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를 하러 갔다. 처음 가보는 미용실이었다.
퇴근 후 늦은 시간에 펌을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었으니 선택지가 없었다.
미용실 문을 열자 넥카라를 한 비숑이 몇 차례 짖었다.
아무렇지 않게 비숑과 인사를 하고 있으니 미용실 원장은 짖지 말라는 둥 들어가라는 둥 의례적으로 이야기를 한다. 난 퇴근 후 바로 온 길이고 오늘 하루 종일 강아지 털을 깎다 왔으니 그 비숑이 내게 코를 떼지 못하는 것은 그럴만했다.
그러니 뭐 자연스레 나는 내가 동물병원 직원이며 곧바로 온 길이니 온몸에 개냄새가 진동할 것이라는 둥 하는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평소보다 일찍 꺼냈다.
당연히 미용실 스몰토크는 강아지와 출근하시게 된 사연부터 시작해서 짖음 문제까지 강아지 이야기로 흘렀다.
"저는 얘 밖에서는 그냥 짖어라~ 두기도 해요. 짖어서 스트레스 풀라고."
나는 미용실 원장님의 이 말에 맞장구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내 머리의 목숨을 쥔 사람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강하게 주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납득시킬 적절한 말을 고르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니 조금 우스꽝스러울 수 있는 감탄사나 내뱉으며 얼버무렸다.
"으음..... 흠.... 그거는... 아, 아니에요. 하하."
하지만 아니라고 한다고 해서 항상 그대로 아닌 게 되지는 않는 법이 아니던가. 미용실 원장님은 꼭 나에게 답을 얻어내겠다는 집념을 보여줬다. 그래서 내가 한 답은,
"음... 설명을 제대로 하자면 너무 길어질 듯한데요. 간단히 해보자면, 짖는 행동 자체가 일단 꼭 필수적으로 해야 할 행동은 아니에요. 의사표현의 한 종류인데 꽤 러프한 표현이죠.
우리가 고함을 지르거나 해서 스트레스를 풀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런 행동을 하면서 신체생리적 변화, 긴장에 가까운, 빨라지는 심장박동 같은 건 어떤 면에서는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죠.
아, 노래방에서 시끄럽게 노래하는 걸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해볼까요? 나쁘지 않긴 해요. 술을 마시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것 보다야 물론 좋은 방법이죠. 하지만 만약에 공원에서 그러고 있다면? 이상한 사람이라고 신고가 들어올지도 몰라요. 우린 그런 걸 고성방가라고 하죠.
보호자님만 보는 곳에서 보호자님이 봐줄 만큼 짖는 거야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공공장소에서 짖는 건 좋은 행동이 아닐뿐더러 오히려 그것 때문에 마찰이 생긴다면 스트레스 쌓일 일이 생길 거예요. 마찰이 안 생겨도 사람들은 저 개는 '짖는 개'라고 생각하고 썩 좋아하지는 않을 거예요.
딱히 스트레스 푸는 데에 효과적이지도 않고,
잠재적으로 문제 될 요소가 많은데... 굳이요?
스트레스 푸는 게 목적이면 다른 좋은 방법이 많지 않을까요?"
저 정도로 충분히 납득하셨고 좋은 배움이라고 하셨지만 사실 '길어질'만 한 주제이긴 하다.
이제 강아지를 짖지 않도록 해보려 하면,
'어떻게 짖지 않게 할 것인가?' 하는 난관에 봉착하며,
짖지 않게 하려 한 의도와 다르게 실제로는 더 많이 짖고 있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리고 그 개가 정말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짖는 것이 유일했다면 짖지 못하는 데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호소할 수도 있다.
그러면 보호자에게 강아지 언어부터 가르쳐야 한다. 사실 짖는 표현이 정말 강한 수준의 표현이다 보니 왜 '짖어서까지 표현해야 했나?'파악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짖는데도 이유가 있을 것이 아닌가.
요구성이라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정말 필요한 요구라면 들어줘야 한다. 무리하고 무례한 요구라면 그런 요구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납득시켜야 한다.
의미 없는 습관이라면 그 습관을 다른 좋은 습관으로 덮어줘야 한다.
이런 작업들은 보통 오랜 기간 그냥 그렇게 지내온 보호자가 오늘부터 짖지 않게 하겠다고 마음먹는다고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보니 나는 조심스럽다.
그냥 무시하라고 하거나 못하게 하라는 식으로 가볍게 말하고 넘길만한 것은 아니다.
아무튼, 공공장소에서 개가 짖게 하는 것은 좋은 행동이 아니며 스트레스를 풀게 하는데에 딱히 효과적이지도 않다는 것은 아마 누구라도 납득할만한 사실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