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장 기대했던 곳 중 한곳은 바로 인스부르크였다. 오스트리아 여행 계획을 짜면서 인스부르크를 알게된 곳이었다. 사실 인스부르크는 비엔나를 비롯한 오스트리아 관광지 어디에서 가도 너무 먼곳이라 괜히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 동선에 넣을까말까 끝까지 고민했었다. 그러나 정말 넣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는 곳이다.
인스부르크까지는 기차를 타고 갔는데 기차 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은 모두 동화 속 한장면 같았다. 끊임앖이 펼쳐진 새하얀 눈밭, 간간히 보이는 인가와 교회. 매일매일이 크리스마스처럼 느껴지게하는 키큰 전나무군락. 저 멀리 보이는 만년설 덮힌 산까지, 정말 동화속 그 자체였다.
엄마는 풍경을 보면서 감동받아서 엄마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고 한다. 그때 그 예쁜 장면을 찍었으면 좋았을텐데, 엄마의 눈물에 당황한 나머지 그러지못했다. 가는 길조차 예쁘게 추억되는 곳이 인스부르크라 더 기억에 남는다.
한가지 아쉬웠던건 날씨였다. 비오는 날 굉장히 많이 여행하긴했지만, 인스부르크에서까지 눈비가 쏟아질줄은 몰랐다. 다행히 다 정상적으로 운행하긴 하는데... 풍경이 안보일건 너무나도 자명한일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깨달은건 겨울풍경을 좋아한다고해서 겨울에 여행다니는게 최선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어자피 만년설 덮힌 곳이라 여름에 갔으면 날씨 영향을 덜 받으면서도 더 웅장한 풍경을 만끽할 수 있었을거라고 생각한다.
비도 오고, 이른 아침이라 승강장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인스부르크 꼭대기까지 오르려면 케이블카를 3번을 갈아타야 하는데, 인스부르크 카드로 상행, 하행 1번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노르테케테반만 다녀온다고 생각해도, 인스부르크 카드를 사는 것이 이득이다.
* 인스부르크 카드는 인스부르크 역 내 서점에서 판매한다.
눈을 소복히 맞은 전나무들이 우리를 반겨준다. 처음엔 우리보다 컸다가, 우리가 전나무랑 비슷한 높이였다가, 마지막에는 전나무를 내려다보게된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참 예쁜 장면들이다. 평상시에는 저 리프트를타고 스키를 탈 수 있는 곳인데, 저날 기상이 너무 좋지않아서 스키슬로프가 모두 폐쇄됐다. 저 높이까지 곤돌라도아니고 리프트를 타고 간다는 생각만으로도 아찔한데, 이 날씨에 오픈됐다가 길을 잃는다는 상상을 하니 온 몸에 소름이 쫙돋는다.
"날씨만 좋았으면 여기서 스키 타도 참 잊지못할 추억이었겠다"
"그러게요. 근데 오늘 타면 죽을 것 같아요"
이렇게 억센 암벽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정상에 거의 다 올라왔다고 보면된다. 정상에는 나무가 없다. 우리가 볼 수 있었던건 이런 풍경들 뿐이었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온통 화이트 아웃. 한치앞듀 분간하기 어렵다- 라는 말이 이런 뜻이었구나 경험해본 날이었다. 그래도 엄마랑 나는 마냥 좋았다.
우리 둘이 찍은 사진도 있는데 엄마 휴대폰에만 있나보다. 저긴 너무 추워서 밖으로 나온 사람들도 많지 않을뿐더러 사진을 찍으려고 손을 꺼내는 순간 손이 얼어버리는 느낌이라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운좋게 중국인 관광객들과 서로 타이밍이 잘 맞아서 엄마와 내 서진을 남길 수 있었다. 눈만보면 마냥 좋다고 웃는 우리 모녀. 인스부르크 사진은 보면서 잔잔한 미소가 걸린다.
추워도 이곳저곳 많이 탐방다녔다. 저긴 눈으로 만들어진 동굴같은 곳이랄까. 모든 곳이 눈이 멀어버릴정도로 깨끗한 하얀색의 눈이라 찍는 사진마다 비현실적으로 나왔다. 그와중에 엄마는 여전히 예뻤다.
너무 춥기도하고... 조음 더 있으면 풍경이 좀 보일까? 하는 희망을 품고 카페에서 몸을 좀 녹이기로 했다. 한 겨울에, 따뜻한 카페에서 핫초코 시켜놓고 눈내리는 풍경보는걸 정말 좋아하는데 여기는 그런 나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최고의 장소였다. 밖이 말도 안되게 추워서 그런지 달콤한 빵냄새와 향긋한 커피향이 감도는 공기는 말할 수 없이 포근하게 느껴졌다.
나는 감자스프와 빵. 감자스프는 여러모로 놀라웠는데, 일단 정말 맛있었고, 양이 정말 어마어마한데, 가격이 5유로정도여서 너무 놀랐다. 우리나라였다면 보통 이렇게 산 꼭대기는 가격이 2배로 오르기 마련인데.... 가격도 아래와 비슷하고, 종류도 다양해서 역시 잘서는 나라는 다르구나 싶었달까.
거의 다 내려오자 인강이 흐르는 인스부르크 풍경이 우리를 맞았다. 먹구름이 드리워져있어도 옥빛으로 흐르는 인강. 참 평화롭다.엄마는 커피와 애플시나몬빵. 둘다 맛있었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저 빵은 안시켰어도 좋았겠다 이야기했다. 오스트리아는 정말 혜자로운 곳이었다.
꽤 오랫동안 앉어있었지만 기상이 점점 악화돼서 가망이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을 기약하며 내려가기로 했다. 어째 우리 여행은 늘 날씨가 이러냐며 속상해했다. 내려가는 길에도 연신 감탄하면서 내려갔다. 이 수많은 전나무 군락이 눈을 맞고 있는 모습을 평생 잊지 못할거다.
엄마 사진은 다 좋지만, 그 중에서 안웃고 있는 사진들을 추려봤다. 엄마는 이때 무슨 생각을 하고 계셨을까.
그래도 역시나 이렇게 웃는 사진이 제일 좋다. 엄마랑 여행하면서 좋았던 것 중 하나는 우리 엄마가 이렇게 소녀같은 모습이 있구나를 알게 되는 것이었다. 웃는 모습이 너무 반짝반짝 빛나서, 다음에 또 새로운 곳으로 같이 여행가야지 하고 다짐하게 된다. 얼른 그 날이 오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