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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수 May 03. 2020

제주는 참 아름다운 곳이구나

진부하다는 표현이 완벽할 줄이야.

사진이 흐려서 죄송합니다. 이호테우해변 지도입니다.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조금 쉬면서 내가 제주에 온 목적 중에 하나인 ‘그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친구는 지금도 참 대단하다. 고등학생 때부터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은 아니었지만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는 나에게는 최고의 모범생으로 보였다. 막일을 하러 제주도라니! 지금도 그 친구는 가장 가까이 지내며 존경하는 중이다.


 제주는 섬! 섬 하면 바다!라는 인식이어서 우리는 가장 가까운 해변가로 찾아갔다. 이호테우 해변. 사실 친구가 저녁에 일이 끝나기 때문에 해변이 어떻게 생기고는 기억도 안 나는 것 같다. 그래도 삼다도라는 별명에 걸맞게 엄청난 바람이 불어왔다. 그 바람마저도 우리는 즐기면서 시장에서 포장한 팩을 사서 공원길? 중간에 앉아서 술 한잔과 함께 홀라당 치워 넘겼다. 그때도 그렇지만 소주는 참 쓰다 써. 사실 인천에 살아서 바다는 꽤 자주 보는 편이어서 별 감정이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여기는 제주다’라는 생각이 내 뇌를 지배했던 걸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바다는 아름다웠다. 예술점수 100점. 친구와 함께 방파제에서 사진을 마구마구 찍었다. 지금도 젊지만 이때 사진을 보니 정말 정말 어려 보인다.



제주 이호테우해변. 여행이란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제주도.

 저때나 지금이나 내 옷은 여전히 나이키와 아디다스다. 나에게는 명품들. 친구는 아침 일찍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우리는 다음날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언제나 여행 중에 만남은 정말 기쁘고 헤어짐은 쓸쓸한 것 같다. 처음 맛봤던 고등어 회, 사랑하는 친구, 그리고 제주도라는 최고의 배경이 있었던 것이었는지 나는 이날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이호테우해변의 밤. 즐거웠다.

 제주에서 맞이하는 첫 아침



 아침이 되었다. 아무도 나를 깨우지 않았다. 그래도 양심은 있어서 아침은 먹어야지 생각하고 알람을 맞춰서 일어났다. 게스트하우스에는 테라스에서 조식을 먹을 수 있었다. 빵과 잼을 그리고 현대인의 필수품인 커피 대신 제주감귤주스를 가지고 테라스에서 간단한 조식을 먹었다. 날씨가 최고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 혼자 전세를 쓰는 방에다가 아무도 나를 깨우지 않고 가지는 나만의 시간과 여유. 스포츠 기사를 보면서 먹는 빵이 마치 유럽은 안 가봤지만 유러피안이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제주도 하면 한라산이지만 2000미터가 넘는 곳을 오를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아서 그다음으로 유명한 성산일출봉에 다녀오기로 했다. 아마 버스를 타고 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중간에 이상한 곳에 잘못 내려서 고생을 했었다. 덕분에 멀리서 보는 성산일출봉을 즐겼지만 저기까지 걸어가느라 정말로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날이 좋았던 성산일출봉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내 기억과 사진이 일치한다. 저정도 되는 거리를 걸어갔다.

 일출봉 정상을 별거 아닌 걸로 봤는데 꽤나 경사져서 깜짝 놀랐다. 그래도 중간중간에 사진 찍는 포인트도 참 많았고 뭔가 조형물 같은 것들도 나를 반겨주니 여기는 제주다!라는 외침이 들리는 것 같았다. 날을 잘 고른 것 같았다. 바람 대비를 안 한 것만 빼면 말이지. 여기서는 말이 필요 없이 그 당시 찍은 사진으로 대체하겠다.

성산일출봉을 바라본 사진 그리고 성산일출봉에서 바라본 사진


 이곳이 대한민국이라니! 과연 세계 자연유산이라 할만한 것이었다! 과학책으로만 보던 화산지형이 눈으로 보이고 모래 같은 것들을 만져보면서 아 나는 문과지 (....) 조금 더 배워놓을걸 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바글바글 많은 중국인을 생각했는데 너무 여유로워서 제주도민들이 참 부럽다는 생각까지 해보았다. 요즘에는 게스트하우스 스텝이나 카페 알바를 하면서 제주살이까지 하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참 대단한 영혼들이다. 그리고 지금 코로나 19로 귀국한 나에게는 저 시절이 더 그리워진다. 그리고 사람들이 왜 루프탑이니 전망대이니 하는 높은 곳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았다. 밑을 바라보면 정말로 이쁘거든요.


 충분히 이곳을 다 둘러본 다음에는 그 주변을 향해 걷기 시작했는데 이상한 바닷가 지형에 이끼가 껴있는 곳을 발견했다. 여기가 성산 광치기 해변! 물론 나중에야 이름을 알게 되었지만 이름을 지어주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고 성산일출봉과 함께 보면서 다시 한번 ‘이곳은 한국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는 찰나 더 충격적인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엄청난 유채꽃밭이 눈앞으로 촤르르 펼쳐져 있었다. 심지어 그 가운데에는 말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저기로 발이 움직였다. 그리고 유채꽃밭은 밧줄 같은 것으로 막혀있었는데 입구를 찾아보니 한 아저씨가 돈을 요구한다. 아 여긴 사유지였던 것이다. 그래서 입장료 따로 말과 포토타임 따로 돈을 지불했던 기억이 남는다. 돈은 사실 아깝지 않았다. SNS에 여행그룹에 나오는 유채꽃에서 말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아 최근 뉴스를 통해 코로나 19로 인해서 꽃 축제들이 열리지 못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리고 그 꽃을 의료관계자 분들에게 선물한다는 아이디어를 봤는데, 한국이 참 자랑스럽다 :)


광치기해변과 유채꽃밭. 그리고 말과 나.

 저녁에는 친구와 만나 시장으로 향하여 여러 가지 시장음식을 맛보았다. 기억에 나는 것은 동문시장에 방문해서 사람들이 줄 서있는 것을 보았는데 떡볶이 집이었다. 엄청나게 분주해 보이는 것으로 보아 맛집으로 확인이 되어서 떡볶이를 먹었던 기억, 오메기떡을 후식으로 먹었던 기억 그리고 제주도를 방문한다면 누구든 사간다는 감귤초콜릿을 선물용으로 구매했던 기억이 있다. 이런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리면서 제주의 밤을 흘려보냈다.


제주를 떠나보내다


아시아나 항공. 1시간의 비행이었지만 풀 서비스 캐리어는 뭔가 달랐다는 감격이 있었다. 지금은 어떤 비행기도 좋아하지 않지만.

친구는 다시 일을 하러 갔고 나는 다시 공항에 도착했다.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좋은 친구와 함께였으니 더더욱. 이때 공항을 가면서 여행에 대한 계획들이나 상상들이 참 많아졌던 것 같다. 마치 시발점이랄까. 공항에서 면세점을 꼭 이용해 보고 싶었다. 면세점에서 선글라스 하나를 샀다. 여기에 썰이 있는데 원래는 레이밴이나 오클리를 사려고 했지만 면세점을 거니는 도중에 축구스타 네이마르가 광고모델로 있는 ‘폴리스’ 선글라스에 몸이 멈췄다. 그리고 직원분의 현란한 말솜씨에 구매했다. 물론 지금은 박살이 났지만...


 이렇게 제주도를 떠나보냈다. 오는 비행은 설레지가 않아서 잠깐 잠을 취하고 보니 이륙을 했고 어떤 의미로는 이렇게 나의 ‘첫 여행’이 끝이 나고 말았다. 방금 이 글을 쓰면서 제주도에 같이 있었던 친구와 영상통화를 했는데 이렇게 추억을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있어서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다. 3월의 제주는 순식간이었으며 아름다웠고 행복했었다고 할 수 있다. 다음 제주 역시 그 친구와 함께였으면 참 좋을 것이다!


서울상공.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기분이란 이게 바로 ‘현자타임’ 일까?

이렇게 제주도 여행기를 마칩니다. 두서도 없고 글쓰기는 처음이라 잘 전달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여행 썰들이 많이 올라갈 테니 지켜봐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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