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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창희 Nov 29. 2022

외길

나는 어떤 길을 걷고 있는가.

어느 날 모 단편영화제 홍보영상 제작을 위해

항공 촬영 영상이 필요하다고 하여 드론 영상 촬영을 부탁받았다.


해당 장면은 위의 흙으로 된 외길을

다른 이의 시선을 피해 도망가는 씬이었다.


영상의 긴박감을 위해 항공촬영,

배우의 트래킹 장면을 여러 번 촬영하였다.


장소가 외길이었기에

한 번 촬영을 마치고 다시 촬영을 하기 위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야 하는 등

여러 스태프들에게 많은 체력을 요하는 촬영이었다.


포장되지 않은 불편한 외

우리는 누구나 길을 간다.

출근길, 등굣길, 고난 길, 막 다른 길,

가기 편한 포장된 길, 포장되지 않은 불편한 길.

 

내가 촬영을 한 길은 많은 길중에 외길, 그리고 포장되지 않은 길이었다.

촬영을 마치고 촬영본을 보는 중 많은 생각이 들었다.


외길을 달리는 배우와 같이 촬영을 진행할 때는

포장되지 않은 불편한 길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드론의 시야로 봤을 땐 주변 중 가장 가기 좋은 길이었다.


외길?

촬영본의 외길을 보며 곰곰이 생각하던 나는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살아온 길은 어떤 길이었나?

탄탄대로였을까? 처절한 진흙길이었을까?

가면 되돌아올 수 없는 막막한 길이었을까?

언제든 되돌아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그런 길이었을까?


학창 시절의 진로의 길

학창 시절의 나는 공부를 좋아하고 성적도 꽤나 나오는 학생이었다.

성적이 오르는 재미도 있었고, 공부와 학교 시험은 조금의 노력으로

빠른 피드백이 오는 재미있는 놀이였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의 대한 부담감이 커졌고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커져 점점 성적은 떨어져 갔다.


그 시절 나는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저 인문계 자신 없어요. 실업계로 가면 안 될까요?"


그 시절 실업계는 이미지가 좋지 않았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공부하기 싫은 아이들이 가는,

힘든 직업을 가질 수밖에 없는 길로 가는 이미지였기 때문에

고민할 것도 없이 허락해주지 않으셨다.


그렇게 해서 들어간 인문계였고 성적은 바닥을 쳤다.

그 시절은 내가 어떤 생각으로 살았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대학교역시 "넌 컴퓨터를 좋아하니까 컴퓨터 관련 학과로 가는 게 좋겠네."

그렇게 정보통신학부를 졸업하였다.


주변 환경 탓이라는 거네?

그렇지 않다.

오히려 감사하는 부분이 많다.

정작 길을 걸어야 하는 나 대신에

어떤 길이 포장이 잘 되어있는지 어떤 길이 넓고 길게 뻗어 있는지,

다 알아보시고 고민하시고

가야 하는 길과는 반대로 돌아 앉아 있는 나를

일으켜 세워 걷게 해 주셨다고 생각한다.


영화제 홍보를 위한 드론 촬영 중 보이는 '외길'


그럼 지금 후회하고 있는지?

후회라기보다는 어땠을까?라는 생각은 해본다.

촬영한 사진에는 흙으로 된 외길 외에 많은 길이 보인다.


좌측에는 넓은 허허벌판의 수확을 마친 한겨울의 논길이 있다.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것도 없고, 중앙에 떨어뜨려 놓으면

어디가 앞인지 찾기도 어려울 것이다.

길을 잃어 뒤로 갈 수도, 앞으로 걷는다고 가도

앞은 가보지도 못하고 좌측 끝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우측에는 작은 물길이 있는 길이 있다.

물길을 따라 앞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바닥은 질척여 앞으로 나아가기 쉽지는 않을 것이고,

길을 걷다 넘어져 옷이 다 망가져 나아갈 수도,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촬영감독님이 물길을 뛰어넘다 빠졌다.)


중앙의 흙길, 흙으로 돼 불편하다고 불평할 수 있는 길이다.

하지만 주변의 풀들이 좌우를 막아 다른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앞만 보며 갈 수 있는 길이며, 방향을 잃을 일이 없는 길이다.


각자의 길

세 길 모두 방향만 맞는다면 잘 갈 수 있는 길이다.

가르쳐주는 이 없이 혼자 길을 잃어 방황하듯이

논길을 헤매며 상당한 시간을 소모하여 목적지를 향해 가던,

사회에서 이런저런 많은 수모를 겪듯이

탕길을 가는 중에 옷이 다 망가져가며 목적지를 향해 가던,

멋모르고 주어진 길을 가던.

매 순간 다른 길을 번갈아 가며 걸으며 나아가고 있다.


중요한 건 길의 종류가 아니라

목적지와 그리로 향하는 방향이지 않을까?

지금 나는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가고 있는 목적지는 명확한가.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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