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들이 보호자와 떨어지기 싫어하는 것을 두고 '분리불안'이라고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하지만 실제 분리불안이 아닌 경우가 더 많고, 많은 매체에서 강아지의 분리불안을 고치는 방법으로 안내되는 것들은 정말 대부분이 터무니없으며 오히려 '진짜 분리불안이었을 경우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는 방법'이다.
(인터넷이나 방송에 나오는 들락날락거리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분리불안으로 생각된 문제가 고쳐졌다면, 다행히도 분리불안이 아닌 단순한 보호자와 떨어지는 데에 대한 일반적인 부정적인 반응과 행동이었을 뿐이거나 분리불안 전 단계일 뿐이라는 반증이 된다.)
아무래도 강아지를 강압적으로만 훈육해서는 안된다는 한국의 주장의 시초급인'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라는 한 짧고 강렬한 영상에서 주된 내용으로 다뤘기 때문에 분리불안이라는 것이 강아지에게 쉽게 언급되는 것 같은데,
문제는 이 영상 자체가 굉장히 강렬한 것에 비하여 제대로 된 전문적 자문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보여지는 증상 외에 후속적인 부가설명이 전혀 되지 않았고
때문에 실제로 분리불안장애가 아닌 경우에도 분리불안이라는 명칭이 남발되고, 터무니없는 방법이 해결책으로 안내되고 있는 것이다.
진짜 분리불안은 무엇인가?
분리불안은 '애착대상과의 분리에 대한 불안이 발달 수준에 비해 지나친 정도로 나타나서 지속적으로 고통받고 이상행동을 보이며 여러 장애를 초래하는 것'이다.
사람의 경우 주로 현재 정신건강 진단체계인 DSM-5의 기준으로 진단한다.
강아지의 경우 자신이 실제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을 직접 보고할 수 없기 때문에 보이는 '행동'을 객관적으로 보거나 보호자의 이야기를 듣고 판단해야 해서 진단을 내리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히 강아지도
일반적인 수준의 보호자와의 분리에 대한 부정적 감정•행동과
분리불안증은 구분되어야 한다.
온 가족이 외식을 가는데 당신만 집을 지키고 있으라고 한다면,
굉장히 속상하고 짜증이 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당신은 속상해서 울 수도 있고, 집을 어지럽힐 수도 있다. 이것은 병적인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분리불안증이라면, 단순히 속이 상하는 정도가 아니라 패닉상태를 경험한다.
참을 수 없는 불안감, 두려움, 걱정에 몸 둘 바를 모르고 식은땀이 흐르고 숨이 가빠지며 고통에 몸부림친다. 가족들이 집에 돌아온 상태에서도 계속해서 가족들이 곁을 떠나는 상상에 불안하고 걱정되며 잠들려 하면 가족이 곁을 비운 새 사고가 나거나 실종되어 돌아오지 않는 악몽을 꾼다.
그러니 분리불안증의 문제가 아닌, 일반적인 수준의 부정적 감정, 행동적인 것이라면 방송이나 검색으로 쉽게 찾을 수 있는 가족이 다시 집에 돌아올 것임을 알려주는 수준의 방법으로 대부분이 해결이 된다.
하지만 진짜 분리불안증이라면 그런 방법으로 해결하려 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불안감은 오히려 고조되고 발톱이 부러질 정도로 문을 긁는 것과 같은 행동의 악화를 보여 신체적 건강도 해칠 수 있고 일상적인 생활을 못 하게 된다.
분리불안 장애는 왜 생기게 될까?
사실 '불안'은 생물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감정 중 하나이다. 위험에 대해 불안감과 긴장감 걱정을 가지고 있어야 대비하고 위험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도 과도하게 위험하다고 느끼거나 안전한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불안감을 느끼는 인지적 오류를 갖는 것은 전혀 적응적이지 않고 생존에 유리하지도 않은 확실한 '장애'이다.
그중 분리불안의 원인으로 가장 주목받는 것은 '애착'이다. 당연히 분리불안 자체가 애착대상과의 분리에 대한 과도한 불안에 관한 것이니 애착형성이 건강하게 되었다면, 애착이 과하게 기능할 필요가 없는 연령이라면 일반적인 환경에서 문제없이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분리불안증의 증상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된다. 이것은 사람이나 강아지나 마찬가지인데, 문제는 강아지의 경우 대부분 생모와 어린 나이에 떨어져 샵에서 분양되어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과정에서 얼마나 건강한 애착형성이 되었겠냐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입양 초기에는 분리불안과 같은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정말 많다가 입양한 가정의 사랑을 받으며 자연스럽게 나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옛날에야 산책도 안 시키고 그냥 '사육'하는 애완동물이었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고 반려로써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니까.
(사실 불안정한 애착형성의 문제로 오히려 아무나 다 과도하게 좋아하는 것도 애착 관련 장애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강아지에게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으나 야외활동에서 유기견이 되기 십상일 테니 당연히 안정형 애착이 가장 좋다.)
유아는 세상을 자율적으로 탐색하고 싶은 욕구와 동시에 안전하기 위해 양육자와 가까이에 있어야 할 필요성도 있는데, 이 두 가지 상반된 요구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애착이라는 행동조절 체계가 있는 것이다.
- John Bowlby,1980
그렇다면 정말 분리불안증이 있다면 어떻게 나아지게 할 수 있는가?
위에서 언급했듯 안정애착을 형성할 수 있는 환경에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오작동하는 불안의 체계가 다시 제자리를 찾고 분리불안이 사라지곤 한다. 또한 보호자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어린 연령 때에는 분리불안의 증상을 보이는 게 정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을 들락날락 거리는 행동이 분리불안 고치기에 효과가 있었다고 하는 이유이다. 애착이 안정되게 하는 것이 핵심이고 우선적으로 행해져야 하며 그다음으로는 가족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돌아올 것임을 알려주고 혼자서 할 일을 주며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기본적인 방법이다.
(대부분의 일반적인 강아지들은 집에 혼자 있는 시간에 잠을 자며 시간을 보내는것이 그들의 일 이지만, 종종 집을 부수거나 자기 발을 핥으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즉, 어지럽혀놨다고 해서 분리불안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전혀 나아지지 않고, 계속해서 증상이 지속•악화되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면,
일반적인 가정에서 보호자가 직접 상황을 나아지게 하기는 아주 어려울 것이므로 '불안증'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분리불안이라는 진단을 남발하며 단순히 들락날락거리면 무조건 적으로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마추어다. 이런 사람들은 들락날락 거리는 방법이 통하지 않을 때 훈련소나 유치원에 보내 집중적인 훈련을 받게 하는 방법을 권하는데 이런 방법은 일시적인 대안에 지나지 않거나 증상을 악화시키기 십상이며 안정된 애착을 가질 수 없다. 오히려 그런 공간에서 계속해서 울고 탈출하려 몸부림치다가 사고가 나게 되기도 하고 증상이 점점 심각해져서 평생을 집을 비우려면 유치원에 보내야 할 수도 있다.
분리불안을 보호자와 떨어지는 연습으로 항상 가르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훈련사는 분명 문제가 있다. 아마 스스로도 본인이 의뢰받은 교육의 성공률이 떨어지는것을 알고 있을텐데 그것을 개나 보호자의 문제로 단정지어 버리고 그럴듯하게 설명해서 보호자의 의지가 없다거나 유치원을 보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보호자에게 죄책감을 지게 한다면, 분명한 가스라이팅을 하는것이 맞다.
만약 드문 일이긴 하지만 분리불안이 분명한 상황에서 훈련소에서 강도 높은 훈련으로 분리불안으로 보이는 행동을 못하게 만들었다면 완전히 정신적으로 망가뜨렸거나 보이는 행동만 못하게 만들어놓은 것으로 다른 더 큰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증세에 따라 약물의 도움을 함께 받아야 할 수도 있다. 너무 심한 증상을 보일 때는 아무것도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상태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불안에 관여하는 생리적인 부분을 약물을 이용하여 어느 정도 조절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가 없다.
(물론 약물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한다면 그것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해외의 경우는 쉽게 약물을 처방하고 평생 약물 복용하게 하는 경우도 흔한데.. 내 이념에는 맞지 않다..)
사실 얼마 전 한 애견미용사가 첫 방문한 손님에게 분리불안 진단을 남발하고 집에서 고치라고 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한탄했었다. 보호자는 그 강아지가 집에 혼자서 매우 잘 있다며 분리불안이라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하면서 미용을 시키지 않고 곧바로 집에 돌아갔다.
진단은 남발되어서는 안 된다.
잘 모르는 용어를 남발하며 전문가인척 하는 것은 유해하다.
본인에게도 듣는 사람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