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펜을 듭니다
지난 17년 동안 독서교육 현장에서 학생들과 독서지도자들을 만나면서 책을 통해 마음을 나누고 글을 통해 삶을 나누는 일을 사명이라 여기며 살아왔었다. 가르치는 일에 매진하던 시절에도 마음속에는 늘 '노후에는 내 글을 쓰며 살고 싶다'는 소박한 꿈이 있었다. 오랜 시간 누군가에게 책을 건네는 사람이었다면 인생의 두 번째 계절을 맞이한 지금, 나는 비로소 나를 위한 펜을 들었다.
은퇴 후 남편과 함께 떠난 유럽에서의 세 달 살이. 파리의 골목을 걷고, 낯선 도시의 시장을 지나고 손주들의 손을 잡고 학교로 향하던 평범한 아침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여행이란 멀리 떠나는 일이 아니라 삶을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보는 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곳 브런치에서는 여행지의 풍경뿐 아니라 그곳에서 만난 작은 행복들, 그리고 인생의 두 번째 계절을 살아가는 마음속 이야기를 차분히 기록해 보려고 한다. 어쩌면 이 글들은 거창한 여행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다만 어느 날 길 위에서 문득 마주했던 따뜻한 순간들과 그 시간을 지나온 한 사람의 조용한 기록일 뿐이다.
이제 천천히 걸어 보려 한다. 프랑스의 작은 도시들에서 마주한 풍경과 그곳에서 발견한 삶의 이야기들을 이곳에 한 편씩 남기려고 한다. 독자님들도 같은 길을 걷는 마음으로 함께 걸어 주신다면 참으로 기쁠 것 같다.
장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