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오늘이 마지막일 것인 양 쨍쨍 히 까불던 여름 볕은 그저 흔들흔들 불어대는 미지근한 가을바람에 지친 고개를 숙였다.
냇물이 흐르다 오리가족을 보채고. 높새바람이 나르는 황새에게 으름장 놓는. 이 흐름을 가을이 보고 있다. 깊어가는 가을이 준비하듯 보고 있다. 어디선가 두들겨 맞은 듯한 가을 풍경이 깃발을 들고 시위하듯 여기저기서 들불처럼 일어난다.
그 색이 다채로워 어디 하나 편들기 외로워 보인다.
누가 색을 정해 줬는지요? 색에 주인장이 있을는지요? 출근길 은행나무길은 마지막 잎새의 샛노란 길이요. 붉은 단풍잎은 울그락 붉으락 화만 내는 색 잔치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자연이 만들어낸 그 색은 무엇인지요? 초록이 사라진 풍경 속 세상은 무엇으로 대신해야 하는 건가요? 단풍이 지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이해하기 싫은 어느 날...그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