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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형만 Oct 01. 2024

그림자에 색칠하기

2024 아르코발표지원 선정작

그림자에 색칠하기


최형만



놀이동산의 컬러가 머리 위를 지난다

그때 불 꺼진 아랫동네는


물감 한 방울이 떨어지기 전쯤의 세상


굼벵이가 우화를 꿈꿀 때마다

몇 번이나 속을 뒤집어도

녹슨 공장의 철문은 언제나 문을 열고


그 말 기억해? 어둠이 뭉치면 녹물 같은 갈빛이고

무채색은 칠하는 게 아니라고 했던 말


중력에 고개 숙인 아이들은 이제

무지개도 모를 텐데요

무채색은 누구의 그림자입니까


청룡 열차가 레인을 오갈 때마다

작업 라인을 오가는 사람들


일곱 빛깔은 아이들의 몫이었는데

해피엔딩은 꿈이었구나

흑백의 그늘이 혼잣말을 하고


바닥이 온통 회색일 때마다

아이들은 또 양떼처럼 몰려갈 텐데요


누가 알까, 그림자를 칠하는 건

애벌레가 꾸는 꿈이라는 걸

먹구름을 보고도 하늘 높이 고개 드는 일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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