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초임이세요?”
나에게는 사촌 여동생이 열 명이 있다. 그중 나는 첫째 맏언니이다. 어릴 때부터 사촌 동생들과 노는 것이 좋았던 나는 유아교육과에 입학했고 몇 년 후 어린이집 선생님이 되었다. 앞으로 나에게는 동생들과 함께한 추억처럼 마냥 즐겁고 신나는 일상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다.
교사가 되어 처음 맞이하는 새 학기 오리엔테이션 날이 되었다. 행사는 연령별로 새로워진 프로그램 소개와 연간 행사, 연간 교육 계획안, 특별활동 프로그램 소개, 마지막으로 연령별 담임 선생님을 소개한 후 행사는 끝이 났다.
학부모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는데 민지 어머니께서 현재 담임인 별님 반 선생님(세 살 반)에게 다가가 귓속말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몇 분 후 별님반 선생님은 교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원감 선생님께 다가와 이야기했다.
“민지 어머니께서 반을 바꿔 달라고 하셨어요.”
민지는 삼월부터 우리 반 아이가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민지 어머니께서는 원에 새로 입사한 교사가 초임에 젊은 처녀 선생님이라는 이유로 반 변경을 요청하셨다. 그렇게 민지는 별님 반이었던 선생님께서 지도하시는 4살 구름 반으로 가게 되었다.
그리고 삼월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었다. 새로운 반, 새로운 담임 선생님, 새로운 친구들 처음과 새로움이라는 환경에 몸과 마음이 분주했다. 그러던 어느 날 민호 어머니께서 아이들 낮잠 시간에 어린이집에 방문하셨다. 처음에는 아이들 낮잠 재우느라 민호 어머니께서 어린이집에 방문하시는지 몰랐던 나는 동료 교사의 이야기를 듣고 알게 되었다.
“지민 선생님, 민호 어머니와 원장 선생님께서 상담 중이시래요.”
그 순간 나는 불안한 마음이 가득 해지며 일에 집중이 되지 않았고 끊임없이 한 가지 질문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민호 어머니께서 무슨 일로 갑자기 상담하시지?'
한 시간 후, 민호 어머니께서는 댁으로 돌아가셨다. 그리고 갑자기 교실 문이 열렸고 “선생님, 원장님께서 부르세요.”라는 주임 선생님의 말을 듣고 교사실로 향했다. 복도를 걷는 내내 나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내가 무슨... 실수를 했나?'
원장 선생님께서는 감정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에게 민호 어머니와 나눈 상담 내용을 간단하게 이야기해 주셨다.
“민호 어머니께서 대화장에 아이 활동사진을 많이 붙여줘서 좋다고 하셨어요.”
긍정의 말로 시작된 상담 내용은 원장님의 한 마디로 마무리되었다.
“선생님께서 기저귀를 가끔 반대로 착용해서 하원시키시는데 선생님이 초임에다 처녀 선생님이라 기저귀 사용법을 잘 몰라서 그런 걸까요?”
교사실을 나온 순간 나는 큰 죄를 지은 거처럼 초조함과 두려움이 밀려왔다.
'내가 큰 죄를 지은 건가?‘
'그럼 나는 기저귀 착용 실수를 잘못한 걸까? 아니면 초임인 게 잘못한 걸까? 이것도 아니면 처녀인 게 잘못한 걸까?'
삼주 후 일 학기 학부모 면담이 있었다. 혜림이 어머님과 면담 중 어머니께서는 갑자기 사적인 질문을 하셨다.
“선생님 결혼하셨어요?”
“선생님 아이 있으세요?”
순간 '내가 그렇게 성숙해 보이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면담이 끝나고 동료 교사에게 혜림이 어머니의 질문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선생님 선생님께서 어머니의 질문에 담긴 깊은 의미를 말해주셨다.
“어머니들은 결혼하고 아이도 있는 엄마 선생님을 더 좋아해요.”
아이들을 사랑으로 잘 돌보면 되는 줄 알았던 나는 학부모들이 원하는 선생님 성향이 따로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나는 느리게 말을 이어갔다.
“왜요?”
선임 선생님께서는 이상과 현실을 빨리 깨우치라는 듯이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하셨다.
“아무래도 엄마 선생님은 아이를 직접 키워봤으니까 좀 더 세심하게 잘 지도해 줄 거라는 학부모님들의 생각이죠.”
그 순간 '엄마 선생님이 아닌 것도 잘못인가?'라는 생각이 들며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시간은 흘러 어린이집 교사 일을 그만둔 지금. 나는 쌍둥이 엄마이자 학부모로 역할이 바뀌었다.
쌍둥이가 다섯 살이 되어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유치원에 입학하게 되었다.
유치원 오리엔테이션 날. 쌍둥이의 새로운 반, 새로운 담임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담임 선생님을 뵙자마자 '어? 담임 선생님께서 엄청 젊으시네?'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십 대 중반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던 담임 선생님을 보고 조금 놀라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선생님이 너무 젊은데...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는 행동을 하지는 않으시겠지?'
유치원은 어린이집보다 한 반의 원아 수가 두 배로 많다. 많아진 아이들의 수만큼 선생님 이야기를 잘 듣는 아이와 듣지 않아 힘들게 하는 아이 등 다양한 성향을 지닌 아이들이 있다.
‘혹여나 쌍둥이들이 단체 생활에서 개성이 너무 강해 선생님을 힘들게 하지는 않을지 그런 쌍둥이를 선생님이 싫어하면 어쩌지’라는 걱정들이 점점 커졌다.
삼월 개학식 날, 쌍둥이의 유치원 생활이 시작되었다.
입학 한 달, 두 달 서서히 유치원 생활에 적응하고 담임 선생님과 쌍둥이도 서로에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름 잘 적응하고 있는 아들과는 다르게 딸로 인한 걱정으로 마음 한쪽이 무거웠었다.
딸은 자유분방한 성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유치원 단체 생활의 규칙을 자주 거부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단체 생활의 질서가 흐트러진다는 사실을 알기에 더 걱정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유치원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어머니 우진이가 지금 열이 많이 나서 힘들어하고 있어요.”
선생님의 말씀을 듣자마자 유치원으로 향했다. 쌍둥이를 만난 후 아들을 빨리 차에 태우려고 하는데 딸은 나의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치원 주변에 있는 화분들을 탐색하느라 분주했다. 마음이 분주했던 나는 화가 났다. '쟤는 왜 또 나의 말을 안 들어줄까? 급한데...”
그 순간 담임 선생님께서 술래잡기 놀이를 하는 거처럼 딸에게 다가오셨다.
“보영이 술래잡기할까? 선생님이 보영이 잡을게.”
딸은 선생님과 함께 놀이한다는 말에 신이 나 경쾌한 답변을 했다.
“네! 선생님 우리 술래잡기해요.”
선생님은 보영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달리기 시작하셨다.
“그럼 시작한다. 도망쳐.”
보영이는 즐거운 소리를 지르며 차 있는 쪽으로 달려왔다.
“와~ 빨리 도망쳐야 해. 선생님이 잡으러 온다.”
딸이 달려오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차 문을 열어주었고 딸은 자연스레 차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놀이를 통해 아이들을 지도하시는 담임 선생님의 능수능란한 모습을 보고 많이 놀랐다.
'나 같았으면 빨리 차에 타라고 화냈을 텐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유치원 오리엔테이션 날 담임 선생님이 젊어 보여서 시작된 나의 걱정이 헛되었음을 알고 옅은 웃음이 나왔다.
나의 교사 시절, 초임, 처녀, 결혼의 여부 등의 이유가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었는데 학부모가 된 지금은 나도 모르게 이러한 프레임 안에서 선생님에 대해 생각했었다. 주변 또래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이러한 주제는 빠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교사와 학부모라는 두 개의 자아를 가지게 된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아이들을 지도하는 교사의 역량 중 선생님의 경력, 결혼과 자녀 유무의 조건이 과연 중요한 요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