하루 벌고 하루 사는 자급자족하는 부자였다. 마침 스무 살이 된 내가 구정을 보내면서 친적들에게 받은 20살 기념 용돈을 받았는데 갑자기 친구의 ‘제주’ 한마디에 거기를 가고 싶어 졌다. 친구를 본다는 건 핑계였다. 그냥 여기를 탈출하고 싶었다.


 아버님은 평생 비행기를 타 본 적이 없으신데, 갑자기 스무 살 아들내미가 제주도를 다녀온다고 친구를 만나고 온다는 말에 갑자기 화를 내셨다. 그러고는 그 친구에게 전화를 한다고 하셨다. 그렇다, 아버님은 아들이 걱정되셨던 것인데 부모님은 역시 자식들이 조르면 결국은 열어주신다. 아버지는 허락하셨다. 그리고 2016년 3월 22일 날, 기억으로는 조금 추웠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는 운동하던 시절에 쓰던 크로스백을 하나 챙기고, 그 친구와 사전에 얘기를 해두고 김포공항으로 출발했다.


3월 22일 제주공항, 대한항공이 아니라 티웨이항공을 타고 제주도로 향했다.

 물론 처음으로 비행기를 탄 것은 아니었다. 나중에 글로 남기겠지만 처음으로 해외로 떠난 곳은 베트남과 캄보디아였다. 차이점은 그때는 인솔을 해주는 선생님이 계셨고 나는 여러 명의 동창들과 함께 떠났던 것이다. 지금은 처음으로 홀로 공항도 가보고 발권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친구는 그때 배를 타고 갔다고 하는데, 그때는 배 타는 것도 부러워했으나 이후 배는 지겨워진다.) 물론 김포공항 역시 처음으로 이용해봤는데, 인천공항에 비해 눈에 띄게 작은걸 보고 공항이 다 크지는 않구나 라고 느끼면서 카운터를 찾으려 했는데 그때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찾지 못했는데. 잠깐 고민한 나는 ‘아 여기는 한국이구나’라고 생각을 하면서 한국에서 한국말을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리고 지나가던 조끼를 입은 직원분에게 부탁하여 데스크를 찾아냈다. 발권하고 게이트로 이동하는 모든 순간이 신기했다. 그렇다 여러분은 평범한 스무 살이 홀로 처음으로 여행 가는 수많은 여행기 중 하나를 읽고 계시는 것이다! 그러고 좌석을 찾아가서 짐을 두고, 곧 이륙을 안내하는 방송이 나오고 아름다운 승부원분들이 안전사항 데모를 하고 비행기는 출발했다. 아 바이킹을 타고 중간에 멈춘 것 같은 느낌! 그러고 랜딩 하는 한 시간여 내내 나는 설레며 친구를 만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제주 도착!


제주국제공항. 여행에 설렘은 그 계획단계와 출발이라 하지 않았던가.


 기체가 작은 비행기라 랜딩 할 때 안정감은 없었지만 그것마저도 설렜던 기억이 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국내여행의 장점은 같은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 택시 기사님께 미리 지도에 찍어놓은 게스트하우스를 보여드리고 출발했다. 그 당시에나 지금이나 면허가 없어서 차는 렌트할 생각도 없었을뿐더러 내 성격은 원체 뚜벅이 성격이라 모든 것을 대중교통으로 이용할 생각을 했다. 내가 제주도로 향했을 때는 사람이 많이 없었다, 중국인들이 많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렇지도 않았고 젊은 청춘 남녀들은 다들 직장과 곧 개강하는 대학교로 돌아갔던 시기여서 한적한 제주를 느낄 수 있었다.


 

인생 처음으로 이용해봤던 게스트하우스. 참 편안하게 지냈던 것 같다.

  게스트하우스에는 나 말고는 손님이 없는 한가한 시즌이었다. 요즘 제주 게스트 하우스는 젊은 남녀들이 모여서 한잔 하면서 자기들의 청춘을 공유한다는데, 나중에 더 늙기 전에 한번 즐겨보고 싶다. 여성 관리자분은 매우 친절하셨고 가격 역시 스무 살에게는 합리적이었으므로 아직도 좋은 기억에 남는다. 지금은 여러 비교를 하면서 여행의 숙소를 고르지만 이 당시에는 비교고 뭐고 호텔은 비싸서 애초에 선택지에 없었고, 가장 저렴한 데로 구했던 것 같다. 성인이 되면서 여행이 간다는 것은 지금은 너무너무 흔한 일이고 나조차도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외국에 살고 있지만 이때에 설렘이 지금의 여전히 나를 감싸고 있다.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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