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아르코 발표지원 선정작
손끝을 찔러 넣는 호주머니는 하늘 같습니다
오늘의 날씨 같은 그곳은
떠 있는 구름처럼 가벼운데요
갈라진 손금보다 더 깊은 곳에서 나는 이제 안심하고 울 수 있습니다 흔들리지 않으려고 안으로 말아 쥐는 건 주먹입니다 다만,
없는 것을 움켜쥐는 빈손이 웃는 일은
어디까지나 뜬구름에 불과하죠
손가락으로 혼자 세어보는 숫자 속에서 햇살은 몇 번이나 다녀갑니까
해질녘이면 속을 뒤집는 호주머니
흰구름이 붉어지는 건 안쪽이 깊어질 때입니다
함박눈이 예보되면 안쪽부터 웅크릴 텐데요 바닥에 닿아서야 터지는 울음 같은 그곳은
깊이를 모르는 먹구름처럼 무겁습니까
손끝으로 찔러보면 터진 구멍들
보이지 않는 건 이래서 믿을 게 못되나 봐요
호주머니 속은 나도 모르는 하늘입니다
눈은 오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