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강아지의 바디랭귀지 : 한 발 들기
다음 사례들은 모두 앞발 문제로 동물병원을 찾았으나 아무런 소득도 없었던 강아지들의 이야기.
<1>
"앞다리 슬개골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자꾸 다리를 드네요. "
"어.. 보호자님 슬개골은 무릎뼈입니다..."
<2>
"저희 강아지 방금 앞 발을 벌에 쏘인 것 같아요! 벌을 밟는 것 같은 걸 봤는데 그러고 발을 잘 못 딛어요!"
"어디 볼까요? 어느 쪽 발이죠? 양쪽 다 아무 흔적이 없는데..."
"어라? 어디지? 계속 앞발을 들던데?"
"걷는 것도 괜찮고 흔적도 없는데요..."
<3>
"앞 발을 잘 못 딛는 것 같아서 왔어요. 자주 그러는데 좀 봐주세요."
"어디 볼까요? 정말이네요. 엑스레이 찍어볼까요?"
"네"
-잠시 후-
"엑스레이상 문제는 없네요. 소염진통제라도 처방해 드릴까요?"
"그렇게 해 주세요."
-얼마 후-
"차도가 좀 있나요?"
"아니요. 똑같아요."
직접 보지 않아 확언은 못 하지만 추측건대 강아지와 사람 간의 소통오류인 것 같다.
강아지의 바디랭귀지, 언어 중 앞발 한쪽을 살짝 들어보이는 행동이 있다.
카밍시그널이기도 하고 스트레스시그널이기도 한 이 강아지의 언어를 안다면 위 사례들은 참 재미있는 일이다.
자, 내가 가장 확신하는 사례 <2>를 두고 사건을 재구성해보자.
신나는 산책시간. 벌을 발견한 강아지는 가까이 다가갔다.
그 모습을 본 보호자는 비명을 지른다.
"꺅!!!!! 괜찮아???? 쏘인 거 아니야?"
벌은 다행히 그냥 날아갔다.
그러니까 강아지는 쏘이지 않았다.
하지만 비명을 지르는 보호자에 영문도 모른 채 강아지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어우,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요. 진정해요. 별일 아닌데 나도 놀랐잖아요. 진정해요.'
강아지는 이렇게 강아지 언어로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한 발을 들어 보이고 코를 핥으며 보호자를 바라봤다.
문제는 이걸 보호자가 전혀 못 알아듣고 되려 분명 앞발이 벌에 쏘였다고 생각한 것이다.
너무 그럴듯하지 않은가?
물론 진짜 앞발에 문제가 생겨 잘 딛지 못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중요한 건 맥락이다.
단순히 단어만으로 우리가 한국어를 구사할 수 없고 문장이 되어야 하듯이 강아지 언어도 마찬가지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강아지의 몸으로 표현하는 언어를 코끝부터 꼬리 끝까지 흐르듯 읽어낼 수 있어야 진짜 강아지 언어를 아는 것이다.
그렇게 강아지 언어가 내게 트였을 때, 그리고 내 표현도 온전히 강아지에게 전달이 되어 진정으로 '소통'이 되는 것이 느껴지는 것은 꽤나 짜릿한 경험이다.
그리고 그 능력으로 진정으로 소통하는 강아지와 보호자와 강아지의 따뜻한 모습을 볼 때는 마음이 몽글몽글 해지기도 한다.
물론 강아지 앞발 들기를 앞발이 아픈 것이라고 걱정하며 둘러업고 동물병원으로 뛰어온 보호자의 소통의 부재, 하지만 강아지를 위하는 마음이 잔뜩 담긴 그 모습도 재미있는 만큼 감동적인 모습이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