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폭, 그 순간 피해자는 가해자가 되었다

by 써노의하루일기

학교폭력 상담선생님 전화가 왔다.

맞다.

맞폭 신고였다.





"어머님, 맞폭 신고가 들어와서요. 학생사실 확인서와 보호자 확인서 가해자 입장으로 다시 작성해주셔야 해요. A 측에서도 전치 2주 이상의 진단서를 제출해서 00 이도 5일간 분리가 되어야 해요."


기가 찼다. 5일간 분리를 해야 하는데, 가해자가 학교에 오든 말든 교실에서는 수업을 받을 수 없단다. 교무실이나 상담실에 있어야 하는데, 보통은 체험학습 신청서를 쓴단다.


선생님 말씀을 들으며 실시간으로 점점 더 멍해졌다.

맞폭이라고? 우리 애가 뭘 했다고? 가해자 입장으로 무슨 내용을 써야 하나?


정말 뭘 써야 할지 모르겠어서 학폭담당 선생님께 맞폭 신고 이유를 여쭤봤다. 선생님께서는 우리 아이가 A의 목을 졸라 통증이 발생했고, 그로 인한 진단서라는 설명을 덧붙이셨다.






전화를 끊고 아이에게 사실인지 물어봤다. 아이의 설명은 전혀 달랐다. 실상은 우리 아이가 매일 2-3차례 씩 목을 졸리고 있었다. 맞폭신고 덕분에 우리 아이가 매일 2-3번씩 목 졸리던 사실을 알았으니 고맙다고 해야 하나. 머릿속이 하얘진다는 말이 뭔지 이 날 처음 알았다.


왜 우리 아이는 하루에 2-3번씩 죽을 것 같은 고통을 감내하고 있었는가. 나는 정말 그게 궁금했다. 무슨 생각을 하면 목을 2-3 차례 졸리면서도 부모에게도 알리지 않을 수 있을까.


이유는 단순했다.

같이 놀 친구가 없을까 봐.


A는 본인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리에서 퇴장시켰다고 한다. 단순히 퇴장시키는 것을 넘어서 다른 아이들에게도 너도 00이랑 놀지 마.라고 이야기했단다.


기가 막혀서 그럼 진짜 다른 애들도 너랑 안 놀아?라고 물어보니,


어. 진짜 나만 빼고 아무렇지도 않게 놀아. 나도 얘네랑 더 이상 안 놀고 싶어서 책도 읽어보고 했는데, 바로 옆에서 웃고 떠드니까 책에 집중이 안되고, 너무 슬펐어. 라며 눈물짓던 아이.


이게 한두 번이 아니라, 한 학기 동안 15번 이상 무리에서 퇴장되는 일을 겪었단다.


참..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동안 일어난 일이 맞는가? 1학년 수준의 폭력이 맞는가? 우리 애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엄마인 나는 1학기가 다 지나도록 왜 알지를 못했을까. 그냥 너무 짠해서 눈물이 나서 말을 이을수가 없었다. 그냥 아이를 꼭 껴안고 한참을 토닥였다.





그날 밤. 학생 확인서와 학부모 확인서를 쓰러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감정이 추스러지지 않았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건 한 순간이었다.


왜 우리 아이는 잘못한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맞폭이라는 프레임 아래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이며 앞으로의 일을 걱정해야 하는가.


학폭 신고를 한 후,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는 얼마나 꽃밭이었던가.


그저 안쓰러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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