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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창희 Nov 18. 2022

아이의 시선, 어른의 시선

같지만 다른 시선


지금 때처럼, 선선함을 넘어서 슬슬 쌀쌀함이 느껴질 무렵쯤

조카와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를 나갔다.


원래 아이들은 이렇게 정신이 없나?

모든 남자 어린이들이 다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내 조카는 '천방지축'이라는 단어가 적확한 아이였다.


킥보드도 조금 타다가 던져버리고

가지고 간 비눗방울 삼종세트도 한 개씩 하더니

다시 킥보드 타러 가고

참 여러모로 피곤한 녀석이었지만

아이는 아이인지라 예쁘게만 보였다.


뭐해? 일해야지

조카가 비눗방울을 가지고 놀던 때

내 손에 든 건 카메라요

앞에 있는 아이는 훌륭한 피사체이니

예쁘게 찍어주고 싶은 마음으로 카메라를 가져다 댔다.


'찰칵'

비눗방울에 심취해 있는 조카

꽤 사진이 잘 찍혀서 만족스러웠다.


나의 시선의 경로

비눗방울이 생동감 있게 잘 찍혔네!

-> 조카가 비눗방울을 뚫어지게 보고 있네

    저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 사진의 프레임 뒤에는 누나가 있었지


아이의 시선, 엄마의 시선

아이의 등 뒤에서 엄마는 아이가 바라보는 시선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보고 있는 것은 서로가 다른 것이었다.

아이는 몽글몽글 움직이는 비눗방울을,

엄마는 아이의 뒷모습을.


부모의 기억 속에 아이의 모습

이처럼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지만,

같은 방향이기에 서로 바라볼 수 없게 되었다.

현대시대에 부모의 자식의 실태를 보는 것 같아

살짝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나의 부모님 기억에 내 모습은

내 뒷모습을 본 기억이 많을까?

서로 얼굴을 바라본 기억이 많을까?


뒤를 돌아봐

뒤를 돌아 마주 보자 이렇게

위에는 되게 큰일인 것 마냥 장황하게 써놓았지만

사실 가장 쉬운 방법은 우리가 돌아서는 것일 것이다.

(행동은 쉽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게 가장 어렵지만.)


사실 어떻게 예의를 차리던지, 어떤 큰 효도를 하던지

어른이, 부모가 주시는 사랑에 발끝도 못 따라갈 것이다.

이렇게 뒤돌아보는 것만으로 부모의 얼굴에 웃음이 지어질 수 있다면

오글거리고 낯간지러워도 해볼 만한 가치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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