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하는 약속의 중요성 :)
아이를 키울 때, 부모마다 이것만은 꼭 우리 아이가 갖게 됐으면 좋겠다- 하는 가치관이 있을 것 같다. 나에게는 그게 '말의 무게를 아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였다. 신중하게 이야기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되기를. 그래서 말로 상처받는 일도 덜하고, 다른 사람을 말로 상처 주는 일도 부디 적기를 바랐었다.
나의 이런 바람은 아이를 키울 때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아이에게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았고, 행여나 살짝은 곤란한데- 하는 것들도 말로 내뱉고 나면 무조건 지켰다. (젤리 사줄게- TV 보여줄게- 주말에 가자- 같은..) 일단 내가 약속한 건 꼭 지키니, 선호에게도 약속은 지키는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인식시켜줄 수 있었던 것 같다. 고맙게도, 선호도 약속의 무게를 일찌감지 깨닫고 본인이 한 말은 꼭 지킨다. 중간에 딴 길로 새서 살짝 속 터지게 하기도 하지만, 약속한 걸 생각하면 금방 돌아오곤 했다.
내가 이러한 가치관으로 아이를 키우며 주의했던 점은, 이렇게 하기로 해! 하고 일방적인 강요가 되지 않도록 한 점이었다. 약속을 하기 전엔 서로 충분한 대화를 나눴다. 그래서 합의점에 도달한 것을 약속으로 삼았다. 예를 들어 이런 것들이었다.
달고 맛있지만 몸에 좋지 않은 것들을 몇 개 먹을 것인지 먹기 전에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고, 서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해당 개수만큼만 먹었다. 재미있지만 눈에 좋지 않은 TV 프로그램을 볼 때도 몇 개의 에피소드를 볼지 서로 합의한 후 시작했다. 물론 아직 아이인지라 본인이 약속했지만 더 보고 싶은 마음에, 더 먹고 싶은 마음에 눈물 흘리는 날도 있었지만 대체로 평화롭게 끝맺음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아이를 양육하며 편했다. 서로 얼굴 붉힐일이 적어졌고, 오늘은 이랬다가- 내일은 저랬다가- 하며 아이를 헷갈리게 할 일도 없었다. 아이도 약속한 후에는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니, 약속을 정할 때 자기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치며 하나라도 더 쟁취하려는 모습이 생겼고, 막상 해보고 나니 아쉬움이 남지만 납득하는 법도 배웠다. 아이가 그래서 딜을 넣는 방법이 아주 수준급이 되기도 했다.(ㅋㅋㅋㅋ)
물론 늘 이렇게 빡빡하게 굴진 않았고, 융통성을 발휘해서 서로 새로운 합의를 하는 날도 있었다. ㅎㅎ 아직 아이이기도 하고, 약속은 지켜야 하는 것이지만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다는 유연한 사고를 갖고 있으면 하는 마음에. :) 내가 이렇게 살아보니 스스로가 만든 제약에 발목 잡히는 일도 있지만, 대체로 삶이 안정적이고 편안해서 아이에게도 꼭 물려주고 싶었다.
나는 앞으로도 선호가 말의 무게를 깨닫고, 항상 신중하게 말하고 행동하되 융통성도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앞으로 삶에 안정감과 행복감을 더 많이 느끼게 되면 바랄 것이 없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