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라는 곳은 이런 곳이구나
바탕가스 항구에서 8시간 정도 배를 타고 가서는 롬블론 주의 롬블론 섬으로 도착했다. 이곳은 한국으로 치면 경기도의 수원같이 주의 행정을 담당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곳아 도착한 뒤에 들은 내용은 배가 고장 났으니 다음날 아침 배로 가라는 것. 그래서 1박을 마치고 작은 배로 4시간이나 더 이동을 한 뒤에 드디어 나의 봉사지역으로 도착했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저 위에 사진에 보이는 지프니를 타고 가야 한다는 것. 무려 2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래서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에게 물어봐서 지도상 거리는 차로 30분 거리인데 어떻게 하면 2시간이 걸리냐 라고 물어봤는데 그는 나에게 지나가면 안다고 얘기를 해주었다.
일단 차는 사람이 모이면 출발한다. 그리고 배에서 함께 온 엄청난 양의 짐들과 함께 사람이 타기 시작한다. 물론 에어컨은 없다. 대신 먼지가 우리를 반겨준다. 나는 가장 끝자리를 타고 있었는데 사람이 모이더니 대략 20명(...)이 탑승을 하고 저 위에 짐칸에도 사람이 타는 것이 아닌가! 나는 다행히 다를 연신 외치면서 차는 출발하였다. 처음 가는 길은 꽤나 좋았던 것 같은데 대략 15분 정도 지나고 보니 왜 2시간이 걸리는지 이해했다. 비포장도 그냥 비포장이 아니라 자갈이 가득한 비포장에다가 사람이 중간중간 마을에 내리는데 그 사람들의 짐을 내려다 주고 또 내려다 주고 하다 보니까 시간이 걸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외부에서 내리쪼는 엄청난 햇빛과 엄청난 먼지 덕분에 정신이 몽롱해졌다. 출발 전에 목적지를 알려줬는데 어느 순간 정신없이 ‘코레아노! 코레아노!’ 기사가 외치면서 나를 부르더니 목적지에 도착을 했다고 말해줬다. 도착을 해보니까 앞으로 내가 봉사하게 될 마을은 앞에는 바다가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고 뒤에는 산과 계곡이 나를 반겨줬다. 도착하면서 든 생각은 말 그대로 ‘아름답다’이다. 정말 천혜의 자연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내가 캐리어와 함께 짐을 내리고 보니까 길가에서 놀고 있던 마을 얘기들이 신기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에게는 영어가 통하는 필리핀 파트너가 나와 함께 있었는데 그 파트너는 타갈로그어로 누구를 찾더니 나를 그 마을에서 가장 좋은 집으로 데려갔다. 거기에는 60대 부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집이 우리가 묵을 집주인이었다. 나는 정중하게 인사하고 나서는 그들이 안내해주는 내 집으로 도착했다.
우리 집은 통나무 기둥에 바나나 잎을 엮은 지붕을 가진 나무집이었는데 일단 창문 같은 거는 존재하지 않았다. 1층은 사방이 뚫려 있는 가족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공간이었고, 그 위층이 우리가 살 집이었다. 올라가 보니 나와 내 파트너가 사용할 매트리스와 침구들이 있었다. 짐을 풀고 나서는 파트너와 함께 마을을 둘러봤다. 앞으로 매일매일 살아가게 될 이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아이들은 맨발로 산을 활보하면서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고 바닷가에서는 ‘방카’라고 불리는 필리핀식 나룻배를 타고 주민들이 낚시를 나가고 있었다. 세계 테마 기행을 보는 느낌이었다.
주인집은 마을의 이장? 같은 집이었는데 (한국으로 치면 필리핀은 한 동에 한 명씩 관리하는 캡틴이 있다. 한국의 이장과 같은데 필리핀은 공무원이라 생각하면 된다.) 가장 부유한 목수 집안이시고 부업으로 제빵을 한다. 주 의원으로도 일을 하신다고 하고 그의 집안은 4대가 살아가고 있는 대가족이었다. 대개 개도국에서 이런 경향을 보이는데 우리 마을만 보면 20대에 자녀를 낫는 경우가 참 흔하다. 여하튼 내가 도착했다고 식사에 초대해주셔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파이팅을 하였다. 장장 1박 2일에 걸친 나의 여정이 저 위에 노을을 보면서 이 섬에서의 첫날이 마무리되고 있는 순간이었다.
이동시간 : 여객선으로 8시간, 중간 사이즈 배 4시간, 지프니 2시간. 중간에서 하루 숙박. 총 1박 2일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