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들과 함께한 행복한 일상
이번 파리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다. 내게는 꼭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있었다. 에펠탑, 루브르, 센강 유람선을 타는 여행이 아닌 손주들과 함께 보내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느끼게 해주는 것이 나의 가장 큰 목표였다. 여행자가 아닌 할머니로 돌아가 딸 셋 키우던 시절의 실력을 총동원해 아침이면 손녀의 머리를 예쁘게 땋아 주고, 등하굣길을 함께 걸으며 손주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그날그날 먹고 싶은 한식을 주문받아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다.
아침마다 손주들의 등굣길을 함께 걸었다. 작은 손을 꼭 잡고 스쿨버스 정류장까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좁은 골목길을 걸었다. 이따가 4시에도 할머니가 나와 있으면 좋겠다는 손주의 말에 당연하지 할머니, 할아버지가 그러려고 파리에 온 거야. 손주들이 학교 끝나고 올 때도 나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던 그 순간 내 마음은 봄날처럼 따뜻했다.
손주들은 국제학교를 다니고 있다. 국제학교는 마치 파리 속의 작은 지구촌 같았다. 다양한 피부색과 언어가 다른 배경을 지닌 아이들이 어우러진 그곳에서 우리 손주들도 제법 잘 적응하며 지내고 있었다. 손자는 러시아에서 온 친구와 가장 잘 맞고 친하다고 한다. 손녀는 같은 아시아계인 일본 친구와 잘 맞고 잘 어울린다고 했다. 손주들이 자신과 잘 맞는 친구를 고르는 기준이 생긴 것 같아 기특하고 대견스러웠다. 아침마다 파리의 맑고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며 걷는 길이 이토록 벅차고 행복할 줄은 몰랐다. 우리 부부는 손주들이 스쿨버스에 올라 자리에 앉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뒤에야 천천히 그 자리를 떠난다.
길을 걷다 보면 고풍스러운 건물들 사이로 스며 나오는 빵 냄새에 발걸음을 멈춘다. 용기를 내어 빵집 문을 열고 들어가 손짓과 표정으로 빵을 고르고 결제까지 성공한 후 따끈한 빵을 안고 집으로 향하는 길, 하나 집어 들고 한입 베어 문 빵 맛은 구수함을 넘어 행복감이 전해진다. 이처럼 파리에서의 아침은 한국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새로운 설렘과 행복으로 내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